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기자]20명이 사망한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인질테러에서 한 무슬림 대학생이 "친구를 두고 갈 수 없다"며 테러범의 석방 제안을 거부, 끝내 희생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1~2일 다카의 '홀리 아티잔 베이커리'에서 벌어진 인질 테러 희생자 가운데에는 방글라데시 국민인 파라즈 후사인(20)이 포함됐다.

방글라데시 트랜스콤 그룹 라티푸르 라흐만 회장의 손자인 후사인은 다카의 아메리칸스쿨을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에모리대학교에 다니다가 지난 5월 방학을 맞아 귀국했다.

그는 1일 저녁 같은 고교 출신으로 미국에서 유학하던 타루시 자인(19·여), 아빈타 카비르(18·여)와 함께 이 식당에서 저녁을 먹다가 인질이 됐다.

애초 테러범들이 "인질이 쿠란을 암송하면 해치지 않았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방글라데시인이자 무슬림인 파라즈가 숨진 것은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파라즈의 조부인 라흐만 회장은 파라즈가 쿠란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파라즈가 미국에서 공부했다거나 기업인의 아들이라는 점 때문에 살해당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살아남은 인질들에 따르면 파라즈는 테러범들로부터 '풀어주겠다'는 제안을 받고도 '동행한 친구들을 풀어줄 수 없다'는 말에 인질로 남는 것을 택했다고 프로톰알로 등 현지 언론이 4일 전했다.

그와 동행한 친구들은 방글라데시에서 오래 살긴 했지만, 자인은 인도 국적의 힌두교도였고 카비르는 미국 국적인데다 모두 서양식 복장을 하고 있어 테러범들이 이들의 석방은 거부했기 때문이다.

파라즈는 '친구들을 버려둔 채 혼자 나갈 수는 없다'고 맞섰고, 2일 오전 정부군의 테러 진압이 끝난 뒤 결국 이들 3명은 모두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방글라데시 네티즌들은 파라즈가 진정한 우정과 인간애를 보여줬다고 안타까워했다.

'살레흐 탄비르'라는 네티즌은 관련 기사에 "죽음에 직면해 인간애와 용기를 보여준 마음 아픈 이야기"라면서 "진정한 용기는 그릇된 신념을 갖고 자폭테러를 저지르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굳건한 인간애에 있다"고 댓글을 남겼다.

한편 이번 테러에서 살아남은 한 인질은 자신은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살아남았지만, 희생자들이 절규하는 환청이 들린다며 죄책감과 괴로움을 토로했다.

이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던 익명의 생존자는 AFP 통신에 "테러범들이 동료 두 명과 함께 나를 데려가 머리를 숙이고 의자에 앉게 한 뒤 무슬림이냐고 물었다"면서 "그렇다고 하자 그들은 이슬람교도가 아닌 사람들만 죽이겠다며 무슬림은 해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그는 "머리를 숙이고 알라께 계속 기도하는 동안 몇 번이나 구토를 했다"면서 "고개를 들지 말라는 경고에도 한 번 고개를 들었더니 바닥에 피 흘리는 시신이 보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테러범들이 식당에 들어오자마자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처음 몇 분 동안 많은 총소리와 절규,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2일 오전 군대가 진입하기 시작하자 테러범들이 자신들이 있는 방으로 와 "이슬람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고 자부심을 지키며 좋은 무슬림이 되라"고 말하고는 나갔다며 이후 총소리가 들리더니 곧 잠잠해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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