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괴물 빌딩 난립, 문화콘텐츠 꽃 대궐로 살려야

   
▲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해운대가 문화산업을 하느라 안간힘을 써왔다. 그 결과 부산국제영화제로 쌓은 명성은 해운대 센텀시티 영화의 전당 벽면에도 걸려 연중 내내 번쩍이게 되었다. 파리 국립현대미술관 퐁피두센터 못지않은 위용을 자랑하는 영화의 전당 건물 앞 수영강을 따라 조금 가면 주요 기관들과 미디어기업들이 즐비하다.

최근 빅뉴스는 단연 서울에서 이전해온 3대 영상산업 기관들. 영화진흥위원회(KOFIC)와 영상물등급위원회,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지난해 나란히 해운대에 안착했다. 현지 분위기도 들썩거린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서태건원장은 “기대가 크다. 3개 기관이 부산에 왔으니 영화와 게임, 디지털콘텐츠 산업 인프라 확대와 시장 형성, 거래 활성화가 촉진될 것”이라 분석했다.

영화는 당장 해운대구 송정, 기장을 잇는 제작스튜디오 조성 사업이 큰 탄력을 받게 되었다. 게임산업도 해운대 벡스코가 컨벤션의 힘으로 끌어들인 마켓플레이스 겸 축제의 장인 G스타 행사가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때문에 해운대가 개척하는 길은 다른 지역들도 몸부림 치는 문화산업이나 예술, 관광, 전통지식, 미래 미디어, ICT가 결합하는 창조산업 표본으로서도 매우 중요해졌다. 앞으로 해운대가 하는 시도가 창조경제 공든 탑이 되도록 하는 것이 곧 창조산업 관계자들 임무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꼭 살펴야 할 핵심 성공요인이 있다.
 

해운대 난개발을 이길 창조적 리더십이다. 전에 없던 이벤트, 빈약했던 외형을 탈태하고 파란 거탑으로 치솟고 있는 해운대를 오히려 절제시킬 리더십이 필요하다. 왜 그리 되었나? 사실 광안대교 굴곡을 타고 진입하며 보는 해운대 스카이라인은 어디 지중해나 북미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100층을 넘는 거인들의 열병식, 두산 제니스와 현대 아이파크 구역은 맨하탄, 두바이 느낌이다. 꽃봉오리 불 밝힌 황홀한 야경은 관광 한류 8경에 들고도 남는다. 요트경기장 앞 파크 하얏트 호텔과 같이 입소문 타는 개성 넘치는 명소도 속속 늘고 있다. 게다가 달맞이 고개 문탠로드 따라 들어선 갤러리, 뮤지엄까지 가미하면 한국판 로열 컬처가 해운대에서 시작한다 할 만하다.

   
▲ 동백섬에서 바라본 달맞이 고개. 무질서한 초고층빌딩들이 달맞이고개의 스카이라인을 훼손하고 있다. 예쁜 얼굴 화장한다고 하다가 분장에서 변장으로 악화시킨 꼴이다. 창조경제의 메카로 거듭나기위해선 난개발을 지양해야 한다.

딱 여기까지다. 그만하는 게 좋았다. 문제는 더 해보겠다고 하는 지나친 욕심이었다. 예쁜 얼굴 화장했다가 덧칠하면 분장이 되고 더 바르면 변장이 된다는데 해운대가 지금 딱 이 꼴이다. 색조 화장을 넘어 분장, 저 너머 변장술로 쓸려가는 길목에 있다. 안타깝게도 과잉 난개발 성형 부작용이 해운대 심장부에서 나타나 버렸다. 달맞이 고개 위에 보름달도 걸려 넘어지고 말 기괴한 초고층빌딩들이 세워지고 말았다. 동백섬에서 보노라면 가뜩이나 해안선 따라 빽빽이 들어선 대형건물들 뒤를 받쳐주는 달맞이 고개 라인 목덜미와 등짝을 다시 굉음으로 찍어 누르는 콘크리트 말뚝 형상이다.

조선백자 달 항아리와도 같았던 달맞이 고개를 관통한 초고층 아파트 기둥들. 저층 AID 아파트 단지 재개발을 빌미로 들어선 탐욕과 난개발 악업들이다. 이건 정말 두렵다. 포토샵이라도 할 수 있다면 괴물이 된 난개발, 진격의 거인들 형상을 지워버리고만 싶다. 아예 원인을 제거한다면 더 좋을 테다. 무능하고 탐욕적인 리더십 말이다. 부산시, 해운대구, 건설사, 재개발업자 등등 한 통속이 되어 이제 갓 지역 창조산업 명소로 성장하고 있는 소년 해운대를 이용하려 든다. 해운대 프리미엄을 유린하고 독차지하려는 한탕주의 세력이 난개발 과잉 비문화, 반창조 주범들이다.
 

다행히 넉 달쯤 후면 지자체 선거를 한다. 단언컨대 해운대 향방은 어떤 시장, 어떤 구청장을 뽑느냐에 따라 결정될 터이다. 달맞이 고개 AID 아파트 재개발 만행처럼 경제가 문화를 압도하도록 방치해서는 창조산업을 할 수 없다. 반대로 부산국제영화제와 같이 문화를 키운 만큼 일자리를 못 만드는 것도 곤란하다. 해운대 아닌 쪽 시민들도 두루 두루 돈 버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진짜 창조산업이라 말할 수 없다. 행사용, 전시용, 의전용 축제로만 답보한다면 누가 달가워하겠는가?
 

이래저래 해운대라는 지역 창조산업은 몹시 거센 도전을 맞고 있다. 그러니 문화와 경제를 조화롭게 맞추고 실질적인 이익을 주는 창조산업을 담당할 명감독이 절실하다. 몇 번 더 난개발 자책골 차 넣다가는 꼴불견 해운대가 될 판이다. 애써 쌓은 파란 거탑이 비판과 비난의 쓰나미에 먹힐지 모른다. 잘 대처해 무분별함을 막아야 한다. 서울에서 온 중앙기관들 소임도 지엄하다. 영진위 등 기관들이 자칫 흐르기 쉬운 지역이기주의와 개발만능주의, 경제지상주의를 토닥거려야 한다. 어긋나는 지역 논리와 국가 논리를 중재하고 지역 입김과 글로벌 센스를 융화시키는 역할도 어쩌면 아웃사이더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다.
 

결국 창조적 리더십만이 해운대를 구할 수 있다. 운보 김기창이 갓 쓴 한국인 예수님을 그려 신선한 충격을 준 것처럼 해운대도 강력하면서도 편안하게 공감할 수 있는 뚜렷한 주제 느낌을 창조해 보여야 한다. 정체불명 우주정거장 같은 초고층빌딩들만 난삽하게 늘어선 기괴한 타운으로는 창조산업 꿈만 망가뜨린다. 인근 동래 문화예술, 남도 뿌리 깊은 전통지식을 철저하게 끌어들여 콘텐츠만으로도 으리으리한 문화밀림을 만드는데 정성을 쏟아야 산다. 무형으로도 거대하게 뿌리박은 문화콘텐츠 꽃 대궐로 기어이 해운대를 살려놔야 한다. 이런 힘센 청사진을 제시하는 총설계사라야 세계가 주목할 해운대 지역창조산업 리더가 될 자격이 있다.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