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언론노조 언론탄압·보도통제 선동…부도덕한 정치공세는 자살골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시곤 전 KBS보도국장 두 사람 간 통화 녹음 파일과 녹취록이 어떻게 언론노조 세력에게 넘어갔는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꽤 있다. 그런데 그건 이미 김주언 전 KBS 이사가 언론에 밝혔다. 1일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 녹취록은 김시곤 측이 언론노조 등에 공개했다고 한다.

김 전 이사가 "김 전 국장의 허락을 받아 이를 전달했다"고 밝히고 있다. 요컨대, 김시곤이 2년여 전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과 통화하면서 녹음했고, 그동안 녹음 파일을 갖고 있다가 어떤 이유와 목적으로 녹취록을 야당 쪽 전 이사를 통해 언론노조 세력에 넘겼다는 것이다.

자세한 경위는 김주언이 경향신문과 한 인터뷰에 더 잘 나와 있다. 김주언이 전한 내용인즉, 세월호 특조위 조사를 받은 김시곤이 길환영 전 사장이 보도개입을 부인하자 비망록과 녹취록 공개를 망설이다 자신이 설득해 언론노조 세력에 녹취록을 넘겼다는 취지다.

김주언은 마치 양심가인 김시곤이 자신에게 설득당해 녹취록을 넘긴 것처럼 얘기했지만 필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김시곤 스스로의 정치적 판단에 따른 선택이었다고 본다. 김주언을 포함한 언론노조 세력과 야당 이익과도 맞아 떨어졌을 뿐이다. 김시곤은 이미 5월 19일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자신이 세월호 특조위에 연락해 자진해 조사받은 사실을 밝혔다.

이 인터뷰에는 몇 가지 매우 중요한 사실들이 담겨 있는데, 김시곤은 본인 입으로 이렇게 얘기한다. "총선이 끝난 직후인 지난달(4월) 중순 쯤 조사에 응했다" "조사내용 자체를 밝힐 수는 없지만, (보도개입 등과 관련해) 있는 사실 그대로 조사에 응했다" 김시곤은 특조위 조사 때 보도개입과 관련한 KBS 기자협회 진상보고서와 비망록(국장업무일일기록)도 제출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김시곤은 총선이 야당 압승으로 끝나자마자 그동안 쥐고 있던 녹취록, 비망록과 같은 자료들을 세월호 특조위에 넘기고 김주언에 설득당한 형식으로 6월 30일 녹취록을 공개한 것이다.

김주언 전 KBS 이사의 묘한 말들

몇 가지 이런 사실만 봐도 냄새가 진동하지만 더 정확히 해두자. 그렇다면 김시곤은 언제부터 통화녹음을 하기 시작했고, 비망록 따위의 글을 쓰기 시작했을까. 이건 김주언이 7월 1일 TBS라디오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 방송에 출연해 자세히 얘기했다. "당시에 보도국장(김시곤) 했던 분이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한테 전화를 받으면서 그걸 휴대전화로 녹음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주언은 녹음 당사자가 김시곤이라고 분명히 밝힌 것이다. 구체적인 설명은 더 흥미롭다. 진행자가 녹취파일 있다는 걸 어떻게 알게 됐느냐고 묻자 김주언은 이렇게 답한다. "그 전에도 이제 김시곤 전 국장이 세월호 참사 이후에 길환영 사장하고 갈등을 빚어가지고 길환영 전 사장에게 사표를 종용 받았습니다. 그 당시부터 시작해서 우리 김시곤 전 국장이 녹취파일을 가지고 있고 또 녹취 파일 외에도 김시곤 비망록이라고 해서 여러 가지 자료들을 갖다가 가지고 있던 사실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김시곤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길환영과 사이가 틀어지자 통화 녹음을 시작했고 비망록을 쓰면서 차곡차곡 자료를 모아놓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그리고는 묵혔다가 2016년 총선 결과가 야당 압승으로 나오자 며칠 후 세월호 특조위에 자진해 연락해서 조사받고 자료를 넘겨줬다는 것이다. 김주언은 김시곤이 공개된 녹취록 외에 녹음 파일과 비망록을 더 갖고 있다고 얘기했다.

이번 녹취록 폭로 약발이 신통찮으면 앞으로 추가 공개도 할 수 있다는 점까지 암시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근데 여기서 문득 궁금해진다. 김시곤은 과연 이정현과의 통화만 녹음했을까.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건 김주언이 김시곤을 가리켜 "우리 김시곤 전 국장이…" "우리 김시곤 전 국장께서…" 하고 존칭하는 부분이다. 무엇이 김주언으로 하여금 김시곤을 꼬박꼬박 존칭하도록 만들었을까. 예전부터 가졌던 유대감일까 아니면 어떤 시점에 갑자기 생긴 유대감일까.

