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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읍소와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언론탄압
야당, 홍보수석 통상 업무마저 보도개입 운운…우상호, 대통령 사과 '오버'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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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6-07-03 08:3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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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KBS 전 보도국장 김시곤과 전 청와대 홍보수석 이정현이 나눈 전화 통화를 다 듣고 난 후 소감은 딱 하나였다. 이정현 의원 이 양반 참 딱하다는 거다. 

녹음 파일을 통해 흘러나오는 이정현 목소리엔 답답함과 억울함이 가득했다. 그래서인지 시종일관 김시곤에 애걸복걸 매달린다. "부탁합니다" "제발 좀 봐 주세요" "진짜 너무 힘듭니다" "좀 도와 주십시오" "나 한번만 도와 주시오" 이정현은 이런 말들만 반복했다. 곧바로 뛰어가 김시곤 바짓가랑이라도 잡을 것 같은 애처로운 인상마저 풍겼다. 그래도 그렇지 청와대 홍보수석이라는 사람이 불필요하게 너무 저자세 아닌가, 듣는 사람이 다 민망했다. 

반대로 김시곤은 담담했고 사뭇 고압적이란 느낌이 들었다. "무슨 과장을 해요 과장을 하긴요?" "그렇게는 안 되고 여기 조직이라는 게 그렇게는 안 됩니다." 참사가 터지자 1차 책임자들보다 해경과 정부부터 신나게 패던 KBS에 이정현이 따지자 김시곤은 그렇게 간단히 면박을 줬다. 딱 잘라 거절했다.

그런데 김시곤은 거기서 한 술 더 뜬다. 정부가 왜 그 따위냐고 홍보수석을 상대로 꾸중까지 한 것이다. "아니 근데 하여간 난 답답한 게 어떻게 정부 부처 내에서 이렇게 충돌이 나고 이렇게 엉터리 서로 비난하는 이런 보도자료가 나오냐고…" 녹취록 속 외압을 넣었다는 자와 외압을 받았다는 자의 태도는 이렇게 우리 상식을 완전히 깼다. 

도대체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가. 김시곤을 붙들고 지나친 저자세로 읍소하던 이정현 항의나 해명이 그렇다고 틀린 것도 아니었다. 이정현 말대로 세월호 참사 제1원인이 해경인가. 제 혼자 살겠다고 다 버리고 떠난 선장과 선원들, 돈벌이에 눈먼 유병언 일가 아니었던가. 

KBS는 왜 이들보다 해경을 조지는데 더 열과 성의를 다했나. "그렇게는 안 되고 제가 하여간 내 힘으로 할 수 있는데 까지 해 볼게요."라고 했던 김시곤은 외압을 받은 자인가. KBS는 그런 조직이 아니라면서도 제 힘 닿는 데까지 해보겠다고 은근히 자기를 과시한 기회주의 아부꾼인가. 

   
▲ 2014년 세월호 침몰 당시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현 새누리당 의원)이 KBS 김시곤 전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한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청와대의 보도통제라며 대통령의 사과까지 요구하서 나서 여야 정치공방으로 비화되고 있다./연합뉴스

뻔뻔한 야당 김대중·노무현 시절 잊었나

언론을 상대로 하는 청와대 홍보수석의 저자세 읍소까지 보도개입이고 보도지침·언론통제· 언론탄압이라면 세상에 그것이 아닌 게 없다. 말이 나와 얘기지, 박근혜 정부 언론 현주소는 실제로 어떤가. 야당과 언론노조 세력이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공영방송만 간신히 균형을 잡으려 버틸 뿐 SBS는 기회만 되면 정부를 두들겨 팬다. 

여소야대 총선 결과가 나오자 더 노골적으로 반정부로 달리는 권력 해바라기 종편은 또 어떤가. 좌파지는 물론이고 수많은 인터넷 매체와 소위 보수지라는 조중동 할 것 없이 언론은 크고 작은 이유로 매일같이 정부를 비판하고 헐뜯는다. 

청와대 홍보수석이란 사람이 공영방송 보도국장 바짓가랑이라도 잡을 듯 매달리는 이 현실을 보고도 보도지침 운운하며 선동하는 건 국민 수준을 아주 우습게 아는 코미디다. 이정현 읍소를 딱 잘라 거절하는 김시곤 태도를 보고도 그런 헛소리를 할 수 있다면 딱 두 가지 경우뿐이다. 미쳤다거나 정치적 의도가 있거나.

특히나 야당이 보인 반응은 뻔뻔하기 그지없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인 우상호는 대통령 사과를 요구했다. 표창원은 "우리는 지금 청와대 홍보수석의 언론통제활동이 정상적이고 공식적이고 일상적인 업무인 나라에서 살고 있습니다"라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떠들었다. 

