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사상 최악의 개인정보 유출사건 후 극약처방으로 내놓았던 금융사 전화영업(TM) 금지 카드를 철회했다.

수만명에 이르는 텔레마케터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언론보도와 업계의 항의, 뒤따르는 정치권과 여론의 질타에 결국 백기를 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당장 여론의 비난을 피하고자 현장을 무시한 무리한 정책을 입안해 죄없는 업계 종사자만 피해를 보게됐다는 비난을 면치 어렵게 됐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4일 금융위 기자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텔레마케팅 영업 제한 기간 축소의 배경에 대해 "당초 비상상황에서 취해진 한시적 조치였고, 합법정보 활용 사실이 확인되면 다시 허용할 방침이었다"며 "텔레마케팅 종사자들의 고용 동향을 점검하고 있었고, 외국계 보험사들의 서한도 들어왔다"고 말했다.

고 사무처장은 "외국계 보험사들이 통상문제까지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서한을 보내왔다"며 "텔레마케터들의 생계에 대해서도 잘 살필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당국의 이같은 결정에는 수만명에 이르는 금융권 텔레마케터의 생존권 문제에 대한 언론의 지적과 외국계 보험사 등 업계의 항의, 5일로 다가온 국회 정무위의 국정조사 등이 전방위적으로 금융위를 압박한 결과로 풀이된다.

현재 금융사 전체 텔레마케팅 종사자는 4만7,000명으로 추정된다. 이중 지난달 24일 시행된 비대면 영업제한조치로 인해 영업이 제한되는 적극적(아웃바운드) 텔레마케팅 종사자는 3만3,000명 수준이다.

이들 종사자들은 대부분 고용상태가 불안하거나 소액의 기본급과 함께 수당을 받는 형태로 일하기 때문에 금융위의 전화영업 금지 조치로 기본적인 생존권이 위협 받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는 "TM영업 중단은 법적 근거없는 폭력적 관치금융이며 노동자들에 대한 명백한 책임전가"라며 거세게 비판해왔다. 박근혜 대통령도 "선의의 피해자는 없어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금융위를 압박하고 나서자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슬그머니 철회를 발표하고 말았다.

결국 열흘만에 금융위는 금융사 전화영업 금지 조치를 철회했으나 "금융당국이 당장 여론 악화를 막으려고 '초강경수'를 내놨다가 여론을 더욱 악화시키는 '무리수'가 되고 말았다"는 비난을 면치 어렵게 됐다.[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