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한 법원행정처장 "김정은 원고라도 바로 각하할 수 없어"
김진태 "소권남용 개념 없나, 김정은은 자유민주체제 주적"
[미디어펜=한기호 기자]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30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탈북자 가족의 위임장을 받았다'며 청구한 인신보호 재판이 열린 것과 관련 "만약 북한 김정은이 대한민국 정부에 손해배상청구를 해도 민사재판이 진행돼야 한다는 게 법원 의견이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 의원은 이날 오전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고영한 법원행정처장에게 이같이 물은 뒤 "당장 상식적으로 헌법과 충돌되지 않나. 민사소송은 모든 곳에서 그냥 통용되는 것이냐"고 거듭 따져 물었다.

고영한 처장은 이에 "법원에선 (김정은이 원고라는) 그 자체로 바로 각하할 수는 없지 않는가"라며 "일단 소송법적으로는 가능한 게 맞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법원의 인식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느냐"며 "재판청구권, 소권남용이란 개념은 없느냐"고 거듭 따진 뒤 "헌법 전문에서부터 나와있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가장 위협이 되는 주적이 소송을 제기한다고 아무런 이의없이 진행하니까, 이런 '민변 사태'가 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로마법의 시카네(Schikane)라는 개념도 있다. 실질적으로 아무런 이익이 없는데도 오로지 남을 괴롭히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이라며 "인류 문명이 발전해오면서 벌써 로마법에서부터 그런 걸 금지했다"고 강조했다. 민변의 북한식당 탈출 여종업원 12명에 대한 인신보호 구제 청구가 시카네에 다름없다는 의미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 법정에서 김정은을 원고로 하는 소송이 왔으면 각하할 방법을 찾아야지, 일단 진행하고 보자는 건 아니다.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하니까 이번 민변 사건에서도 '심리 후에 각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답변이 나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각하란 건 형식 판단이다. 이 소송을 진행해야 할지, 과연 원고로서 당사자가 적격인지 등을 판단해야 한다"며 "다른 의원들도 지적하듯 이게 정말 (탈북자 가족의) 위임장이 제대로 왔겠느냐, 또 다른 법률 구제절차가 있으면 각하할 수 있다는 규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소송이니까 그냥 해야지 어쩌겠느냐 하는 건 안일한 생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처장은 이에 "재판부에서도 그런 걸 인식하고 생각을 하고 있기에 (탈북자 불출석 결정을 했고) 민변 측에서 기피신청을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그런 생각을 했으면 각하를 좀 더 검토했어야지, 소송을 진행해주니까 당사자를 법정에 부르고, 나오지 못하니까 (재판부) 기피신청하고 계속 말려들어가는 것"이라고 다그치며 "제가 이야기한 취지의 적극적 대응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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