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민영화 기대감 고조…건전성, 수익성, 주가순자산비율 전력투구
[미디어펜=김재현 기자]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우리은행 민영화 성공시켜야 하는 부담이 크실텐데요"

"임기와 민영화를 연결시키지 말아달라. 은행장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지난 23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예금보험관계 설명·확인제도 시연회에 기자들과 만나 민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 사진은 이광구 우리은행장 취임 모습./연합뉴스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임기는 올해 말 12월30일로 종료된다. 우리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는 당시 이광구 부행장을 최종 후보를 선정했다. 경쟁력 제고와 숙원과제인 민영화를 기대했던 만큼 영업통인 이광구 부행장이 제격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은행장 임기가 3년인데 반해 2년으로 정하며 임기 1년을 줄였다. 이 행장은 취임 일성으로 "우리은행은 민영화라는 역사적 과제를 앞두고 있다"며 우리은행 민영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벌써 반환점을 돌아  6개월이 남짓한 임기만료가 다가오면서 민영화 성과는 뚜렷하지 않다. 기자의 질문에 부담스럽기도 할 것이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4수 처지가 된 우리은행 민영화가 임기 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리라는 보장도 없을 뿐더러 장담할 수 없는 투자 환경과 변화에 따라 가늠할 수 없기에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대신 임기라는 민감한 이슈보다 우리은행 민영화 질문에 유독 자신있는 어투다. 그의 생각이오직 민영화으로 꽈 차 있는 듯 했다. 이 행장에게 민영화 기대감이 엿보였다. 금융당국과 우리은행이 투트랙(Two-Track)으로 박차를 가한 민영화 의지가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과거와 달리 우리은행 매각 상황이 크게 달라진 까닭이다.

이 행장의 기업설명회(IR) 광폭 행보로 외국인 지분율이 상승했다. 그의 올 상반기 50곳 가까이 IR 발자취를 남겼다. 지난 2월16일부터 9박11일간 싱가포르와 유럽에서 IR을 진행했다. 5월 중순 1주일 가량 미국 IR행에 몸을 실었다. 이달 15일부터 1박2일간 일본 기관투자자 6곳을 방문했다.

싱가포르와 유럽 IR행 이후 우리은행 외국인 지분율은 20%에서 25%가량 상승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IR를 진행해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고 들어오고 있다"면서 "민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분위기는 좋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우리은행 민영화에 열심이다. 지난해 유력 투자 후보로 거론됐던 중동 국부펀드와 협상을 가졌다.  답보상태이긴 하지만 곧바로 대체투자자 물색에 나섰다. 24일 언론을 통해 중국 안방보험이 우리은행 지분 매각 때 주식 10%를 매입할 뜻을 금융당국에 통보했다는 소식도 나왔다.

우리은행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보유 지분은 51.06%(3억4514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만일, 안방보험의 기대대로 10%를 매입한다면 우리은행 5대 주주에 포함될 수 있는 규모다. 우리은행 매각방식을 과점주주방식으로 해 지분을 4~10%씩 나눠 파는 쪽으로 확정할 가능성이 높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우리은행 민영화 가능성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임 위원장은 23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한 시연회에 참석해 기자들에게 "우리은행 매각 여건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이런 점을 감안해 의지를 갖고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민영화에 대한 긍정적인 판단은 무리 없어 보인다. 우리은행은 2014년 3분기 이후 당기순이익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구조조정 지원과 향후 경기불확실성에 대비한 충당금 리스크도 줄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593억원을 실현했다. 전년 대비 143.3% 큰폭으로 증가한 수준이다. 순영업수익은 이자수익, 수수료 이익의 고른 증가로 5조468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5150억원 증가했다. 또 철저한 리스크 관리에 따른 대손비용 감소에 기인했다.

이 행장 취임 1년간 자산건전성 개선을 위한 뒷문잠그기가 주효했다. 조선 4사의 고정이하여신(NPL)을 제외한 비율은 1.23%, 연체율은 0.82%로 전년 말 대비 각각 0.39%, 0.06%p 하락했다.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해 조선, 해운 등 경기민감업종에 대한 충분한 선제적 충당금 적립을 통해 NPL 커버리지 비율도 큰 폭 개선돼 자산건전성 부문에서 안정권에 진입했다.

구조조정 이슈의 중심에 선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에도 부담이 크지 않다. 이미 300억원 대손충당금을 적립해 놓았다. 대우조선해양의 여신 등급 재분류로 정상에서 요주의로 단계를 내린다하더라도 200억 가량으로 은행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어느 해보다 실적 훈풍으로 여건이 조성되면서 주가관리에 전력투구하는 중이다.

올 초 싱가포르와 유럽 출국 전 8000원대 중후반에 맴돌던 우리은행 주가는 해외 IR 소식에 9340원(4월12일 종가기준)으로 상승한 후 꾸준히 9000원대를 유지했다. 지난 23일에는 1만원대를 넘은 1만250원(당일 종가)을 기록했다. 24일 12시40분 현재 전일대비 400원 하락한 9860원을 기록 중이다.

일각에서는 민영화를 위해 공적자금 회수가 가능한 가격인 1만2900원까지 올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은행측에서는 주가 1만1350원까지 올라가면 매각 속도가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곧 매각공고가 발표된다면 주가는 20% 가량 상승할 것을 염두해두고 있다.

이 행장은 "주가 관리에 신경을 바짝 쓰고 있는 상황"이라며 말했다.

특히 외국 투자자들의 관심은 건전성과 수익성,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에 있다. PBR은 주가와 1주당 순자산을 비교해 나타낸 비율이다. 주가가 순자산(자본금 및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의 합계)에 비해 1주당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 측정하는 지표다. 

영업수익상 주요 시중은행과 비슷한 수준에 올라왔지만 PBR이 0.36배여서 신한지주(9.64), KB금융(0.46)보다 낮기에 추가적인 주가 상승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불어 정부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함에 따라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가시화하고 내년까지 이번 정부가 유지될 수 있는 경제상황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이 행장은 "현재까지 IR을 통한 투자자들의 분위기는 좋다"면서 "유력 투자자의 윤곽이 드러난다면 금융당국과 상의해 좋은 방향으로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재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