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의 경험이 주는 교훈일까? 투자자들이 무척이나 똑똑해졌다. 시장이 온통 공포에 휩싸였을때가 가장 주식에 투자하기 좋을 때란 점을 간파한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 금융위기로 우리 시장도 동반 폭락하고 있는 이 시점을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한 개인투자자들이 많아진 것이 확연히 눈에 띈다.

증시 전문가들의 의견은 물론 엇갈리고 있다. 신흥국 위기속에 한국 시장이 동반 급락한 지금이 투자하기 좋을 때란 의견이 있는 반면,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좀 더 상황을 지켜볼 것을 권하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한국은 다르다는 의견이 여의도에서는 우세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오전 10시38분 현재 전 거래일 보다 0.55%(10.47포인트) 오른 1,897.74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지수는 장 초반부터 상승 출발해 한때 1,900선을 돌파하기도 했으나 외국인이 아직 팔자세를 멈추지 않고 있어 더 치고 나가기에는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눈에 띄는 점은 이날 지수를 끌어올리는 투자주체가 개인과 기관이라는 점이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413억원, 677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다. 특히 저가 매수에 능한 연기금과 투신에서 연일 주식을 사 모으고 있는 것을 봤을 때 이들은 현재 시장이 충분히 싸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개인의 움직임이다. 개인은 설 연휴가 지난 3일부터 3거래일 연속 시장을 사고 있다. 순매수 금액만 6,000억원이 넘는다. 지난 설 연휴 기간 신흥국 금융위기가 확산됐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개인투자자들도 시장의 폭락을 예측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개인투자자들은 한국시장에 대한 믿음과 이에 근거한 저가 매수에 나섰다고 분석된다.

개인과 기관의 이러한 움직임은 충분히 근거가 있다고 보여진다. 당초 신흥국 금융위기 전부터 전문가들은 한국 시장은 다를 것이란 전망을 내놨었다. 세계 7위에 해당하는 충분한 외환보유고와 경상수지 흑자 기조로 달러 보유액이 충분해 미국이 돈줄을 죄도 감당할 체력이 갖춰졌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해외에서도 이번 신흥국 위기가 한국 시장 투자기회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30일 보스턴 소재 아카디안 에셋 매니지먼트의 존 치즈홀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신흥시장 증시가 급락하면서 매수 기회가 생기고 있다며 한국의 삼성전자, 현대차 등을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의 믿음은 더 확고해 보인다. 한국 경제 펀더멘탈이 아르헨티나 등 위기의 신흥국과는 확실히 차별화 돼 있고 현재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하로 떨어진만큼 저가 매수 기회라는 의견이다.

우리투자증권 김병연 연구원은 "코스피가 당장 반등하기에는 힘들 것으로 보이지만 추가 하락보다는 일시적인 충격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일시적으로 지나치게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코스피의 가격 조정 구간이 이어진다 해도, 위험자산을 선택한다면 바로 지금이 적절하다”며 "'올라가면 줄이자'에서 '떨어지면 늘리자'로 투자의견을 변경한다"고 말했다. 참고로 그는 여의도 증권가에서 가장 보수적인 전망을 하는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