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망설이 다시 불거지면서 삼성그룹주가 요동쳤다. 이 회장의 사망설은 지난 2014년부터 철마다 지속적으로 돌고 있다. 누가 사망설을 유포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공매도 세력 등 주가조작을 노리는 쪽에서 이 회장의 사망설을 퍼뜨리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판단한 주식을 빌려서 팔고 주가가 실제 떨어졌을 때 사서 되갚는 투자 기법으로 주가가 하락할수록 이익을 본다. 때문에 수익을 늘리기 위해 악의적인 허위 루머를 퍼뜨려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간 셀트리온을 비롯한 대형주가 주요 표적이 되면서 공매도는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세력에 대한 항의로 주식 대여를 하지 않는 증권사로 계좌를 옮기는 등 거의 혐오 수준의 반감을 보여 왔다. 30일부터 공매도 대량 보유자 공시 제도가 시행된 이유다.

그러나 공매도는 주가가 상승하면 손실을 입기 때문에 엄연히 리스크가 존재하는 정당한 투자기법이다. 또 우리나라는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하고, 차입 공매도만 허용하고 있어 주식을 빌리는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공매도는 시장의 정보를 주가에 보다 효율적으로 반영케 해주고 다양한 투자기법과 리스크 헤지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개인투자자의 접근이 어렵지만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공매도가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은 30일 장에서처럼 주가 하락을 위해서라면 어떤 루머라도 일단 퍼뜨리고 보겠다는 악의적인 투자 행태 때문이다. 

셀트리온 역시 지난 3월 공매도 세력이 재무구조와 매출액이 과장돼 있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불특정 다수에 유포해 주가가 급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당하는 회사와 다른 투자자에는 치가 떨리는 일이겠지만 재무구조나 매출 관련 루머는 어차피 돈 문제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어차피 주가는 실적에 수렴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무리 주가 조작을 노린다고 하더라도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루머를 퍼뜨리는 것은 도덕의 차원을 넘어선 악질 범죄행위다. 이 회장이 우리와 멀게만 느껴지는 국내 최대 재벌의 총수지만 그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다. 이 회장의 사망설을 접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가족의 심경은 어떻겠는가.

아무리 주식시장이 무법천지 도박판으로 변질됐더라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2년 넘게 투병 중인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주가 조작을 노리는 것은 공매도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누구에게나 비난 받아야 할 비겁한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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