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는 도덕적 해이·저성장 야기…'신상필벌' 차별적 통화정책 필요
   
▲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통화당국, 박정희와 버냉키의 창의성에 도전하라

경제학은 통화정책의 목적은 물가수준의 안정을 통해 경기변동을 완화시켜 거시경제를 안정시키는데 있으며, 따라서 실물경제의 자원배분을 결정하는 상대가격 체계에는 가능한 한 영향이 없도록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런 통화정책명제의 배경이 되는 시장관은 무엇인가? 정통 주류 경제학은 시장을 경제주체 모두에게 평등한 운동장으로 보며 또한 항상 그렇게 유지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자유로운 시장에서 결정되는 균형상대가격체계를 신성한 결과로 본다. 따라서 정부의 시장개입도 중앙은행의 “차별적 통화정책”도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한다고 본다.

한편 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경제를 흥하는 창조적 자본가와 기업가가 노동자를 착취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강변했다. 이 시장관은 사회주의의 몰락으로 이미 그 타당성이 반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고히 자본주의경제 속에 살아남아 정통경제학의 평평한 시장관과 만나, “시장의 결과”를 평평하게 바로잡으려는 수정자본주의나 사회민주주의체제의 바탕이 되고 있다.

지난 반세기 역사를 보면 여기서 나오는 평등주의적 정책체제가 바로 스스로 도와 창조적 노력을 하는 경제주체들을 역 차별함으로써 성장의 유인을 차단하고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여 저성장과 양극화, 나아가 디플레라는 3중 경제딜레마를 초래했다. 제도적으로 창조자를 역차별하는 왜곡된 상대가격체계 하에서는 중립적 통화정책이 부양효과를 내기는 어렵다. 

자본주의경제의 발전은 마차경제에서 기차, 자동차, 비행기 우주선 경제로 창발하는 과정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시장은 칼 마르크스의 주장과는 반대로, 창조자가 자신들에게 무임승차하는 후발 복제자에게 ‘착취’당하는 불공평한 운동장”이다. 이는 창조적 지식과 성공노하우는 시장의 정보 불완전성과 그에 따른 거래비용 때문에 시장에서 충분한 값을 받지 못하고 무임승차당하기 때문이다. 창조자들은 결국 무임승차 버스회사가 망하듯이 점차 세상에서 사리질 수밖에 없다. 

   
▲ 한국은행은 박정희 개발연대 당시 특정기업에 수출금융공급, 특정산업에 대한 육성기금 조성, 특수은행에 대한 출자 등에 참여하였으며 이는 특정 목적이나 분야와 기업에 따른 차별적 신용공급으로 자원배분에 영향을 미쳐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사진=연합뉴스


따라서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정부가 신상필벌의 원리에 따라 창조적 개인과 기업들이 역차별당하지 않도록 이들에게 불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제도와 정책으로 바로잡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인플레를 조장하지 않는 한 통화정책이라고 해서 이에 예외가 아니다. 여기서 중립적 통화정책의 논거가 되는 정통경제학이나 마르크스의 시장관은 각각 '착취'당하는 창조자들을 방치하거나 역 차별하기 때문에 경제발전에 역행한다. 

그런데 최근 중립적 통화정책의 최첨단인 미국이 ‘차별적 통화정책’을 ‘양적완화’라는 이름으로 도입하였다. 버냉키가 이끈 미국 중앙은행이 기존의 국공채를 넘어 주택채권 등 특정민간부문의 채권을 매입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으로 많은 유동성을 공급했다고 하는데 사실상은 특정부문에 대해 차별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한 셈이기 때문에 실은 ‘차별적 통화정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정책은 사실상 박정희 산업혁명시대에 이미 관행화되었던 정책이다.

한국은행은 당시 특정기업에 수출금융공급, 특정산업에 대한 육성기금 조성, 특수은행에 대한 출자 등에 참여하였으며 이는 특정 목적이나 분야와 기업에 따른 차별적 신용공급으로 자원배분에 영향을 미쳐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이런 차별적 통화정책이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한다는 학계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흥미롭게도 세계 최고의 안정적 성장을 가져왔다. 물론 당시 차별적 통화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고 투명하게 들어난 시장성과에 따라 창조적인 기업에 유동성이 차별적으로 공급되었기 때문이다. 

경제이론도 정책도 도그마가 되면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앞에서 지적한 대로 기존의 중립적 통화정책이론의 근거가 되는 시장관이 비현실적인 측면이 있고, 오늘날의 저성장, 양극화, 거시정책의 무력화 현상마저도 결과적으로 보면 바로 지난 수십년동안 창조자들을 역차별하는 평등주의적 반인센티브 정책은 강화하면서 중립적 통화정책에만 매달려온 결과라 해도 반박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력화된 정책인 금리조정을 통한 중립적 통화정책에 그냥 매달린다는 것은 결코 실사구시적인 자세라 하기 어렵다. 

   
▲ 양적완화는 특정부문에 대해 차별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차별적 통화정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정책은 박정희 산업혁명시대에 이미 관행화되었던 정책이다.


지금의 한국의 상황과 관련해서 보면 구조조정은 엄격한 시장성과에 따라 우량한 기업을 차별적으로 선택·지원하는 방식이어야 하며 여기에 필요한 자금이 어디서 나오느냐는 사실상 제2차적인 문제이다. 전체 경제에 공평하게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저금리 정책보다는 구조조정대상인 산업부문에 있어 시장성과가 불량한 퇴출대상인 기업과 성과가 좋은 살릴 기업을 엄격하게 구분하여 살릴 기업을 차별적으로 지원하는 ‘차별적 유동성공급’이 보다 더 효과적인 구조조정방법이다. 

시장이야말로 매일 시장성과에 따라 성과우수 기업을 선택하고 불량기업을 퇴출시키는 차별적 구조조정작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다만 시장은 정보의 불완전성과 거래비용 같은 현실적인 장애요인들 때문에 이일을 완벽하게 하지 못할 뿐이다. 따라서 구조조정 한다고 나서는 정부나 한국은행이나 산업은행도 모두 차별적, 선택적 지원정책으로 구조조정에 임해야 시장의 기능을 보완하여 성공할 수 있다.

금리를 0.25% 조정할 것인가 말 것인가 보다도 이미 시장이 판정한 등수에 따라 열등한 기업을 퇴출하고 우량한 기업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길을 고민하는 것이 국민경제의 번영을 위해 더 생산적일 지도 모른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봐서 최근의 금리인하도 크게 효과를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럴 경우 다음의 대안은 무엇인가?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부딪치고 있는 저성장의 경제난국에 보다 창의적인 한국발 거시통화정책혁명을 기대해 본다.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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