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이 시끄럽지만 주식시장이 별다른 큰 국내 이슈 없이 진행되고 있다. 국제 정세가 어지럽게  흘러가는 요즘 국내 10대 증권사를 세계 각국과 비교해보면 어느 나라와 각각 매치가 될까. 금융투자협회가 공시한 올 1분기 말 자기자본을 기준으로 세계 강대국과 10대 증권사를 비교해봤다. 어디까지나 기자 개인의 의견이다.

   
▲ 사진=연합뉴스

1. NH투자증권(자기자본 4조4709억원)-중국

NH투자증권은 중국과 이미지가 비슷하다. 중국은 농업을 기반으로 하면서 텐센트, 샤오미, 알리바바 등 정보기술(IT)에 분야에서까지 정상의 기업을 줄줄이 보유하고 있다.

NH투자증권 역시 농협금융지주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회사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점유율은 물론, 투자은행(IB) 부문까지 업계 정상 분야를 차지하고 있다. 농협에 인수되기 전 우리투자증권 시절 내세운 광고문구가 ‘1등이 참 많은 증권사’일 정도로 전통의 강자다.

지난 2012년 농협중앙회가 신경분리(신용·경제사업 분리) 원칙을 도입한 것은 중국이 공산당 일당 독재 하에서도 경제는 자본주의체제를 유지하는 것과 비교될 수 있다.

다만, 지난해 NH투자증권 자기자본이익률(ROE)는 4.6%로 같은 기간 증권사 평균 7.5%에 못 미쳤고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으로 농협금융지주는 체질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는 최근 경제성장률 둔화로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투자·수출 위주에서 소비 주도 경제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중국과 흡사하다.

2. 미래에셋대우(4조2735억원)-러시아

동유럽에서 북아시아 및 중앙아시아에 걸친 광활한 영토를 보유하면서 한때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연방 핵심이었던 러시아. 과거 미국과 함께 세계를 호령할 정도로 강대국이었던 소련이 1991년말 붕괴됐음에도 러시아는 여전히 강력한 독립국가로 남아있다.

또한 소련 붕괴와 함께 독립국가를 형성했던 벨라루스·몰도바·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 등의 국가들에 아직도 높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한때 국내 대기업 서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던 대우그룹의 일원이었다. 대우그룹이 붕괴됐지만 대우증권은 KDB산업은행으로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도 국내 대표 증권사로 자리매김했다. ‘증권업계 사관학교’라고 불릴 정도로 증권가를 주름잡으면서 전 분야에서 고른 실적을 올리고 있다.

최근 미래에셋대우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지시로 업계에서 압도적이었던 주가연계증권(ELS)의 발행을 줄였고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제재로 석유기업 로스네프트 지분 등 국영기업 지분 매각에 나섰다.

3. 미래에셋증권(3조4136억원)-미국

미래에셋증권은 미국과 닮았다. 1999년 설립돼 다른 증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다는 점. 박현주 회장이 고객중심의 경영을 바탕으로 한 끊임없는 혁신을 강조하면서 국내 자본시장 국면 전환을 이끌어왔다는 점 등이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이 영국 청교도가 개척한 나라라면 미래에셋증권은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 출신이 주축이 된 이른바 박현주 사단이 일궜다. 잘 나가던 미국이 1929년 대공황을 겪으면서 침체에 빠졌다면 미래에셋은 2008년 ‘인사이트펀드 악몽’을 경험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미래에셋대우와 합병을 통해 초대형 증권사로 발돋움하면서 금융투자업계의 ‘슈퍼파워’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다른 증권사보다 해외법인을 통해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전세계에 군대를 주둔시켜 사실상 세계를 컨트롤하고 있는 미국과 비슷한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이 50개의 주로 이뤄진 것처럼 미래에셋증권은 부문 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4. 삼성증권(3조3848억원)-인도

삼성증권은 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그룹의 일원으로 삼성전자 등 뛰어난 계열사들로 인해 그룹에서 명성에 비해 각광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고객예탁자산이 176조원에 달할 정도로 다른 증권사를 압도하고 있고 삼성그룹 내 증권사답게 폭넓은 고객 네트워크를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도 삼성증권 사장을 지냈다. 특히 삼성증권은 삼성그룹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 임원들의 자금을 관리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는 세계 2위의 인구를 보유한 국가로 올 1분기 7.9%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현재 미국 실리콘벨리에서는 순다르 피차 구글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등 대다수의 글로벌 IT 기업에서 인도인들이 독보적인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후계자로 낙점됐다 전일 전격 퇴진을 발표한 니케시 아로라 부사장도 인도 출신이다.

삼성증권은 지난해부터 인도 중소형주에 집중투자하는 펀드를 선보이는 등 인도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또 ‘모든 인도인이 삼성 제품을 가지고 싶어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삼성은 인도에서 높은 인지도와 인기를 누리고 있다.

5. 현대증권(3조2093억원)-프랑스

프랑스는 선진국 중에서도 노동조합의 힘이 세기로 유명한 나라다. 최근에도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노동법 개정에 반발해 대규모 시위와 파업이 벌어지고 있다.

노동법 개정안은 주 35시간인 노동시간을 최대 46시간(특별한 경우 60시간)까지 늘릴 수 있게 했고, 수주 실적이나 영업 이익이 줄면 정리해고가 가능하도록 해고 요건도 완화했다. 대규모 시위로 인해 에펠탑이 일시적으로 문을 닫는 등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현대증권 노조는 증권가의 대표적 강성노조다. 과거 회사 측과 노조는 법정투쟁도 불사했다. 이번 현대증권 인수전에서도 직접 인수후보를 검증하겠다고 나서고 사모펀드와 한국투자증권으로의 피인수를 반대하는 등 여느 증권사와는 다른 강력한 노조의 ‘실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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