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손실 감소일 뿐' 지적도…한은 "중장기 관점에서 판단"
[미디어펜=이원우 기자]브렉시트 여파로 금값이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다량의 금을 보유 중인 한국은행이 반사이익을 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시장 상황을 올바르게 예측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브렉시트 변수가 상황을 뒤집어 놓은 것. 물론 실현손익이 아닌 데다 그동안 입은 손해가 워낙 커 아직까지는 '평가손실'이 감소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29일 금융권과 인터넷 커뮤니티에 따르면 지난 23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결정 이후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국은행'을 화제로 한 게시물 하나가 올라왔다. '한국은행 의문의 1승'이라는 제목의 이 게시물을 클릭하면 '하필 비쌀 때 금 90톤 산 한국은행'이라는 제하의 기사 한 건이 캡쳐돼 있다. 

   
▲ 브렉시트 여파로 금값이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다량의 금을 보유 중인 한국은행이 반사이익을 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올해 1월 송고된 이 기사는 '국제유가 급락과 중국 경기둔화로 금 선호현상이 뚜렷해져 각국 중앙은행이 금 매입에 나서고 있다'면서도 "금 보유와 관련해서 한국은행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라고 꼬집고 있다. 너무 비쌀 때 대량의 금을 매입해 더 이상의 매수 찬스를 놓쳤다는 골자다. 

그러나 브렉시트 결정 이후 금값이 더 큰 폭으로 올라 한국은행은 가만히 있다가 '의문의 1승'을 거뒀다는 것이 이 게시물의 의도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말 현재 한은의 금 보유량은 104.4톤이다. 국제기구를 포함해 산정한 전체 순위에서 34위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선진국과 비교하면 그렇게 많은 수준은 아니다. 미국은 약 9000톤의 금을 보유 중이다.

한은의 현재 금 보유량 대다수는 전임 김중수 총재 시절에 매집됐다. 2010년까지만 해도 한은의 금 보유량은 14.4톤이었지만 김 전 총재의 '금 보유량 확충 계획' 이후 2011년 40톤, 2012년 30톤, 2013년 20톤 등 총 90톤의 금이 쌓였다. 

금 보유량은 한국은행이 매달 발표하는 외환보유액에도 포함된다. 5월말 기준으로 현재 한국은행이 보유한 외환은 총 3709억 달러이며 이 중 금은 1.3%인 47억 9000만 달러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금의 가치가 3년째 계속 47억 9000만 달러로 같다는 사실이다. 이는 금의 가치를 시가가 아닌 매입 당시 장부가격 기준으로 기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현재 국제시장에서 금 가격은 1트로이온스(31.1034768g)당 1315.68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를 환산하면 현재 한은이 보유한 금의 평가액은 44억1613만 달러다. 장부가격인 47억 9000만 달러와 비교하면 3만 7387만 달러의 평가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손실이 발생한 상태이긴 하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금값이 트로이온스당 1080원 대를 오갔음을 상기하면 당시 한은이 입고 있던 약 11억 4600만 달러의 손실이 3만 7387만 달러까지 줄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최근 폭등한 금값에 대해 한국은행 측은 '표정관리'를 하는 눈치다. 한국은행 서명국 외자운용연구팀장은 "어차피 투자목적이 아닌 위험분산 차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안전자산인 만큼 평가손익 변동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서 팀장은 추가적인 금 보유 계획에 대해서도 "중장기적 안정성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라고만 답변했다. 금에 대해서는 비상시 대비 보유를 강제하는 규정이 없어 한은의 판단에 따라 금 보유량을 조절할 수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금값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소재용 연구위원은 "브렉시트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노출된 유럽을 중심으로 위험자산인 주식 투자에는 신중해야 할 시점"이라면서 "변동성에 대한 위험이 잔존한 상태라 금의 경우 추가적인 상승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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