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인간 생태 환경 강조한 작품, 작가의 혼과 열정 훼손
[미디어펜=이서영 기자]서울 삼청동 입구에서 청와대로 가는 곳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있다.

이곳 넓은 야외에는 대형 조형미술이 한창 들어서고 있다. 버려진 배를 활용한 듯한 대형 조형미술은 지나가는 행인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조형미술이 완공되면 관람객들에게 소중한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여름에도 밀집등을 이용한 대형 조형미술로 인기를 끌었다. 밀집으로 천정을 둘러 관람객들인 공간 안에서 이리저리 거닐면서 사색하는 즐거움을 누렸다.

서울관에 들어서는 조형미술은 젊은 건축가 신형철씨가 만들고 있다. 작품 테마는 템플. 사원이다. 폐선같은 조형미술은 도로쪽에서 보면 버려진 선박을 뒤집어놓은 것같지만, 반대편의 내부로 들어가면 소라같은 천장에 나무가 곳곳에 심어져 있다.

내부는 우리 자신을 성찰하고, 되돌아보게 한다. 자신의 삶을 반추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구상하고 생각하게 하는 것같다. 폐선같은 것을 재활용해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창조행위다.

신형철 작가는 "여름 한철 임시로 설치되는 파빌리온 형태의 명상공간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산업 환경 인간 생태의 문제 등 글로벌한 현안들을 생각하게 해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관람객들에게 도심속의 대형 조형물 안에 들어와 산사같은 고요함을 느끼면서 성찰과 사색의 시간을 가질 것을 권하는 것 같다. 후기 산업사회에서 환경보호와 생태보전의 중요성도 일깨워주는 것 같다. 관람객들마다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 심사에서 최종후보군에 오른 5개 작품을 서울관을 비롯 뉴욕 모마, 터키 이스탄불, 칠레 산티아고, 로마 막시 등 5개지역에서 동시에 전시할 예정이다.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설치중인 조형미술을 세월호와 억지 연시킨 TV조선이 예술작품을 사회적 선동거리로 만들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당선작 템플(Temp'L) 이미지.

이 프로젝트는 국립현대미술관과 현대카드, 뉴욕현대미술관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것으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6'으로 추진됐다. 6일부터 10월 3일까지 개최하게 된다. 젊은 건축가를 발굴하고, 그들에게 프로젝트의 기회를 주려는 데 목적이 있다. 매년 공모를 통해서 당선작을 선정하고 있다.

서울관에서 설치중인 조형미술을 세월호와 연계지어 뉴스를 내보낸 종편이 있다. TV조선은 지난 30일 저녁 뉴스를 통해 세월호를 연상시키는 대형 조형미술이 서울관앞에 설치되고 있다고 방송했다. 여자 아나운서는 아무 연관이 없는 조형미술을 세월호와 억지로 연상시켜 멘트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조형미술을 보도하면서 앞에서 “세월호특조위 활동이 오늘(30일)로 끝났으며, 활동연장과 하반기 예산 책정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그래놓고선 느닷없이 국립현대미술관 앞에 대형조형미술이 세월호를 연상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방송했다.

리포트를 한 강상구 기자는 서울관옆을 지나가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이 조형미술이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는 멘트를 따냈다.
-"저 조형물을 보면 뭐가 연상되세요?"
="세월호요", "아까도 지나가면서 봤는데 누가 봐도 세월호인데요"

강 기자는 물론 작위적 취재가 마음에 걸렸는지 "고래도 연상되고, 원래 배 밑판 뒤집어 놓은 거 아니예요?"라는 다른 시민의 멘트도 내보냈다. 자기가 보기에 세월호가 연상된다는 생각을 지나가는 시민들의 입을 통해 뉴스화 하는 '놀라운 솜씨'를 발휘했다.

TV조선의 황당한 취재에 놀란 문체부와 서울관측은 젊은 건축가의 조형미술을 세월호와 연상시키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설명을 부랴부랴 해야 했다. 문체부와 미술관 출입기자들에게 사전에 설명했다고 했다. 출입기자들은 이 조형미술을 보고 세월호와 연상시키는 아무런 질문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TV조선은 문체부와 미술관의 해명에 더욱 나갔다. 무슨 중요한 특종기사를 보도하는 양 오버했다. 지난 30일 저녁 뉴스시간에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는 보도를 강행했다. 보수 종편에서 이렇게 왜곡된 보도를 해도 되는지 안타깝다.

더구나 조선일보는 29일자와 30일자 메인면과 사설을 통해 세월호특조위의 무리한 활동기한 연장 요구에 대해 비판적 기사와 사설을 썼다. 특조위가 국민혈세를 펑펑 쓰면서 괴담수준의 것들과 미국위성의 촬영여부, 청와대의 7시간 행적등을 조사하겠다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세월호특조위는 편향된 조사로 국민들의 우려를 초래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세월호특조위의 무리한 행태에 대해 비판하는 상황에서 TV조선이 순수 조형작품을 세월호로 묶어서 보도를 해야 하는지 안타깝다. 오히려 한겨레나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등 소위 '한경오'가 그런 식의 선동적 보도를 할 경우 점잖게 꾸짖어야 할 보수 종편 아닌가? 저널리즘이 이렇게까지 폭주해도 되는지 답답하다.

기자가 생각한다고 해서 모든 게 보도되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저널리즘의 품질과 팩트, 진실성을 구비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보도하면 모든 예술을 정치적, 사회적 쟁점과 이슈들로 몰아가 버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

예술을 예술로 보지 않고, 사회적 갈등과 분쟁을 부추기는 가십거리로 보도해야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졸지에 TV조선에 불려가서 인터뷰를 해야 했던 신형철 작가는 "막바지 작업을 해야 하는데, 내가 왜 이런 인터뷰를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가장 중요한 시점인데, 한나절 이상 TV조선의 황당한 취재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한국언론의 이상한 풍토에 씁쓸했을 것이다.

젊은 건축가 땀과 열정, 혼을 쏟아부어 만들고 있는 건축작품을 사회적 선동이슈거리로 만드는 것은 삼가야 한다. 우리언론이 이렇게까지 강팎해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미디어펜=이서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