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대우조선해양의 수조원대 분식회계 의혹으로 회계 투명성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진 가운데 회계 부정으로 과징금을 부과받고도 내지 않고 버티는 법인과 개인이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융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이후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을 위반한 법인과 개인에 부과된 과징금은 211건, 377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실제 징수된 금액은 295억원에 그쳐 82억원이 걷히지 않았다.

외감법 위반 과징금은 대부분 분식회계를 저지른 법인 또는 경영진이나 업무 과실로 회계 부정을 적발하지 못한 회계법인에 부과된다.

미납액 가운데 법인이 내지 않은 과징금이 76억원으로 대부분(92.7%)을 차지했다.

A사는 2012년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고도 4년이 지나도록 한 푼도 내지 않았다.

A사를 포함해 1억원 이상 과징금을 미납한 곳만 17개사나 된다.

개인 중에는 김모씨 등 7명이 2010∼2012년에 5천만원씩 과징금을 부과받았지만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금융위는 과징금을 6개월 이상 미납한 개인이나 법인에 부동산, 차량 등 재산 조회를 거쳐 필요하면 압류조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드러나는 재산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아 장기 미납 과징금을 걷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재산을 조회하면 재산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는 사례가 많고 법인도 상장폐지가 되거나 누적 적자 등으로 과태료를 낼 여력이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과징금 징수에 시효는 없지만 금융위는 통상 5년 이상 장기 체납이 발생하면 현장 재산 조사 등을 거쳐 결손 처분하기도 한다.

회계 부정에 대한 처벌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과징금 부과 법인이나 개인의 은닉 재산 조사 노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의원은 "우리나라는 미국 등 금융 선진국보다 회계부정을 저질렀을 때 받게 되는 과징금이 적다는 지적이 있다"며 "현 기준으로 부과되는 과징금 집행 강도부터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분식회계를 저지른 법인과 개인에게 부과되는 과징금은 최대 20억원이다.

한 기업이 5년간 분식회계를 하다가 적발돼도 한 건의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간주해 최대 20억원의 과징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은 우리나라의 분식회계 처벌 기준이 너무 낮다는 지적에 따라 오는 8월부터 과징금 부과 규정을 고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분식회계 기간에 낸 사업보고서, 증권발행 보고서 등의 제출 행위마다 최대 20억원의 과징금을 물리도록 해 과징금이 지금보다 4∼5배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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