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검찰이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전방위 수사를 벌이는 가운데 오는 25일 일본롯데홀딩스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놓고 벌어질 신동주 ·동빈 형제 간의 3번째 표 대결에 국내 증권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이번 정기 주총에서는 신동빈 회장과 신 회장 측근인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을 이사직에서 해임하는 안건이 다뤄질 예정이다.

동생인 신 회장과 경영권을 다투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지난 3월 대주주인 광윤사(고준샤·光潤社)를 통해 이 안건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과 올해 3월 주총에 이어 3번째로 형제 간 표 대결이 벌어지게 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단 표 대결의 열쇠를 쥔 일본 롯데홀딩스의 종업원지주회 등 주요 주주군이 신 회장을 지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신 회장이 현재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이번 주총에서 승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증권가에서 신 회장의 승리를 점치는 것은 주요 주주군에 포함된 종업원지주회의 의결 방식 때문이다.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구조는 ▲ 광윤사 28.1% ▲ 종업원지주회 27.8% ▲ 관계사 20.1% ▲ 임원지주회 6% ▲ 투자회사 LSI(롯데스트레티지인베스트먼트) 10.7% ▲ 가족 7.1% ▲ 롯데재단 0.2% 등이다.

이 중 투자회사 LSI는 순환출자 고리로 얽혀 있어 10.7% 지분에 대한 의결권이 없다.

신 전 부회장은 자신이 과반 지분을 가진 광윤사와 가족 및 롯데재단의 지지를 얻어도 의결권 기준으로 과반 득표가 어려운 상황이다.

나머지 주주군 중에서 관계사에 포함된 공영회(미도리·패밀리·그린서비스) 13.9%와 임원지주회 6.0% 지분은 사실상 경영권을 쥔 신 회장 쪽에 표를 던질 것이 확실시된다.

공영회는 신 회장의 오른팔로 알려진 고바야시 마사모토 롯데캐피탈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고, 임원지주회도 신 회장의 측근인 쓰쿠다 사장이 의장을 맡고 있다.

따라서 이번 주총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2대 주주인 종업원지주회(27.8%)를 잡아야 표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다.

종업원지주회는 독특한 제도적 특성 때문에 역시 신 회장 측에 몰표를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의 종업원지주회는 한국의 '우리사주조합'과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운용 방식은 다르다.

일본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는 10년 이상 근무한 과장 이상 직원 130여 명으로 구성돼 있지만, 의결권은 종업원지주회 대표(이사장) 1명이 행사한다.

우리나라 우리사주조합의 의결권 행사와 배정은 각각 근로복지기본법과 상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의결권 행사는 조합장이 각 조합원에게 의견을 물어 그 결과의 비율대로 찬·반 의사를 위임받아 투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종업원지주회는 이사장 한 명이 전체 구성원 각자의 의견 비율대로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단독으로 27.8%의 의결권 지분 전체에 대해 찬·반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

종업원지주회가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이사회 결의를 거쳐 지주회 이사장에게 단독 위임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표 대결 상황이 벌어질 때 종업원지주회 이사장 한 명만 끌어들이면 되므로 현재 경영권을 쥔 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종업원지주회는 법적 근거에 따라 설립된 조직이 아니라 신격호 총괄회장이 경영 편의상 내규를 마련해 도입한 제도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종업원지주회 지분이 신 총괄회장의 차명 지분일지 모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 롯데 경영권을 쥔 신 회장이 종업원지주회, 공영회, 임원지주회 등 3대 주주군(의결권 지분 53.3%)의 지지를 바탕으로 이번 위기를 넘길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신 회장 측이 이번 주총에서 승리하더라도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을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롯데가(家)의 분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도 만만치 않아 경영권 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에선 롯데와 관련해 부정적인 신호를 계속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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