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검찰수사 창사 후 최대위기…동양적 효와 윤리 되살려야
[미디어펜=이서영 기자]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그는 지금 삶의 끈을 단단히 붙잡고 있다. 연말이면 드디어 완공되는 잠실 제2롯데월드(롯데월드타워) 초고층에서 태이프를 끊는 것이다. 123층에 555m의 제2롯데월드가 위용을 드러내면 신격호 회장의 숙원사업은 끝나게 된다.

이 마천루를 완공하기 위해 얼마나 애를 태웠는가? 90이 넘어서도 현장을 찾아 공사진척 상황을 챙겼다. 이곳이 가동되면그는 애국기업, 보국기업, 굴뚝없는 수출산업에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초고층타워는 관광한국의 가장 중요한 상징물이 될 것이다. 일본과 중국 동남아 관광객을 대규모 빨아들이는 관광효자산업이 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다이나믹 코리아, 박원순 서울시장의 I.SEOUL.YOU 캐치프레이즈를 더욱 생생하게 구현하는 명소가 될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 올해 1800만 명을 넘어 2000만 명, 3000만 명, 장기적으로 4000만 명까지 유치하는 인프라가 된다.

신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는 대한민국의 일자리와 먹거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이다. 한일 현해탄 경영을 통해 국가에 기여하고자 했던 그의 웅지와 비원은 이제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따지고 보면 잠실제2롯데월드는 얼마나 난관이 많았던가? 그야말로 신산고초였다.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대역사였다. 신 회장이 아니면 성사시키기 어려운 프로젝트였다. 그랬다. 노태우 정부 시절 비업무용 부동산을 매각하라는 청와대의 추상같은 명령에 순응했다면 지금의 대역사는 불가능했다.

   
▲ 신동주 SDJ 회장이 28일 신격호 총괄회장이 치매 치료를 받고 있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신동빈 회장 측은 이는 금도를 넘은 불법 행위라며 비난에 나섰다. /신격호 총괄회장 자료사진=SDJ코퍼레이션

그는 자신의 안일이나 사욕, 돈버는 것보다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했다. 굴뚝없는 공장, 달러박스를 지어서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고자 했다. 단지 상인이나 장사꾼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국가경제를 생각하는 기업가였다. 

초고층 프로젝트는 무산될 위기를 맞았다. 공교롭게 김종인 더민주 대표가 경제수석을 역임했던 노태우정부시절이었다. 김종인 당시 수석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관치경제의 화신이었다. 요즘 경제민주화로 주가를 날리지만, 대기업을 규제해서 나머지 99%의 불만을 대리만족시켜 주겠다는 포퓰리즘을 구사하고 있다.

김종인과 노태우 정부는 롯데의 잠실땅을 처분하라고 압박했다. 팔지 않으면 토지초과이득세 등 강력한 세금부과와 규제로 롯데를 힘들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격호 회장은 결연했다. 팔지 않았다. 장차 초고층빌딩을 지어 관광한국의 이정표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랐다.

소송도 불사했다. 노태우 정부의 강압적인 토지매각과 세금부과에 맞서 끈질긴 소송을 벌여 승소했다. 처분하지 않아도 됐다. 겨우 한시름 놓았다.

그때부터 난관이 수없이 다가왔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번번히 사업인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서울공항의 비행기 이착륙에 장애가 되고, 잠실일대의 교통체증이 심화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신 회장의 염원은 식지 않았다. 때를 기다렸다. 일본 대만 중국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등 경쟁국가들은 100층 이상 초고층빌딩을 잇따라 지었다. 경제규모 10위권 한국의 수도 서울만 번듯한 마천루가 없었다. 한국의 관료와 언론인들은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에 대해선 무지했다. 도덕군자들만 득시글거렸다. 적극 행정으로 일부에서 제기될 비난에 몸을 사렸다. 복지안동 관료들이 신격호 회장을 20년 가량 힘들게 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기회가 왔다. 실사구시적이고,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선언한 이 전 대통령이 롯데의 랜드마크사업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보인 것.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여서 대기업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 저성장 탈출 문제가 당면 과제였다. 이 전 대통령은 일부 군의 반대를 무릅쓰고, 롯데의 사업을 허가해 줬다. 당시 국토부는 미국 항공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서울공항 활주로를 다소 변경하는 조건으로 롯데의 숙원사업을 인가했다.

