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끌기에 골병드는 기업…통신미디어 시장의 '융복합 추세' 직시해야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SK텔레콤·CJ헬로비전 합병…경쟁 제한이 아니라 촉진

4일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인수·합병)와 관련해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SK텔레콤이 합병 신청서를 제출한 지 7개월 만이다. 현행법상 기업결합 심사 기한은 최대 120일이지만 공정위는 이를 훌쩍 넘긴 셈이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 “경쟁 제한성에 대한 심사과정에 있어서 자료보정 기간이 심사기한을 초과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건은 방송·통신 융합의 첫 사례”라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부터 기업결합 심사에 돌입한 바 있다. 공정위 심사가 120일을 넘기는 것은 이례적이다. 기업 인수합병에 있어서 시간은 돈이다. 공정위의 질질 끌기에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만 피해를 입고 있다.

이번 심사보고서 발송 후 공정위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최종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한다. 의견 수렴이 끝나면 공정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합병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방송부문은 종합유선방송사업(SO) 변경허가와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동의를 얻어야 한다. 게다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 인허가권자는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 승인이 공정위에서 1차적으로 통과한다 하더라도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부 인허가라는 관문이 남아 있다.

CJ헬로비전은 SK텔레콤과의 합병계약 후 6개월간 경영활동이 올스톱되었고, 이에 따라 가입자 수 감소는 물론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4.9%, 6.6% 감소했다.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라는 관치에 민간기업만 피해를 입었다. 기업결합심사의 주 목적은 기업결합을 통한 경쟁제한을 막기 위한 것이나 이 과정에서 M&A를 통한 기업구조조정의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경제침체가 장기화되는 현 시점에서는 무엇보다 적시 합병, 신속한 구조조정이 요구되지만 공정위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 원래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은 서로에게 득이 되는 윈윈게임이었다. CJ헬로비전은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기위해 미래 성장이 불투명한 방송플랫폼을 매각하고자 했고 SK텔레콤 또한 성장절벽에 부딪힌 통신시장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 케이블 시장진출을 고려하고 있었다./사진=연합뉴스


과거 롯데쇼핑이 하이마트를 인수할 당시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심사를 하는데 107일 걸렸던 적이 있었지만 이번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 심사의 경우는 이를 뛰어넘은 전무후무한 사례다. 공정위는 경쟁제한성을 심사하기 위해 수차례 자료 보정을 요구하며 시간을 끌었다. 2016년 공정위의 심사지연은 기업경영에 혼란을 줄 뿐만 아니라, 정부가 결합심사라는 규제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최악의 전례를 남겼다.

한편 이번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과의 합병에 있어서 안타까웠던 점은 대기업 사이의 경쟁임을 감안하더라도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서비스 공급자들의 반대 목소리가 드높았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SK텔레콤에 이은 통신시장 사업자인 KT와 LG U플러스였다. 특히 KT가 주도했던 합병 반대 명분 중에는 합병으로 인해서 소비자 가격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는데, 이는 설득력이 약하다. 합병 이후 SK텔레콤의 가격이 올라간다면 경쟁자인 KT에게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KT가 SK텔레콤과 비교해 약자라고 호소하는 점도 소비자 이익과는 무관한 얘기다. 지금의 방송은 넷플릭스, 유튜브, 구글과 페이스북 라이브 등 미디어 융복합 시대를 걷고 있다. 모바일과 웹, 가정 TV 케이블 채널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케이블 채널 및 통신시장으로 구별되는 칸막이 영역이 무의미해졌다. 합병 후라 하더라도 케이블 단일시장 기준으로 1/3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지도 못할 SK텔레콤에게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쟁 제한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미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한국의 방송통신 정책은 더욱 소비자의 이익에서 멀어질 것이다. 그 결과 한국 방송통신시장은 차츰 소비자에 봉사하는 경제가 아니라 생산을 위한 생산을 계속하는 공급자 위주의 경제로 타락해 갈 것이다.1)

   
▲ 미디어 융복합의 시대에 단일 시장은 의미를 잃었다. 더욱이 기존 사업자 간의 이해관계는 고려사항이 아니다. 경쟁 제한이 아니라 경쟁 촉진이라는 시장 자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이미지 제작=미디어펜


원래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은 서로에게 득이 되는 윈윈게임이었다. CJ헬로비전은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기위해 미래 성장이 불투명한 방송플랫폼을 매각하고자 했고 SK텔레콤 또한 성장절벽에 부딪힌 통신시장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 케이블 시장진출을 고려하고 있었다.2) 하지만 공정거래위의 지나친 결합심사 지연으로 두 기업 앞에 놓인 시장상황은 불투명해졌다.

이번에 공정위가 발송한 심사보고서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긍정적이라 할지라도 아직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부의 최종 인허가가 남아있다. 향후 공정위 뿐 아니라 방통위와 미래부가 직시해야 할 것은 소비자를 위한 것이 무엇인지, 현재의 시장 상황이 어떠하고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등이다.

미디어 융복합의 시대에 단일 시장은 의미를 잃었다. 더욱이 기존 사업자 간의 이해관계는 고려사항이 아니다. 경쟁 제한이 아니라 경쟁 촉진이라는 시장 자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겹겹이 쌓인 관치에 SKT와 CJ헬로비전, 두 기업만 골병 들어가고 있다. 정부 실패, 근시안적인 규제의 전형이다. 통신시장을 주무르고 있는 관료들은 두 기업의 사업재편을 더 이상 막지 말아야 한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1)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소비자를 위한 경제 어떻게 만들 것인가’ 발제문. ‘무늬만 약자 보호? 소비자 이익 희생시키는 경제정책’(미디어펜 보도). 컨슈머워치 주최 창립2주년 기념세미나. 2016.01.19

2) 곽은경 자유경제원 시장경제실장. ‘누가 기업의 사업재편을 막는가’ 토론문. ‘SKT-CJ헬로비전 M&A, 누가 기업 사업재편 막나’(미디어펜 보도). 자유경제원 주최 ‘기업구조조정 제대로 하려면’ 토론회. 201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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