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결정으로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은 재빨리 주식 물량을 정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증시 안정, 혹은 저가매수를 위해 증권사와 연기금이 주식 물량을 담고 있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기관투자자 중 은행은 77억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브렉시트로 인해 지난주 24일 코스피지수가 3% 넘게 폭락세를 보이고 원·달러 환율이 29.7원 폭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흔들리자 정부와 금융당국이 차분한 대응을 주문했지만 은행은 주식을 팔아치운 것이다.

이에 비해 주로 증권사를 지칭하는 금융투자는 2585억원어치를 사들이면서 지수를 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기금 역시 232억원어치를 사들였고, 자산운용사인 투신도 1422억원을 순매수했다. 보험사도 33억원 규모를 사들였다.

이들의 매수세로 코스피지수는 이날 소폭(0.08%)이지만 상승세로 마감하는데 성공했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주식을 순매도한 기관은 은행을 제외하면 사모펀드(-167억원), 국가(-64억원) 뿐이었다. 은행은 지난 24일에도 코스피시장에서 124억원 규모 주식을 내다팔았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은행은 24일 66억원어치를 내다판데 이어 이날도 22억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이에 비해 금융투자는 24일 389억원어치를 사들였고 이날도 6억원이 넘는 금액을 사들였다.

이처럼 은행과 증권사가 증시에 대해 다른 행보를 보인 것은 증시에 대한 은행은 증시에 대한 투자비중이 적은데다 증권사에 비해 보수적인 투자행태를 보인 때문으로 풀이된다. 은행자금이 상대적으로 리스크관리에 더 민감하다는 뜻이다. 은행들의 이런 행태는 기업들이 ‘비 올 때 우산 뺏어간다’라고 비난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증권사 쪽은 단기 변동성을 노리는 자금이고 정부 정책이 나오면 증시가 반등한다는 과거 경험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며 “은행은 증권사보다 보수적인 투자행태를 보이는데다 규제도 많고 단기 모멘텀을 노리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중제 메리츠종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은행의 보수적인 조직문화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은행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투자 스타일의 기관”이라면서도 “다만, 모든 은행이 같은 투자 스타일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개인은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2108억원 규모를 내다팔면서 브렉시트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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