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로 향후 파운드화와 유로화 가치가 떨어져 유럽산 명품 가격도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25일 한 수입 명품 브랜드 관계자는 "환율 변동은 판매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며 "장기적 환율 변화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판매되는 유럽산 제품 가격을 끌어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의 여파로 영국 파운드화와 유로화 가치가 계속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유럽산 수입 제품의 국내 판매가 역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샤넬은 지난해 3월 유로화 약세가 심화하고 아시아 통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동일 제품의 유럽 내 가격과 아시아 지역 가격 차이가 벌어지자 한국과 중국 등에서 일부 인기 제품 가격을 20% 인하한 바 있다.

다만, 명품 브랜드 관계자들은 가격 결정 요소 가운데 환율 변동 외 다른 변수가 많은데다 환율 급등락이 곧바로 제품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만큼 가격 조정이 급격하게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명품 브랜드 관계자는 "통상 글로벌 본사에서 연중 한 차례 정도 가격을 조정하는데 환율 급변동은 이때 고려할 요소"라며 "하루 이틀 환율이 급등락했다고 해서 곧바로 가격을 환율에 연동시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버버리 등 영국 브랜드의 경우 브렉시트에 따른 가격 변동의 방향을 짐작하기가 더 어렵다.

버버리는 상당 비율의 잡화와 의류를 이탈리아에서 생산하며 유로화를 결제 통화로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유로화 가치에 비해 파운드화 가치가 훨씬 많이 떨어지면 원자재 구입과 인건비가 늘어나 오히려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할 경우 영국산 제품이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대상에서 빠지면서 관세가 붙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국내 면세점 업계에서는 이번 브렉시트가 중국인 관광객을 놓고 일본 면세점과 벌이는 경쟁에 다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 면세점 마케팅 담당자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서 가장 큰 경쟁국이 일본인데, 브렉시트로 유로화 약세와 함께 엔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면 국내 면세점이 유리해진다"며 "우리나라 면세점은 상품 가격을 달러화로 표시하는 반면, 일본 면세점은 엔화로 표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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