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정책금융 수행 역량 및 효율성 제고 등 6개 혁신과제 발표
[미디어펜=김재현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16년간 매각 기회가 있었음에도 실행하지 못한 것이 크게 아쉽다"

검찰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정조준하고 있는 가운데 국책은행이자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사태에 대해 짧은 소회를 밝혔다.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중견기업연합회 강연을 마친 후 밖으로 나오다 기자들에게 대우조선해양 등 현안에 대해 질문을 받고 있다./연합뉴스

23일 이동걸 산은 회장은 산은 본점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책금융 수행 역량 및 효율성 제고를 골자로 한 6개 혁신과제를 발표하면서 산은의 환골탈태를 약속했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상대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 의지만으로 안되는 어려움은 있지만 빠르고 과감한 결단으로 피해 최소화에 주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회장의 이날 발표는 크게 두가지. 산은이 국익을 위한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혁신 로드맵 마련과 과감한 구조조정 추진이다.

그는 "돌이켜 보면 경기 사이클과 산업 전반을 보는 안목이 부족했으며 좀 더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점, 과거와 과감히 단절치 못한 관행 등 부족함이 컸다"면서 "이번 일을 전화위복 계기로 삼고 재발되지 않도록 사즉생의 각오로 전면적으로 쇄신해 거듭 나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구조조정 특별자문단 신설이다. 구조조정본부의 투명성을 높이고 산업분석 연구기능를 강화하기 위해 조사부를 확대 개편한다. 정책금융의 싱크탱크 역할을 맡는다.

출자회사의 관리 강화된 포함됐다. 올해 2월 기설치된 관리위원회를 통해 출자회사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132개 비금융 출자회사 조기매각 추진, 비금융 출자회사 임원추천절차도 엄격한 심사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외부의 전문성 있는 인사에게도 개방된다. 이를 통해 적임자를 선임하며 산피아 논란을 근절키로 했다.

여신심사 및 자산포트폴리오 개선작업도 병행한다. 산업 전체에 대한 심도 있는 전망을 바탕으로 특정산과 기업에 편중되지 않도록 자산포트폴리오를 관리할 방침이다. 더불어 차세대 먹거리 발굴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익스포저(위험노출) 관리를 통해 건전성과 손익변동성의 안정적 관리를 목표로 삼았다.

미래정책금융 비전도 제시한다. 예비 중견기업 지원 강화, 미래 신성장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금융 해외진출을 선도하며 기업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성과중심 인사조직제도을 함께 손 본다. 평가 보상 등 인사관리 전반을 직무와 성과 중심체계로 전환하고 조직운영 효율성을 높일 요량이다.

대외소통을 한층 강화한다. 설명회나 세미나 등 대외 소통과 임직원 윤리의식을 강화하며 사회적 책임 실천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기관이 된다는 복안이다.

이 회장은 "6대 혁신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와 내부 직원이 함께 참여하는 KDB혁신위원회를 신설할 것"이라며 "9월 말까지 전면적인 혁신 로드맵을 만들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혁신위 전체 인원은 40~50명으로 운영되며 3개의 하위 위원회로 구성된다. 1개 위원회에 10~15명이 배치될 예정이다.

더불어 조선해운업 등 당면 구조조정 추진에도 소홀함없이 만전을 기하겠다고 다짐했다.

구조조정 현안은 그리 녹록치 않다. 조선업은 수주 절벽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해운업은 주요 항로운임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장기 침체로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올 기미가 없다.

이 회장은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난제가 많지만 국민들이 주신 소명의식으로 관계당국과 함께 혼신의 힘으로 조선해운에 대한 구조조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산은이 산업발전과 기업구조조정, 위기 시 시장 안전판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 점 등  소개하면서 격려없는 질책 여론에 대한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조선 구조조정 추진의 불미스러운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구조조정 현안 해결이 산은에게 부여된 엄중한 명령이라고 생각하고 긴장의 끈을 놓치 않겠다고 역설했다.

그는 "세계적인 불황으로 인해 국내 경제 어려움 속에 저희마저 심려를 끼쳐드려 크나큰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하지만 KDB는 위기극복 DNA가 있는만큼 전 임직원들이 환골탈태할 것이며 용기를 잃지 않고 정책금융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관심과 성원을 부탁한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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