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춘은 김일성 부모에 훈장을 줄 사람" 논란의 진실
   
▲ 조우석 주필
'사고뭉치' 보훈처장 박승춘만 없어진다면, 대한민국 모두가 만사형통이고 만세다? 사사건건 국민화합을 가로 막는 주인공으로 낙인 찍혀온 그가 왜 여전히 집무하고 있느냐며 한 목소리를 내온 여의도 정치판과, 질 나쁜 한국 언론이 다시 한 건을 했다.
 
이번엔 그를 "김일성 부모에게 대한민국 훈장을 줄 길을 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 중인데, 완전 막다른 골목인 듯 보인다. "보훈처장 발언 논란…김일성 부모에 서훈 검토 가능"(조선일보 6월29일 6면) 보훈행정의 수장(首長)이란 사람이 반(反)대한민국-반역의 발언을 국회에서 버젓이 했단 말인가? 독자는 놀랄 수밖에 없다.
 
그 전날 국회 정무위에 출석했던 보훈처장과 야당의원들이 충돌했는데, 야당의 사퇴 압박에 박 처장이 막무가내로 버텼다는 기사다. 다음날 신문은 또 달랐다. "보훈처, 김일성 삼촌들 훈장 취소 추진"(중앙일보 6월30일 8면) 이건 또 뭔가? 보훈처장이 드디어 잘못을 뉘우치고 드디어 꼬리를 내렸다는 식의 '또 다른 오보'다.
 
이건 아니다. 인격모독과 함께 보훈행정의 진실을 가리는데 조중동과 국회까지 합세하고 있다니…. 필자인 나는 이 논란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해보기로 했다. 의외로 큰 문제다.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에게 묻지마 서훈을 남발했던 과정, 이걸 뒷받침한 좌파정부 보훈행정이 문제라면 문제이다. 물론 박 처장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게 재확인될 것이다.

-국회에서 보훈처장을 몰아세우던 더민주 의원 박용진이 꽤 흥분했더라. "보훈처장이 과오를 인정하지 않으려다가 큰 실수했다"는 식인데….
 
"그런 게 바로 적반하장 아닌가? 훈장 받는 당사자가 광복 이전 사망해 북한 정권에 참여하지 않았고 그래서 공적 내용이 포상 기준에 합당하다는 사실관계를 일단 보훈처장은 밝힌 것뿐이다. 그걸 허용한 현행 보훈법이 문제이고, 보훈처장도 개입 못하는 공훈심사위원회의 독립적 결정에 그렇다 판단을 바로 제시했으리라. 단 그런 발언을 거두절미한 채 '박승춘=김일성 부모에게 훈장을 줄 사람'으로 몰아가는 게 국회와 언론이다."

   
▲ 야당과 일부 언론들이 박승춘 보훈처장 죽이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사진은 지난달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ㆍ18 묘지에서 열린 '제36주년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유족 등이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행사장 진입을 막으며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훈처장이 합리적으로 설명했더라면 이런 평지풍파가 없었을 것 아닌가?

"그가 콩으로 메주를 쓴다고 했어도 말을 뒤집었을 것이다. 보훈처장이 취임 후 국회로부터 3번씩이나 해임촉구결의안의 대상이었던 걸 염두에 둬보시라."

-그래서 하는 말인데, 보훈처장의 처신에 좀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안 그렇다. 해임촉구결의안이란 것의 내용을 보라. 최근 것만 해도 얼마 전  6·25기념 광주 시가행진에 11공수여단을 참여하는 행사를 기획한 걸 ‘민주주의 역사를 거스르는 작태’로 몰아간 것이다.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그 전 해임촉구결의안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3년째 방치하여 국가기념곡으로 지정하지 않았고, 국민분열을 야기했다는 '죄목'도 있었던데….

"반복하지만, 그게 하늘 아래 둘도 없는 이 나라의 국회 수준이다. 국가정체성에 어긋나는 노래는 안 된다고 소신있게 말하는 게 과연 나쁜 태도인가? 외려 그 따위 노래를 기념곡으로 지정하자고 떼쓰는 국회가 결정적으로 국가와 정부에 해악이 있는 것 아니던가?"