2010년은 신 회장에게는 역사적인 날이다. 이해부터 신 회장은 잠실 공사현장을 수시로 찾았다. 한국에 오는 달에는 어김없이 이곳부터 먼저 찾았다. 이곳 일부 쇼핑센터는 지난해부터 문을 열었다. 123층 초고층타워는 연말에 드디어 선보인다.

신 회장의 불굴의 의지가 결실을 맺고 있다. 거의 종착역에 도달하고 있다. 그동안 수십조 원을 투자했다. 모든 것을 걸고 그룹의 자원을 총동원했다. 일본에서 번 돈을 한국에 모조리 가져와서 이 숙원사업에 걸었다. 

신 회장의 생에 의지는 단단하다. 이 마천루의 완공을 반드시 보겠다는 결연한 마음을 놓지 않고 있다. 잠실제2롯데월드는 그가 숙원사업을 이루는 화룡점정이기 때문이다.

신 회장이 최근 병세가 완연해졌다. 90이 넘는 초노령으로 인해 육신의 질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남 신동주 SDJ회장측에서 28일 신 회장이 치매를 앓고 있다고 발표한 것. 국민들은 형제간 분쟁과정에서 보인 그의 불투명한 의사표명 등에서 그런 우려를 하기도 했다. 설마설마하던 질환이 장남측을 통해 발설된 것이다. 충격적이다.

동생 신동빈 그룹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 회장측에서 부친의 숨기고 싶은 병명을 공개한 것은 석연치 않다. 신동주는 그동안 경영권 분쟁과정에서 "부친의 건강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조해 왔다. 그는 부친의 권위를 업고, 동생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 박탈을 집요하게 노렸다. 신격호 회장이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하고, 신동주에게 물려 준다고 녹음돼 있는 테이프를 방송사 등에 공개하기도 했다.

   
▲ 동생 신동빈(오른쪽) 그룹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 회장측에서 부친의 숨기고 싶은 병명을 공개한 것은 석연치 않다. 신동주는 지금의 행태들이 어떤 부작용과 역풍을 가져올 것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은 현재론 동생이 압승하고 있다. 일본롯데측의 주주와 종업원지주회등이 신동빈 회장을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은 2004년그룹 정책본부장을 맡고, 2011년부터 그룹회장에 취임했다.

경영수완이 뛰어나고, 그룹계열사와 매출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롯데를 재계 5위의 그룹으로 부상시켰다. 부친 못지않게 혁혁한 실적을 올렸다. 부친의 가업을 멋지게 수성했다.

신동빈 회장은 자신을 축출하려는 형 신동주와 소송 및 경영권 분쟁에서 오히려 지배체제를 굳건히 다졌다. 한국롯데와 일본롯데의 경영권을 실효적으로 장악했다. 원톱체제의 기치를 내걸고 한·일롯데리더십을 확고히 했다.

신동주의 경우 일본롯데의 경영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일본롯데는 한국롯데의 17분의 1, 영업이익에선 14분의 1에 불과하다. 동생이 과감한 인수합병과 사업다각화, 덩치키우기에 성공을 한 반면 형은 실력발휘를 제대로 못했다.

동생을 쓰러뜨릴 비장의 카드가 무산된 신동주측이 최근 부친의 치매투병을 드러낸 것은 심각한 문제다. 창업주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다.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를 공표하는 것은 동양적 윤리와 효의 관점에서 우려를 낳게 한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부친의 치매문제를 드러낸 것은 아닌지 의혹을 초래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과 그룹측도 발끈하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를 창업주의 의사와 무관하게 치료기간과 약물내용까지 공개한 것은 금도를 넘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개인정보 불법 유포행위라고 강조했다.

