야당의 보훈처장 해임결의안 합의 정치적 자살골
참과 거짓 혼동하는 선동언론도 기회에 각성해야
   
▲ 조우석 주필
뭘 좀 아는 사람들은 요즘 신문방송을 믿지 않는다. 어디 한두 번 속아봤나? 문제는 바보 여당이 팔짱을 낀 와중에 거야(巨野) 두 야당이 한 목소리로 세상을 현혹하니 잠시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두 여당이 어제 합의한 박승춘 보훈처장에 대한 국회 해임결의안 발의, 그 얘기다.
 
"박 처장의 애국심이야 세상이 알지만, 이번엔 그가 실수를 한 건 아닐까?" 일부 그런 의구심을 피할 수 없는데, 대한민국 참으로 어지럽다. 언론과 공당(公黨)마저 참과 거짓을 거꾸로 가르치고, 국정운영에 해가 되는 일을 경쟁적으로 하려드니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선동에 농락당하지 없을 수 없는 게 지금이다. 
 
상황은 명쾌하다. 대형포털들까지 가세해 광주5.18을 손대면 큰일 나는 성역으로 떠받든 채 11공수여단을 6.25행사에 동원하려던 국가보훈처를 맹렬하게 조롱하기 시작한 건 지난 주말부터다. 보훈처가 11개 시·도에서 진행하는 6.25행사 '2016 호국보훈 한마음 퍼레이드'를 기획했는데, 광주에서만 "보훈처 죽일X들"소리가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왜 그들은 3년 행사 땐 아무 말도 없었지?
 
11개 시·도는 인근 향토사단 등의 군부대 장병들을 각 행사에 참여시킨다는 구상이었는데, 광주에서는 당연히 11공수 50여명과 향토사단인 31사단 150여명 참여를 결정했다. 그러자 광주단체 일부가 "보훈처가 6·25기념행사를 명분 삼아 5·18을 조롱한다"는 마타도어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11공수는 5·18 당시 7공수여단과 함께 계엄군으로 투입된 부대라는 논리인데, 이것부터 억지다. 왜 3년 행사 때는 그 지적을 하지 않았을까? 2013년 행사에선 11공수여단은 퍼레이드와 함께 금남로에서 특공무술까지 했지만 누구도 반발하지 않았다.
 
그때와 지금이 달라진 게 있다면, 지난 몇 년 새 광주 5.18문제가 보다 첨예한 이슈로 부각됐고, 지난 4,13총선에서 거대 야당이 등장했다는 상황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여의도정치판의 그 누구도 광주 5,18시민단체들 논리의 허구를 따져보는 이성을 보이지 않았다. 막바로 이게 정치권의 대정부 공세로 연결됐다.
 
무책임한 그들은 선후관계와 논리를 생각지 않은 채 호남지역 정서에 편승해 광주시민의 가슴에 불을 질러대는 행위를 경쟁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그 중 최악의 발언은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의 것인데, 그는 이렇게 속이 들여다보이는 막말을 했다.
 
"공수부대원들을 광주 거리에 풀어놓겠다는 발상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개탄을 넘어 분노한다." 우상호는 광주5.18의 트라우마 타령도 빼놓지 않았다. "그런 행사를 통해 집단적 트라우마를 촉발시키고, 시민의 자부심을 손상하는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운운…. 우상호의 발언은 전체가 어불성설이지만, 그는 그런 말을 할 자격조차 없다.
 
지난 2000년 광주5.18 룸살롱 파티의 주역이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386세대 민주당 국회의원인 김성호 등과 함께 5.18묘역을 참배한 뒤 시내 '새천년 NHK'라는 룸싸롱에서 접대부를 끼고 헤롱대며 동료들에게 욕설을 내뱉는 등 심하게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
 
'통일의 꽃'이라던 임수경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한 사실이 폭로되며 물의를 크게 빚었던 게 우상호였다. 그런 그가 어제 감히 "집단적 트라우마 촉발" 운운했다고? 그는 당장 "그럼 5.18 영령을 위로하려고 그날 롬살롱 파티를 했느냐?"는 비판을 들어 마땅하다.

   
▲ 조우석 주필


5.18 룸살롱 파티의 주역 우상호의 망발

문제는 그런 게 한두 명의 판단을 넘어 야당 전체의 분위기라는 점인데, 이게 아찔하다. 일테면 또 다른 야당 관계자는 "박 처장이 민주화 세력 전체를 농락 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에 대한 당내 분노가 크다고 전했다. 더민주가 국민의당 등과 함께 박 처장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이번 주 발의한다는 것도 그 맥락이다.
 
그래서 이번 껀은 알고 나면 웃음부터 나온다. 정리하면 이렇다. 박승춘 보훈처장 해임결의안 발의는 건전치 못한 지역정서에 편승한 언론과 정치권의 합작품이다. 허위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에 해악이 된다. 한 달 전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齊唱)과 기념곡제정이 불발됐을 때부터 야당은 칼을 갈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뽑아든 모양새일 뿐이다.

바보 새누리여, 내게 연락을 해다오

결정적으로 퍼레이드에 참석하려 준비해온 11공수 포함한 군부대 장병들에게 상처를 안겨줬다. 어제 보훈처는 광주 시가행진을 취소시킨다고 발표했는데, 그렇게 될 경우 군장병은 물론 대다수 광주시민들이 받을 상처는 또 뭔가? 광주와 호남지역은 대한민국 국군의 보호 대상이 아니란 말인가?
 
당장 조선일보 댓글에 이런 말이 주렁주렁 달렸다. "우리의 아들들인 국군을 거부하는 광주시민? 당신들은 자랑스러운 아들들을 부정하고 내 나라 국군을 부정하는 매국(賣國)시민들인가? 이런 몹쓸…."(kor****)  이런 게 왜곡되지 않은 민심이라고 필자는 나는 믿는다. 지역정서에 편승한 언론과 정치권이 제 아무리 난리를 쳐도 참과 거짓은 결국엔 판별이 되기 때문이다. 이미 선동언론으로 변질된 조중동을 포함한 국내 언론의 역기능이 이미 나라를 위태롭게 할 지경이라는 걸 세상은 다 안다. 그리고 총선 전후에 '안보 정당' 코스프레를 했던 야당 둘은 정말 할 말이 없게 됐다.
 
저들의 보훈처 때리기와 박승춘 보훈처장 해임결의안 발의 결정의 후폭풍은 생각보다 클 수도 있다. 그리고 청와대가 박 처장을 버릴 가능성은 전무(全無)하다. 국가정체성을 앞장 서 지키는 애국 공직자인 그를 누가 감히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만일 그러면 내가 이민을 떠날 판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나라를 뒤집자는 운동권 노래인 '임을 위한 행진곡'에 공식기념곡의 지위를 부여할 수 없고, 제창만이 아니라 합창곡으로도 부적절하다는 점에 조만간 더 큰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이 문제는 통합 역사교과서 발행과 같은 차원의 것이고, 그래서 국가정체성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아무런 생각 없는 새누리당이 걱정은 걱정이다. 혹시 해임결의안이 본회의에 올라왔을 때 몇몇 새누리 의원들이 동조하면, 이게 무슨 망신인가?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당장 '임을 위한 행진곡'과 국가정체성 문제를 놓고 의원 연찬회를 갖기를 나는 제안한다. 좋은 강사진이 필요하면, 내게 연락 바란다. 당신들이 성의를 보인다면, 훌륭한 강사진 정보를 제공할 용의가 있다. /조우석 주필
[미디어펜=편집국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