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삼성물산을 비롯한 삼성그룹주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망설이 다시 돌았다. 이에 따라 공매도 세력이 주가를 낮추기 위해 루머를 퍼뜨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장에서 삼성그룹주는 급작스럽게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삼성물산은 장중 한때 전일 대비 8.51%나 급등한 12만7500원까지 치솟았고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SDS 등 다른 삼성그룹 계열사의 주가도 3~7%대로 상승세를 보였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공매도 공시제도가 처음 시작된 날이다. 이날부터 개인 또는 법인이 특정 종목 주식 발행 물량의 0.5% 이상을 공매도하면 금융감독원에 현황을 보고해야 한다. 보고 시한은 보고 의무 발생 시점으로부터 사흘 내다. 한국거래소는 금감원에서 해당 자료를 넘겨받아 장 마감 후에 공시하게 된다.

   
▲ 30일 느닷없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망설이 돌았다. 삼성그룹은 즉각 사망설을 부인했다. 이 회장 사망설은 공매도 세력이 주가를 낮추기 위해 루머를 퍼뜨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

또 공매도 물량 비중이 0.5%가 되지 않아도 공매도 금액이 10억원을 넘으면 공시 대상이 된다. 이와 함께 공매도 비중이 0.01% 이상이면서 금액이 1억원 이상이거나 비중에 상관없이 공매도 금액이 10억원을 넘으면 공시대상은 아니지만 투자자가 금감원에 종목과 금액을 보고해야 한다. 

공매도를 활용한 롱숏펀드를 주력 상품으로 취급하는 일부 자산운용사나 기관투자자들은 이번 제도 변경으로 공매도 활용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게 됐다. 이번 조치로 시장에서는 기존에 공매도 비율이 큰 종목들에 대한 ‘숏커버링’(매수를 통한 공매도 청산)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삼성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물산의 경우 이날 거래량이 전일 32만여주의 몇배에 달하는 220만주대를 기록하면서 숏커버링에 대한 의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공매도 세력이 삼성그룹주 주가를 낮추기 위해 고의로 이건희 회장 사망설을 퍼뜨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날 오전 증권가 정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이건희 회장이 사망했고, 청와대에도 이 회장 사망 사실이 내부보고로 전달됐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퍼졌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판단한 주식을 빌려서 팔고 주가가 실제 떨어졌을 때 사서 되갚는 투자 기법으로, 주식이 떨어져야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 세력이 숏커버링에 나설 때도 최대한 싸게 물량을 확보해야 먹을 게 많아진다.

남기윤 동부증권 연구원은 “거래량이 갑자기 폭증하는 것은 숏커버링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볼 수 있다”며 “숏커버링을 할 때는 공매도 세력도 주식을 싸게 매수해야 이익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이번 삼성그룹주 주가 등락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

박은석 금감원 자본시장조사1국장은 “이건희 회장 사망설이 점심시간 이후에 돌았기 때문에 아직 본격적 조사 단계는 아니고 삼성그룹주를 면밀하게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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