-그러나 자꾸 찍히면, 박 처장의 앞날이 어떻게 될 지는 장담 못한다.
"걱정은 걱정이다. 단 단언컨대 당당한 보훈행정을 주도해온 애국자를 끌어내리는 폭거가 성공할 순 없다는 점이다. 설사 그게 성공하는 순간, 박승춘은 애국의 순교자로 뜬다. 오케이? 누구는 농담도 하더라. 그가 아웃되는 순간 대권주자 반열로 올라선다고….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가 보훈처장 하나를 백업해주지 못할까?"
 
-궁금한데, 박 처장은 어떤 타입의 사람인가?

"전형적인 무골(無骨) 스타일이다. 고향은 강원도 강릉인데, 모두가 평화타령을 늘어놓는 위선과 문약(文弱)의 세상인데, 육사의 정보통 장성 출신으로 확실한 국가관을 가진 그는 어쩌면 천연기념물이다. 지식인이고 공직자이고 뭐고 모두가 체제수호엔 등 돌리고 사는 세상이 지금 아니던가?"

-이번 일의 관심은 사회주의 계열 유공자들에 대한 훈장 취소 추진 문제인데, 그 얘기 좀 더 해보자.
"그게 문제다. 어제 보훈처 최정식 홍보팀장은 김일성 친인척에게 훈장을 준 것이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야당도 문제를 제기한 만큼 이를 적극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훈처가 기회에 잘못된 상훈 시스템을 고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대로 될까?
"만만치 않을 것이다. 향후 독립운동 서훈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 국민 정서에 맞게 고쳐야 한다. 문제는 따로 있다. 1930년대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을 묻지마 지지해온 좌편향된 국사학자들이 가만히 있을까? 그게 문제다."

-가늠컨대 국사학계는 그들이 칼자루를 쥐고 있고, 공훈심사위원회도 장악하고 있을텐데….

"짐작이 맞을 것이다. 독립운동에 대한 서훈과 취소를 결정하는 상훈법 개정 때 이런 문제를 여론화시켜야 한다. 핵심은 독립운동을 했더라도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행위와 관련된 인물을 깔끔하게 배제를 해야 한다."

-그런데 1930년대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을 묻지마 지지해온 좌편향된 국사학자들의 족보는 어떻게 되는가?

"간단하다. 1984년 <한국근현대사>(창비)를 펴냈던 전 고려대 교수 강만길이 출발이다. 그는 '국사학의 현대사'화를 주창해온 당사자인데, 무려 30여 년 전인 당시만해도 조심스럽게 1920년대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을 그 책에서 부각시키는 선에서 그쳤다. 하지만 10년 뒤인 1994년 그 책 수정본을 펴낼 때는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썩 즐거운 비명을 강만길 자신이 지르고 있었다."

-무슨 얘기인가?
"즉 1930년대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을 묻지마 지지하는 게 완전히 학계의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진보좌파 국사학자들의 득세였다. 국사교과서 국정화를 하는 이유도 그걸 바로 잡자는 것 아니냐? 보훈처 상훈법 개정도 그 맥락에서 굳세게 진행해야 한다. 비정상화의 정상화 말이다."
 
참고로 보훈처는 독립운동 공적을 인정해 2010년 김일성의 삼촌인 김형권에게, 2012년에는 김일성의 외삼촌인 강진석에게 각각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보훈처는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박헌영 남로당 책임비서의 부인 주세죽(2007년 건국훈장 애족장)과 김철수 조선공산당 중앙집행위원(2005년 건국훈장 독립장), 한인사회당을 창당한 이동휘(1995년 건국훈장 대통령장), 고려공산청년회 책임비서 권오설(2005년 건국훈장 독립장), 조선민족해방동맹을 결성한 장지락(2005년 건국훈장 애국장) 등을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유공자 포상 사례라고 밝혔다.
 
어떠신지? 이른바 87년 체제 이후, 민주화 이후 나라의 본말이 완전히 뒤집혀온 것이다. 그걸 바로 잡을 때가 지금이다. 다만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이 작업을 지휘할 보훈처장을 잡겠다고 엉뚱한 짓을 하는 국회와 언론의 부끄러운 얼굴이 새롭게 들여다보일텐데, 그걸 제대로 알아야 일을 벌일 수 있다. /조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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