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초 4차 핵실험을 한 직후 평양방어훈련을 직접 지휘했다. 김정은은 중절모를 쓴 모습으로 밝게 웃으며 포탄들이 목표물을 사격하는 훈련을 지켜봤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 2월 연합부대의 쌍방기동훈련과 불시에 진행된 전투 비행사들의 검열비행훈련을 김정은이 직접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이 ‘평양 사수’를 위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진두지휘한 것이다. 

조선중앙TV는 당시 “혁명의 수도 평양을 적들의 그 어떤 침공으로부터도 믿음직하게 사수하기 위한 작전준비를 더욱 완성하기 위해....”라며 “쌍방기동훈련은 3갈래로 평양을 침투하는 경우에 대비한 것으로 김정은 위원장은 모니터를 통해 동시에 총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에서 평양시 방어훈련은 평양시 항공을 8개 구역으로 나눈 탄두막 방어에 따라 이뤄진다. 북한 과학자 출신 탈북자에 따르면 유사시에 평양시 항공에 탄두막으로 장벽을 이루는 방어시스템이 설계돼 있고, 이 방어시스템은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갱신되고 있다.

평양시 항공을 8개 구역으로 나눠서 탄두막 장벽을 두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한마디로 괌 미군기지든 오키나와 미군기지든 남한에서든 에서 평양을 향해 폭격기가 떴을 경우 고사총과 고사포, 지대공 미사일까지 동원한 반항공 방어막을 형성하는 전쟁시스템이 있다는 것이다.

   
▲ 북한 7차 노동당대회에서 당 위원장에 취임한 김정은이 지난5월9일 대회 출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탄두막 장벽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4신 고사총, 쌍신 고사총, 외신 고사포는 물론 사거리와 포의 반경이 다른 각종 고사포가 동원되는데다 지대공미사일이 포함돼 평양시 항공을 침투하는 폭격기를 향해 쉴새없이 포탄이 발사되기 때문이다.

평양시를 공격하는 전투기가 어느 방향에서 오든, 8개 구역으로 나눠 배치된 포부대에서 각종 포탄이 발사된다. 고사총과 고사포는 몇 미터 각도로 발사할지 지대공미사일은 몇 미터 각도로 발사될지가 사전에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반항공기구가 포함된다. 

반항공기구란, 수소나 헬륨을 넣어 공중에 띄우는 기구(氣球)를 말한다. 상상하는 대로 커다란 기구를 띄워 폭격기와 충돌하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마지막 순간 비행사들이 상대방 전투기에 자폭해 방어하는 것까지가 평양시 반항공 방어막 시스템의 완결이다.

평양시 항공을 평방으로 나눠 한 평방당 5개의 포탄이 쉴새 없이 터지도록 만든 것이 탄두막 장벽이다. 평양시를 방어하는 반항공 부대는 평양시방어사령부, 평양시반항공사령부, 평양시호위사령부가 있다. 이들 포부대의 방어시스템은 제2자연과학연구원에서 연구하고 지휘기구에서 설계를 연구한다.       

이런 평양시 방어 시스템은 김일성 시대 나왔다고 한다. 소련 붕괴 전인 1990년대 초 김일성이 “앞으로 전쟁이 일어나도 평양시에 만년대계의 기념비적 창조물들이 많은데 포탄 한발도 떨어지지 못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를 당시 최고사령관이던 김일성이 명령해 제2자연과학원에서 ‘평양시 장벽형성 자동지휘 조종 체계’로 방어 시스템을 완성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평양방어훈련을 보도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참관한 쌍방기동훈련을 보도하며 “제91수도방어군단과 제105탱크사단, 제425기계화보병사단, 제815기계화보병사단의 예하 부대들이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105탱크사단은 6.25전쟁 때 서울에 처음 입성한 북한군 부대 이름과 같다. 북한은 남침을 가정한 군사훈련을 벌일 때 이른바 ‘류경수 105탱크사단’ 훈련을 진행해왔다. 

평양을 공격하는 전투기가 떴을 경우 평양시방어사령부 등 포부대에서 각종 고사포에서 지대공미사일까지 동원해 포탄과 미사일을 퍼붓고 마지막에는 반항공기구를 띄우고 비행사들이 자폭으로 마무리하는 평양시 방어훈련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 

평양 방어훈련은 김일성이 아들 김정일에 권력을 물려줄 시점인 1990년대 초반 시작돼 김정일 시대에 완성됐으며, 3대세습을 이룬 김정은이 실전훈련으로 강화시키고 있다. 젊은 지도자 김정은마저 은둔생활을 청산하지 못하고 전쟁준비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은 분명 통치체계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