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6. 한국투자증권(3조1713억원)-독일

한국투자증권은 4대 금융지주가 거느린 여타 증권사와는 달리 한국금융지주의 핵심 역할을 하는 계열사다. 다른 증권사들이 그룹이나 지주 내에서 속칭 ‘서자’ 역할을 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처럼 대기업이나 4대 금융지주의 계열사가 아님에도 업계의 최상위권 증권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데는 오너인 김남구 부회장과 직원들의 우직함과 성실함이 배경이 됐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은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의 도약을 위해 해외 명문대학 출신을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독일은 영국·프랑스보다 산업혁명에 늦으면서 뒤쳐졌고 두 번의 세계대전에서도 모두 패했지만 국민 특유의 근면성으로 유로존 최대 경제 강국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과학자 출신의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의 번영을 위해 디지털 산업화, 인더스트리 4.0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4차 혁명을 선점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노동력 확보를 위해 난민들에도 상대적으로 관대하다.

7. 신한금융투자(2조4749억원)-일본

단순히 신한금융지주의 대주주가 재일교포라는 이유만은 아니다. 증권사답지 않게 신한금융투자는 보수적이고 신중하다. 지난 2013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 요건(자기자본 3조원 이상)이 발표되자 증권사들이 앞 다퉈 몸집을 불렸지만 신한금융투자는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 3년이 지난 지금도 5000억원 유상증자에 대한 소문만 있을 뿐 아직도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일본인 특유의 조심스러움과 일맥상통한다. 일본인들은 금리가 마이너스로 내려가도 맹목적으로 저축하면서 위험을 극도로 회피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신한증권 출신의 강대석 사장 취임이후 신한금융투자는 과거보다는 다소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보수적인 금융지주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인 상태다.

8. 하나금융투자(1조7936억원)-캐나다

대한투자신탁이 전신인 하나금융투자는 증권가에서 큰 존재감을 나타내지는 못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한 KEB하나은행의 총자산이 339조원에 달하는 ‘메가뱅크’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하나금융투자가 하나금융그룹에서 명함을 내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같은 언어를 쓰며 역시 다민족 국가인 캐나다는 미국의 그늘에 가려 국제사회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하고 있다. 인구면에서도 3억명을 보유한 미국과 3500만명에 불과한 캐나다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9. 메리츠종금증권(1조6765억원)-한국

불과 몇 년 전만해도 한국 증권사인지 외국계 증권사인지 아는 사람이 적었을 정도로 이름이 없었던 메리츠종금증권. 그런데 최근에는 당당하게 10대 증권사에 이름을 올렸을 뿐 아니라 20%를 넘나드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기록하면서 다른 증권사 직원들을 뻘쭘하게 만들고 있다. 비결은 바로 철저한 성과주의 도입. 메리츠종금증권 영업직군의 경우 수익의 절반을 인센티브로 주는 조건을 내세우면서 급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증권사에 비해 계약직 직원 비율이 70%이상으로 높아 고용이 불안정하고 잘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직장이지만 실적이 떨어지는 직원에게는 계속 다니기 어려운 곳이 메리츠종금증권이다. 이는 인적자원에 기댄 압축성장, 최근의 고용불안, 빈익빈 부익부 현상 등 한국 경제 급성장의 부작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 같다.

   
▲ 사진=Pixabay

10. 대신증권(1조6649억원)-영국

한때 증권가를 호령하던 전통의 강호. 과거의 영광은 내줬지만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증권사다. 전성기에 ‘해가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면서 말그대로 전세계를 접수했던 과거 대영제국이 생각난다. 영국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있고 대신증권에는 이어룡 회장이 있다.

여의도 본사 사옥을 신영증권에 팔고 올해 말 35년 만에 명동으로 복귀하는 대신증권을 보면 최근 43년 만에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를 시도하는 영국의 모습과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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