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전과자 1084만명, 성인 중26%, 형사처벌 규제급증탓

   
▲ 김정호 프리덤팩토리 대표
여러분, 전과자 아시죠? 이마에 주홍글씨라도 쓰여 있을 것 같은 그 전과자 말입니다. 우리나라에 전과자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김일중 성균관대학교 교수가 지난 12월에 펴낸 보고서를 읽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과잉범죄화의 법경제학적 분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한국경제연구원)인데, 여러분도 놀라지 마십시오. 무려 1,084만 명이나 된답니다(2010년 기준). 15세 이상 인구를 기준으로 하면 26.5%가 전과자입니다. 4명에 한 명 꼴입니다. 그래서 제가 여러분께 제목에서 당신은 전과자가 아니냐고 물어본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김일중 교수의 메시지를 중심으로 글을 쓰려고 합니다.

 여기서 전과자란 법원으로부터 벌금 이상의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을 말합니다. 1996년만 해도 그 숫자가 606만 명이었으나 15년 만에 이 지경으로까지 늘었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우리 국민들이 갑자기 단체로 사악해지기라도 했다는 말일까요? 그게 아니랍니다. 그동안 각종 규제들이 늘어났고, 규제를 어긴 사람들을 형벌로 다스리다 보니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답니다. 사실 이제 웬만한 법은 위반하면 전과자가 된다고 봐도 됩니다. 거의 모든 것의 범죄화가 이루어진 셈이죠.

 이러다 보니 생각지 않은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살인, 성폭력, 강도 같은 강력흉악범죄도 덩달아 늘게 된 것입니다. 2000년대에는 매년 4.6%씩 증가해왔고, 그 증가율이 7%대로 높아졌습니다. 나다니기 겁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행정규제 위반 전과자의 증가와 강력흉악범죄의 증가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요? 네, 있습니다. 검사님들이 행정규제 위반자들 기소하느라고 바쁘셔서 다른 곳에는 시간을 쓸 여력이 별로 없어진 거죠. 흉악범들에 대해서 쓸 여력도 줄어든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흉악범들이 제 세상 만난 듯 돌아다니는 겁니다.

 물론 규제를 지키는 일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형벌로 다스릴 일은 아닙니다. 규제 위반자들은 전과자로 만들 만큼 흉악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얼마든지 부주의해서 규제를 어길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는 터무니없는 규제들이 많습니다. 당사자들은 죽을 지경인데 여론이 들끓으면 아무 것이나 땜질 식으로 규제를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사고하나 터지면 수많은 규제들이 주렁주렁 생겨나곤 하지요. 그리고 그것을 어기면 전과자가 됩니다. 검사님들은 그거 잡느라고 반드시 잡아넣어야 하는 흉악범들 잡는 일은 소홀히 하게 되고 말입니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흉악범은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경제민주화의 명목으로 지키기 어려운 규제들이 대폭 늘어났으니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것 같습니다.

이러다가는 법의 권위도 사라질 것입니다. 기왕 전과자가 되었는데 한 번 더 법을 위반한들 뭐 그리 대수냐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님들, 공무원님들께 부탁드립니다. 국민들을 범죄자로 만들지 말아주세요. 법을 만들더라도 벌금 얼마, 징역 얼마 이런 식의 처벌조항을 함부로 넣지 마세요. 형벌은 고의로 타인을 해한 자에게만 적용해야 합니다. 살인, 성폭행, 강도죄를 저지른 자들 말입니다. 그렇지 않은 규칙 위반은 과태료 등의 가벼운 처벌로 대응해야 합니다.

 아니 무엇보다도 규제 자체를 줄이고 없애야 합니다. 시민들이 스스로 알아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이 선진시민입니다.

 한국은 물질적으로는 선진국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의식은 아직 후진국 상태 같습니다. 시민들이 스스로 알아서 살기보다 정부가 미주알고주알 간섭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제라도 시민이 자립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시민들의 삶에서 손을 떼야 합니다. 그러자면 부작용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부작용은 피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넘어지면서 걸음마를 배우듯이, 시민들도 갈등하면서 자치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김정호 프리덤팩토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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