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72) 삼성전자 회장이 고() 이병철 선대회장의 상속재산을 놓고 이맹희(84)씨와 벌인 법정다툼에서 다시 한번 승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4(부장판사 윤준)6일 이맹희씨가 "상속되지 않은 9,400억원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차명주식을 돌려달라"며 이 회장을 상대로 낸 주식인도 등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과 같이 이씨의 일부 청구에 대해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소멸시효)'이 지났다는 이유로 각하했고, 나머지 청구에 대해서는 상속재산으로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상속회복청구권의 시효는 상속 침해가 있은 날로부터 10, 침해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씨가 청구한 삼성생명 주식 4259,000여주 중 126,000주는 상속 재산으로 인정하면서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10년의 제척기관이 경과돼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이 회장이 삼성그룹 회장으로 취임하고 이를 배타적으로 점유하면서 의결권이나 이익배당 등 주주권을 행사했을 때 상속권 침해 행위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상속회복을 청구할 수 있는 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선대회장은 실명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경영해 왔고, 이 회장을 일찌감치 후계자로 결정해 나눠먹기식 재산분배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표명해 왔다""공동상속인들은 이 회장의 그룹 회장 취임과 경영권 행사에 오랫동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므로 미필적으로나마 해당 주식 보유를 양해하거나 묵인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나머지 삼성생명 주식 4132,000주에 대해서는 "상속 당시 존재하던 상속재산이라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삼성전자 주식 337,000여주에 대해서도 "상속 개시 당시 선대회장의 차명주식이라고 볼 증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이 회장의 빈번한 주식거래로 인해 상속 당시 존재하던 상속재산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앞서 이씨는 이병철 회장의 차녀 이숙희(78·구자학 아워홈 회장 부인), 손자 이재찬 전 새한미디어 사장의 유가족과 함께 이 회장과 에버랜드를 상대로 4849억원대의 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고, 판결에 불복한 이씨는 단독으로 항소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