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열아홉 살 비정규직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이 묻혀가던 억울한 죽음의 사연들을 들춰내고 있다. 그의 죽음마저도 자칫 그렇게 묻혀갈 뻔 했지만 시민들의 분노와 추모의 불길이 진실을 요구했다. 그리고 뿌리 깊은 죽음의 어두운 실체가 한 꺼풀씩 벗겨지면서 충격을 던지고 있다.
 
25일 방송되는 SBS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세 번이나 반복된 참사에도 멈추지 않는 잔혹열차 지하철 2호선 괴담을 다룬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그야말로 죽음의 먹이사슬로 얽히고 설킨 내막을 파헤친다.

2013년 1월, 서울지하철 2호선 성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정비업체 직원 37살 심 모씨가 열차에 치여 숨졌다. 당시 경찰은 서울메트로와 은성PSD의 과실은 수사조차 하지 않았고 숨진 심 씨가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2015년 8월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던 유진메트로컴 직원 29살 조 모 씨가 열차에 치여 숨졌다. 조 모씨의 죽음 역시 주목 받지 못한 채 유가족들의 애만 태우며 야속한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열아홉 청년 김 군의 구의역 사고가 있기 전까지는. 김 군의 죽음이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키자 9개월이 지난 최근 경찰은 강남역 부역장과 유진메트로컴 임원 등 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결정했다.

   
▲ 죽음의 먹이사슬 악의 축은 과연 무엇일까?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쳐.

2016 5월 28일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19세 용역업체 직원이 김 모군 사망했다. 김 군의 죽음도 그냥 묻혀가는 듯 했다. 시민들이 그를 추모하기 전까지는.

한 시민으로부터 시작된 강남역 사고현장에 그를 추모하는 포스트잇이 나돌고 꽃다발이 놓이면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점차 죽음 뒤에 어른거리던 거대한 먹이사슬과 22년간 은폐되어 왔던 검은 계약의 뒤에는 역시 돈이 있었다. 22년간 독점계약과 근로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스크린도어 고정문의 비밀. 그리고 메피아.

지하철에서 투신하는 사람들이 끊이질 않자 서울시는 스크린도어를 설치키로 했고 서울 지하철 1호선부터 4호선까지 관리하는 서울메트로는 2009년 말까지 스크린도어 설치를 완료했다. 이후 투신은 급격히 감소했지만 반면 근로자들의 사고는 늘어나기 시작했다.

근로자의 안전보다 광고 수익을 위한 '죽음의 문'이 된 스크린도어의 문제점을 파헤치던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도 놀라운 현실을 마주한다. 2003년 스크린도어 설계 속에 근로자들의 안전은 없었다. 소위 고정문으로 인해 열차가 들어 와도 작업중인 근로자는 피할 수가 없다. 그야말로 죽음의 문이 된 것이다. 놀라운 것은 광고를 위해서였다는 점이다.

뿐만이 아니다. 스크린도어 수리공들을 죽음으로 내몬 건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원청에 하청에 재하청까지 여기에 메피아도 가세했다. 근로자의 안전과는 철저하게 거리가 먼 그야말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이어지면서 죽음의 먹이 사슬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하청에 비정규직으로 이어지는 우리 사회 밑바닥 노동자들의 민낯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죽음의 먹이 사슬로 이루어진 노동구조와 검은 커넥션을 추적한다.

열아홉 비정규직 청년은 쥐꼬리 월급을 쪼개 가족을 돌보며 미래를 꿈궜다. 시간에 쫓겨,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밥 대신 컵라면으로 종종 끼니를 떼웠던 열아홉 청년에게 이 사회는 너무나 잔혹하고 가혹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근로자를 죽음으로 내 몬 고질병인 한국의 노동구조의 악의 축들을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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