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국민의당이 창당 이래 최고의 위기를 맞았다. 김수민발 총선 리베이트 수수의혹으로 왕주현 사무부총장이 28일 서울남부구치소에 구속 수감됐다. 박선숙 의원은 17시간의 밤샘 조사를 받고 이날 오전 2시 45분쯤 나와 귀가했다. 검찰은 김수민 의원의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이날 오전 6시 국민의당은 긴급최고위원회를 열고 박선숙·김수민 의원의 일괄 제명(출당)을 결정했다. 오전 8시30분 열린 의원총회에서 최고위의 결정은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오후 열릴 국민의당 의총에서도 신중론을 주장하는 의원들이 만만찮아 결과를 점치기는 쉽지 않다.

당초 김수민 게이트 초기 대응이 미온적이었다고 당 지도부를 비판하던 의원들이 되레 지도부의 발목을 잡으면서 국민의당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안철수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 지도부가 갑작스레 공세적으로 나오는 건 국민여론 악화와 함께 급전직하하는 지지율에 대한 위기감이다. 안철수 대표의 '새 정치'는 김수민 리베이트 의혹이 터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돼 왔다.

   
▲ 안철수 국미의당 대표가 김수민·박선숙 리베이트 의혹으로 또 다시 리더십 도마위에 올랐다. /사진=연합뉴스

당내 ‘셀프 감사’ 등으로 어물쩡 거리다가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 여론까지 겹치면서 안철수 대표의 이미지는 물론 당 지지율도 직격탄을 맞았다. 더 이상 머뭇거리다가는 여론의 역풍은 물론 당내 갈등으로 당이 깨질 수도 있다는 절박감이 작용했다. 박선숙 의원이나 김수민 의원, 왕주현 사무부총장 모두 안철수 대표의 최측근이라는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0~24일 전국유권자 25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호남 지지율은 급락했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광주·전라 지역 국민의당 지지율은 24.9%로 37.2%를 얻은 더불어민주당에 크게 뒤졌다.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에서도 안철수 대표는 11.8%로 총선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국민의당 기반인 광주·전라 지역에서도 16.7%로 23.1%를 기록한 문재인 전 대표에게도 추월당했다.

차기 대선을 꿈꾸는 안철수 대표에게 호남 지지율은 절대적이다. 호남 민심이 이반하면 안철수 대표로서는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새 정치’ 위기감과 여론의 이반에 당면한 국민의당으로서는 제 1과제가 박선숙·김수민 의원과 선긋기다. 문제는 최고위의 결정에 반발한 의원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다.

안철수 대표의 리더십이 다시금 도마위에 오른 형국이다. 국민의당은 전체 38명중 25명이 호남의원들이다. 호남 지지율의 하락은 이들에게 또 다른 선택의 퇴로를 열어 놓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안철수 대표는 세 차례 대국민사과에서도 원칙적 대응을 천명했다. 하지만 더 이상 원칙 고수가 자칫 당의 좌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일괄 출당 등 강수로 선회했지만 이번에 의원들이 반발하는 복병을 만났다.

오후 열리는 국민의당 의총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든지 안철수 대표로서는 리더십의 상처를 입은 것만은 분명하다. 또 다시 안철수의 위기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