신동주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장남으로서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억울할 수도 있다. 동양적 장자상속 원칙에서 보면 자신에게 와야 할 한·일롯데그룹 경영권이 동생에게 간 것에 대해 납득하지 못할 수도 있다. 

신동주는 생각해야 할 게 있다. 롯데는 국가와 국민, 임직원, 투자자와 협력업체 모두의 것이다. 경영권은 롯데일가가 갖고 있지만, 수 십만, 수 백만 명의 이해관계자들의 생존의 터이기도 하다.

대의는 멸친한다. 커다란 공의는 친척이나 혈육을 밟고 갈 수 있다. 롯데의 장래를 위해선 어떤 지배구조가 타당한지는 국민들이 냉철하게 파악하고 있다. 어떤 리더십이 적합한지는 이미 결론이 났다. 주주들이 판정했다. 일부 경영전문가들은 후계자 한 사람에 몰아주는 것이 그룹의 장기지속가능성을 높인다고 보고 있다. 쪼개서 나눠주면 경쟁력이 약화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투자자들은, 협력업체들은, 종업원들은 롯데가 영속하기 바란다. 분쟁을 해소하고, 글로벌 롯데그룹으로 비상하기 바라고 있다. 한국의 롯데를 넘어 세계적인 유통관광그룹으로 성장하기 바라고 있다.

부친의 치매질환을 공개해서 얻을 게 무엇인지? 무리한 사욕과 질투가 앞서면 어떤 후폭풍이 불 것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롯데는 심각한 내우외환을 앓고 있다. 검찰에서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창업주와 신동빈 회장의 자택이 압수수색을 당했다. 그룹정책본부와 주요 계열사들도 압수수색을 당했다. 그룹의 생존이 중대기로에 서있다. 검찰은 각종 횡령 배임 비자금조성 등 모든 가능한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롯데의 국내외 사업들이 잇따라 차질을 빚고 있다. 호텔롯데와 코리아세븐의 상장이 무산됐다. 롯데케미칼의 미국 액시올 인수도 틀어졌다. 그룹의 신인도는 추락했다.

경영권 분쟁속 검찰 수사까지, 주력사 상장 무산 등 경영계획 차질까지. 지금의 환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룹의 수십만 임직원들의 생계를 어떻게 하면 보장할 것인가? 국가경제에 어떻게 하면 기여할 것인가?

롯데의 갈 길은 멀다. 지금의 고통과 시련을 잘 이겨내면 지배구조가 투명해질 것이다. 원톱체제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대외신인도도 더욱 향상될 것이다. 비온 후에 땅이 굳어진다.

신동주는 지금의 행태들이 어떤 부작용과 역풍을 가져올 것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동생을 상대로 너죽고 나도 죽자는 식으로 전면전을 계속 진행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집안이 어려울 땐 단합한다. 싸움을 멈추고, 대동단결한다. 부친이 아프면 간호에 집중한다. 효는 윤리의 근본이다. 동양적 윤리는 지켜져야 한다.

국민들은 롯데의 영속적인 발전을 원하고 있다. 신동주는 동생과의 분쟁과 갈등, 소송을 부채질하는 측근들의 말을 잘 헤아려야 한다. 부친 신격호 회장이 연말 제2롯데월드의 준공테이프를 끊을 날을 학수고대하고 있음을 명신해야 한다. 창업주의 삶의 의지를 벌써부터 상실케 만들면 안된다. 형제들이 최소한의 효도는 해야 하지 않겠나 싶다.

부친의 명예를 이렇게까지 실추시키는 것은 안타깝다. 오늘의 롯데분쟁은 누가 일으키고, 사주하는지 국민들은 알고 있다. 롯데가 하루속히 안정되길 기대한다. 호텔롯데 상장이 다시 진행돼 투자재원을 확보하길 바란다. 투자자들도 우량주식을 사고 싶어한다. 롯데가 외국인 2000만 명, 3000만 명 시대의 일등공신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미디어펜=이서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