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새누리당 복당을 놓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유승민 의원이 복당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김해 신공항 선정을 놓고 딴지를 걸고 나섰다. 일부 해당 지역의원들을 제외하고는 여야가 지역갈등 해소와 정치적 판단이 아닌 경제적 결정이라고 반기는 분위기와는 딴판이다. 유승민 의원은 김해 신공항과 관련 22일 "어안이 벙벙하다"며 정부의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동남권 신공항 사업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역대 정권부터 10여년을 끌어 온 난제 중의 난제였다. 21일 타당성 조사 결과 김해 신공항으로 낙점됐다. 김해 신공항은 TK와 PK가 부산 가덕도냐 경남 밀양이냐를 놓고 지역 갈등으로 내닫던 분열상을 잠재울 솔로몬의 지혜이자 묘수로 평가 받고 있다.
 
김해신공항 선정에 대해 그동안 박근혜 정부와 각을 세워오던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도 중립적인 결정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비교적 중립적 결정으로 모든 갈등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결과를 존중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신공항 갈등을 유발한 정부 책임 크지만 대한민국 미래 위해 전진"이라고 평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박근혜 정부 아래서 가장 책임 있는 결정"이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밀양 유치에 앞장섰던 홍준표 경남지사도 김해 신공항 선정 소식에 "정치적 결정이지만 수용할 수 밖에…영남권 전체 갈등 안된다"고 수긍했다. 가덕도 유치를 희망했던 김기현 울산시장은 "아쉽지만 정부가 균형적 시각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보고 존중 하겠다"고 밝혔다.

   
▲ 유승민 의원이 복당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김해 신공항 선정을 놓고 딴지를 걸고 나섰다. 유승민 의원은 누구보다 지역여론을 자극하고 갈등을 부추기는 언동을 자제하고 '백의종군'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여당의 4·13총선 참패 책임과 복당 문제로 새누리당 내분의 원인 제공을 한 유승민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공항 관련 5개 시·도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김해공항 확장에 대해서 그동안 일관되게 안전문제를 들어서 영남권의 공항으로 허브로 쓰기에는 불가능하다. 이렇게 오래 이야기했고, 특히 부산에서 오래 주장해왔다"며 "이제까지 오랫동안 불가능하다고 해놓고 최선의 대안이라고 하니 이 점에 대해서 부산은 물론 대구 주민들께서 납득을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해공항 확장 관련 고속도로 인프라 (비용이) 6000억 원이라 했는데 충분한 예산인지 철도나 고속도로 예산 달라지면 예산이 완전 달라지는 거니까 설명이 필요하다"며 "그동안 계속 불가능하다고 하다 갑자기 최선이라고 하니 어안이 벙벙하다"며 정부의 답변을 요구했다.

유승민 의원이 '어안이 벙벙하다'고 지적한 것은 사실상 21일 동남권 신공항 최종 보고회에 이미 언급된 사실들이다. 국토교통부 의뢰로 타당성 연구 용역을 벌여온 프랑스 ADPi(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는 경제성·환경성·안전성 등을 따져봤을 때 최적의 장소는 김해 신공항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ADPi는 성장 가능성, 접근성, 사업비를 비롯한 일곱 항목을 반영한 네 가지 편가 시나리오에서 김해 신공항이 죄고점을 받았다고 밝힌바 있다. 1000점 만점에 김해신공항은 817~832점을 받은 반면 밀양은 640~722점, 가덕도는 495~635점에 그쳤다. 특히 건설비용에서 김해신공항은 4조1657억 원으로 가덕도 7조4734억~10조2014억 원, 밀양 4조5342억~5조8212억 원보다 최소 3685억 원에서 최대 6조357억 원원의 차이를 보였다.

객관적 자료가 공표됐음에도 유승민 의원은 정치적 갈등을 만들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저부터 납득이 돼야 국민에게 설명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유 의원의 발언에 최경환 의원은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최적의 대안이라는 결론이 났기 때문에 대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면서 "TK도 PK도 서운한 감정이 있는데 정치권이 자꾸 부추기면 안된다"고 꼬집었다.

영남권 신공항이 김해로 낙점된데 대해 전문가들도 "객관적인 근거를 토대로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며 "김해공항이 상생의 모델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 등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유승민 의원은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시절 정부와 각을 세우다 사퇴했고 4·13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다 탈당해 무소속으로 배지를 달았다. 그런 그가 다시 복당을 택했을 땐 백의종군의 심정으로 가야 한다. 몇몇 지역정치인들과 자치단체장, 지역 언론들의 지역 이기주의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유승민 의원은 누구보다 지역여론을 자극하고 갈등을 부추기는 언동을 자제해야 한다. 더 이상의 배신은 자신에게도 국민에게도 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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