더민주당 공정언론특위 등은 '공영방송 길들이기' 운운했다. 보도개입이라는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다. 홍보수석의 멀쩡한 통상 업무를 두고도, 국민을 기만하는 이런 꼴깝쇼를 할 수 있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본인들 기억력이 신통찮아 잊었는지 몰라도 야당의 혹독한 언론탄압 역사는 오래 된 일이 아니다. 

'청와대가 유신시대 언론관으로 회귀했다'는 적반하장 더민주당은 까마귀 고기라도 먹은 건가. 김대중 정권은 세무조사라는 방법을 동원해 조선 동아 중앙 등 언론사 사주를 구속시킨 야만적인 정권이었다. 그럴듯한 핑계를 댔지만 사실은 대북정책 등 정부에 비판적인 보수언론을 ‘손본’ 진짜 언론탄압이었다.

보도지침·언론탄압 당사자들이 누굴 비난하나

그때 김대중 정권 청와대 공보수석이었던 박지원이 중앙일보 홍석현 사장실로 찾아가 유리잔을 내동댕이친 물컵 사건 일화도 유명하다. 박지원은 정권에 비판적인 중앙일보 태도를 시비 걸었다고 한다. 

물론 본인은 일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한 모양이다. 그러나 어찌됐든 정부 정책을 매섭게 비판한다고 세무조사로 털고 사주를 감옥에 보내고 언론사에 찾아가 물컵을 던질 만큼 김대중 정권의 언론정책은 대단했다. 얻어터지고 쥐어 맞을 대로 맞으면서 "한번만 봐 달라"고 애걸복걸하는 박근혜 정권, 홍보수석의 민망한 처지와는 확실히 다른 차원이었다. 

도대체 언론통제, 언론을 탄압한 정권은 어떤 정권이었나. 노무현 정권의 유명한 언론탄압 실력은 말할 것도 없다. 여당 의원(이목희)이 기자들이 있는 자리에서 대놓고 "SBS는 탄압해야 한다"고 떠들었던 시절이었다. 보수신문을 탄압하기 위한 신문법 제정이나 세무조사에도 열 올렸던 게 바로 노무현 정권이었다. 

어디 그 뿐인가. 정부 인사들이 특정 언론사에 글을 기고하고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로 노무현의 국정홍보처는 조사까지 실시했다. 지금 돌이켜봐도 어처구니가 없는 사건이었다. 정부정책을 악의적으로 왜곡했다는 이유를 댔지만 특정 신문에 대한 노 정권의 증오심은 그땐 일반 국민들까지 인식할 정도였다. 

노 대통령을 포함해 문희상 문재인 박범계 이백만 등 정권 인사들은 툭하면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걸고 압박했다. 반대로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와 같은 좌파언론, 지지언론사엔 세금을 퍼주고 지원했다. 아주 변칙적이고 요상한 언론탄압 방식이었다. 

그렇게 내내 미운 언론과 전쟁을 벌인 노 정권은 급기야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이라는 궤변으로 기자실에 대못까지 쳤다. 2007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편집·보도국장단은 급기야 "군사정권 시절보다 질적으로 더 나쁜 언론탄압"이라고 규탄하기에 이르렀다.

김시곤 녹취록 부화뇌동 보수언론도 문제

그땐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직접 글을 쓰고 보수언론을 저격하던 그런 시절이었다. 김시곤 통화 녹취록을 핑계로 현 정권을 몰아세우고 공격하는 정치집단·언론·시민단체들은 바로 그 시절 노무현의 홍위병 소리를 들었다. 그 주제에 "방송법을 위반한 범죄행위"라며 비난하다니, 수치를 안다면 그럴 순 없는 노릇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이정현이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청와대 홍보수석다운 전문성이 부족했던 점, 당당한 태도 결핍이다. 통상업무를 하면서 왜 불필요하게 저자세인가. 다른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 야당과 언론노조 세력이 아무것도 아닌 녹취록을 가지고 세월호 보도개입 선동에 나선 의도야 뻔하다. 그걸 청문회로 끌고 가려는 의도도 분명하다. 그러나 얄팍한 술수와 잔꾀로 국민을 미혹하는 선동은 성공하지 못한다. 

여소야대만 믿고 오버하다 민심을 스스로 걷어차는 꼴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지적할 것은 이번 녹취록 사건에 부화뇌동하는 비겁한 보수언론이다. 그때 언론탄압 피해자들이 가해자들 선동에 놀아나는 꼴이 우습고 한심하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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