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무한경쟁 시대 이적이자 해사 행위…당장 사퇴해야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MBC 2015경영평가보고서 초안을 통째로 빼돌린 주인공이 밝혀졌다. 방송문화진흥회 이완기 이사다. 빼돌린 이유가 황당하다. 미디어오늘 측이 하도 달라고 해서 줬단다.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줬다고 지목하지 않았지만 어지간히 친밀한 사이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건 분명하다. 하기야 이완기 이사는 미디어오늘 사장 출신 아닌가.

예컨대 미디어오늘이 아닌 미디어스나 PD저널과 같은 매체들이 달라고 졸랐어도 이 이사는 선뜻 주었을까. 글쎄,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필자 생각이다. 경영평가보고서 초안에는 각종 통계와 수치들이 담겨 있다고 한다. MBC는 경쟁 방송사들이 이런 정보를 주목할 수 있다고 했다. 방송사들이 피 말리는 무한경쟁을 벌이는 현실에서 그런 내부 수치 통계자료 하나라도 유출된다는 건 치명적일 수 있다. 그걸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을 방문진 이사가 MBC 기밀문서를 몰래 빼돌렸다. MBC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방문진 이사가 한 짓이라 더 충격적이다.

뻔뻔한 이완기와 미디어오늘

풍문으로 듣기에 이완기 이사는 이번 사태에 대해 MBC에 사과할 뜻이 없다고 했단다. 이완기 이사는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일은 사과가 아니라 방문진 이사를 사퇴해야 할 중대한 사안이다. 이 이사의 행위는 쉽게 말해 이적행위다. 일반 정보가 아닌 회사 기밀정보를 자신이 사장으로 재직했던 매체에 넘겼다.

이완기 이사와 미디어오늘 사이 친분 관계가 아니었다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매체에 넘어간 MBC 기밀정보들이 어디로 어떻게 샐지 모르는 일이다. 더군다나 MBC와 미디어오늘은 소송전쟁을 벌이는 적대적 당사자들이다. 이완기의 기밀유출은 사적인 일이지 공적 행위가 아니란 얘기다. 미디어오늘은 “취재원을 공개하라는 건 예의가 아니고 취재 윤리에도 어긋난다. 제보자를 색출하겠다는 건 언론사로서의 기본 양식의 문제”라고 최근 사설에서 MBC를 오히려 비판했는데 기도 안 차는 적반하장이다.

미디어오늘은 MBC녹취록 건을 벌써 잊기라도 한 건가. 거기엔 이완기 이사가 MBC 기밀자료를 빼돌린 사건과 비교할만한 좋은 예가 있다. 폴리뷰 취재하는데 정보가 부족하다고 하니 MBC 정재욱 법무실장이 이런 말을 한다.

"그러니까 하루에 몇 개가, 몇 번 통화를 원하세요?" "보통 정보가 한번 이렇게 파이프라인이 있으면 가잖아요, 뭉탱이로, 필요한 정보가." "그럼 제가 할게요. 제가 할게요, 제가. 제가 할게요 그러면" "회사의 소식이나 평가를, 상황을 제대로 평가하는 소식, 그건 제가 전화를 드릴게요."

회사 내부 소식을 알려주겠다는 것조차 미디어오늘은 마치 무슨 범죄 모의라도 한 양 보도했다. 폴리뷰에 YTN 보도자료나 공개된 글 따위의 정보가 갔다고, KBS 직원이 통상적인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고 유착이라고 떠들었다. 그리곤 '은밀하고 충격적인 일' 운운하면서 범죄행위처럼 몰아간 게 바로 미디어오늘이다.

   
▲ MBC 2015경영평가보고서 초안을 미디어오늘에 건네준 이완기 이사의 행태는 이적행위나 다름 아니다./사진=연합뉴스


진짜 '파이프' 이완기 방통위가 해임해야

그 잣대라면 회사 내부 소식이나 정보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기밀자료를 빼돌려 매체에 제공한 이완기 이사는 정재욱 실장의 뺨을 후려갈길만한 인물이다. 이 이사의 행위야말로 부도덕하고 사회적 지탄을 받아 마땅한 일 아닌가. 작년 11월 방문진 이사회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MBC 소송자료 공개를 두고 여야 이사들이 논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회의에 참석했던 임무혁 간사가 이런 폭탄발언을 한다.

"소송 관련 자료는 아시다시피, 최민희 의원이 구하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다" "최민희 의원과 통화하신 분 있잖습니까?" 이 말을 들은 이완기 이사가 보인 반응이 또 흥미롭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냐?" "누구를 두고 말씀하시는 거냐" 이렇게 큰 소리를 냈다고 한다. 이완기 이사는 MBC 기밀이 담긴 경영평가보고서 초안을 미디어오늘에 통째 넘긴 사람이 본인이라고 스스로 고백했다. 회사 정보를 외부에 넘긴 진짜 '파이프'는 과연 누구였나.

이완기 이사 행위는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당장 이사직을 사퇴하고 물러나야 한다. 예컨대 입장을 바꿔 여당 쪽 이사들 중 어떤 이가 이완기 이사가 한 그대로 기밀보고서를 외부에 유출했다면 미디어오늘은 과연 그따위 논조를 보일 수 있겠나. MBC 기자협회와 PD협회·아나운서협회·영상기자회도 이완기 이사 사퇴요구에 당장 나서기 바란다.

이들은 녹취록에 나온 정재욱 법무실장 발언을 근거로 "몇 년 새 회사는 보안을 최우선 과제로 역설해 왔는데 '임원회의에도 들어가는' 주요 보직자가 회사의 정보를 인터넷 매체에 넘기는 '파이프' 역할을 자청했다는 점은 명백한 해사(害社) 행위"라며 "그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해야 한다"고 요구한 단체다.

일체의 불법행위도 거래도 없었지만 녹취록만 가지고도 그 난리였다. 그러나 이완기 파이프 짓은 실제다. 이완기와 같은 위선적 인물은 방문진 이사로서 자격이 없다. 그뿐 아니라 그런 이를 관리감독 위치에 계속 두는 것은 MBC를 말아먹겠다는 뜻밖엔 안 된다. 지금이야 말로 방송통신위원회가 이완기 해임에 나서야 한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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