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류' 예상 깨고 '탈퇴' 표 쏟아져…환율‧주식시장 대혼란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최근 금융권 한 고위인사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난 3월 개봉한 영화 '런던 해즈 폴른' 얘길 꺼냈다. 이 영화는 영국 수상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28개국 정상들이 런던에 모인 상황에서 무차별 테러가 발생해 전 세계가 패닉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테러까지는 아니어도 브렉시트(영국 EU 탈퇴)가 현실화 된다면 '런던 해즈 폴른(London has fallen)' 그 자체겠죠. 세계 금융의 중심이라는 런던의 위상에 타격이 불가피할 겁니다. 영국인들의 책임감을 믿어 봐야죠."

   
▲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가 현실화 되면서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연합뉴스


영화 같은 상상은 현실이 됐다. 한국시각으로 24일 오전 6시 브렉시트 투표가 마감된 직후에만 해도 EU '잔류'를 예상하는 시각이 많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엎치락뒤치락하던 개표 결과는 낮 12시경 '탈퇴(Leave)'가 '잔류(Remain)'를 100만 표 가까이 압도하면서 금융시장을 패닉으로 몰아넣었다.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8시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개최해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종합적으로 살폈다. 이때만 해도 관계자들은 '잔류' 쪽에 무게를 두면서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르는 탈퇴에 대비한다는 분위기였다. 

시장총괄팀 김인구 팀장은 "브렉시트 투표가 '잔류'로 결정 나기만 한다면 심리적 충격이 다소 있긴 하겠지만 시장이 급변동 할 만한 상황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환시장팀 김기훈 팀장 역시 "잔류되면 큰 영향은 없겠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시장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만에 하나'가 현실이 된 시각은 오후 2시 경이었다. '탈퇴' 찬성이 약 1670만 표에 도달하면서 남은 표수에 관계없이 결과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이미 그 이전부터 코스피 시장은 장중 한때 1900선이 붕괴될 정도로 큰 혼란을 겪었다. 

코스닥 시장도 장중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동반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30원 가까이 폭등하고 있으며 달러‧파운드 환율은 장중 10% 가까이 폭락하면서 1985년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오전 8시에 개최한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오후 2시에 다시 개최해 대책을 논의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또한 긴급 실물경제회의를 개최해 "한국의 수출과 투자에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며 여론의 진정을 당부했다.

정부와 여당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당정은 브렉시트 투표 결과 발표 직후 국회에서 긴급 현안점검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새누리당 최고의 경제통으로 손꼽히는 김종석 의원은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에 악재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지금과 같은 한국 외환‧주식시장의 혼란은 다소 과도하다는 생각도 든다"며 우려했다. 김 의원은 "청와대가 발표한 '거시건전성 3종세트'를 당 차원에서도 함께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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