   
▲ 김시곤 전 KBS보도국장이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의 녹취록을 공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좌파언론과 야당은 언론탄압, 보도통제라며 정치공작으로 몰아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치밀하게 계산한 김시곤, 언론투사 아니다

김주언은 "녹취록에 보면 YTN 이야기도 잠시 나오던데 KBS 말고도 다른 언론사에도 이런 유사한 압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단순히 KBS한테만 그런 식으로 전화한다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고요. KBS 외에 다른 매체, 방송, 신문할 것 없이 다른 매체들에게도 친분관계나 무슨 그런 관계를 이용해서 충분히 보도 통제를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녹취록 논란을 다른 언론사로 확대해 판을 키워보겠다는 의도가 충분히 느껴지는 말이다. 필자가 이렇게 사실관계를 모아 정리한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이번 사건을 만든 자들의 의도와 목적이 순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주언은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김시곤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김 전 국장은 이념적으로 보수 쪽이고, 밑에서 들고일어나면 참지 못하는 권위적인 사람일 수 있다" "(하지만) 보도 문제에 있어선 외부 개입을 철저히 거부한다는 신념이 확고하다."

김시곤을 마치 무슨 언론독립 투사인 양 미화했지만 웃기는 얘기다. 김시곤과 이정현의 통화 내용에 정답이 나와 있다. 김시곤은 KBS가 그런 조직이 아니라면서, 매달리는 이정현 요청을 분명히 거절했다. 그런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제가 하여간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볼게요"라고 했다. 이건 김시곤이 이정현 강압에 못 이긴 게 아니라 알아서 제 능력껏 도왔다는 뜻 아닌가. 스스로 판단해 도와놓고 무슨 보도개입이고 외압 타령인가.

길환영 사장이 간섭했다는데 그럼 김시곤 본인은 신념은커녕 길환영 꼭두각시였다고 고백하는 꼴 아닌가. 사장과 틀어지면서 통화 녹음을 하기 시작하고 총선 결과가 나오자마자 야당 권력에 붙은 듯한 김시곤 행태는 누가 봐도 전형적인 기회주의자 박쥐행보일 뿐 소신 있는 언론인의 정도가 아니다. 참고용으로 전화 녹음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같은 논리로 비망록이든 일기든 뭐든 기록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걸 김시곤처럼 이용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인격과 사람 됨됨이를 가르는 것이다.

위선으로 가려도 더티플레이는 역풍 부른다

KBS 전 이사 김주언은 TBS방송에 출연해 또 이런 말을 했다. "우리 김시곤 전 국장께서 저한테 파일이나 자료를 주면서 이것이 재판 과정이나 아니면 그런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어떻게 될지 자문을 구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문을 구하면서 최근에는 그 자료들이 특조위까지 해서 다 공개가 되었으니까 이 마당에 공개가 되었는데 어차피 다른 루트를 통해서 공개가 될 텐데 이것을 국민들한테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느냐, 라는 설득 끝에 공개하게 된 겁니다."

김주언이 율사 출신인가. 김시곤은 왜 그런 법률 자문을 화학을 전공한 언개련 출신 김주언에게 구했나. 이게 상식적인 일인가. 혹시 어떤 시나리오에 맞추기 위해 두 사람 중 누군가가 혹은 두 사람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30일 녹취록 공개는 김주언과 언론노조 민언련이 같이 주도했다. 이걸 받아 한겨레 경향 미디어오늘과 같은 좌파지들이 여론전을 주도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이정현 청문회를 벼르고 있다.

불만을 품은 내부자의 제보를 받아 누군가가 총대를 메 폭로하고 한겨레 미디어오늘과 같은 좌파매체가 받아 확산시킨다. 이걸 야당 정치세력이 정치 공세에 악용하면서 무한 반복해 가는 이 전형적인 서클 구조, 어딘지 익숙하지 않나. 아무것도 아닌 내용을 과장하고 침소봉대 해 국민을 기만하는 선동에 이용하는 기존 행태와 똑 닮지 않았느냐는 얘기다. 그래서 필자는 김시곤 녹취록 사건이 결코 순수하지 않은, 더럽고 부도덕한 정치공작 사례라고 보는 것이다.

야권은 김시곤 녹취록 사건으로 세월호 특조위 기간 연장이나 박 대통령과 정부 공격, 공영방송 지배구조 변경과 같은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의도를 이미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김시곤 녹취록 활용도는 계산이 다 섰다는 얘기다.

길어진 글 짧게 결론 내리자. 야권이 아무리 위선을 떨어도 이번 녹취록 사건엔 많은 국민이 공감할 상식이 빠져 있다. 그러니 아무리 선동해도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김시곤 개인이 억울한 일이 있다면 그 개인이 풀 일이다. 야권이 이걸 아무리 만지고 지지고 볶아봤자 역풍이 불거란 얘기다. MBC 녹취록으로 실패한 경험 맛봤으면 다신 더티한 플레이 안 했으면 한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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