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도 유사기사비율 80% 넘어, 출입처제도 개선 시급

제목이 통조림 뉴스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번 주제가 통조림에 관한 뉴스라고 생각할 것이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가 싸구려 식품의 대명사인 스팸(Spam) 통조림이 한국에서는 명절에 인기 있는 선물(In South Korea, Spam Is the Stuff Gifts Are Made Of)이라고 크게 기사를 썼고 국내 언론이 이를 받아 일제히 보도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주제인 통조림 뉴스는 ’통조림에 대한 뉴스‘가 아니라 ’통조림 뉴스‘이다. 지난번에 이어 기자들의 출입처 제도에 관해 더 알아보고자 통조림 뉴스라는 주제를 정했다. (뉴욕타임스의 ’한국의 통조림 선물 세트 뉴스‘를 직접 읽으실 분은 다음 링크를 클릭하면 된다.)
http://www.nytimes.com/2014/01/27/world/asia/in-south-korea-spam-is-the-stuff-gifts-are-made-of.html


   
▲ 한국의 지상파 뉴스나 조중동 등 신문뉴스는 콘텐츠나 스타일의 유사성이 너무 높아 통조림뉴스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설명절에 한국에선 통조림이 인기라고 보도했고, 우리 언론도 이를 받아서 화제기사로 쓴 바 있다.

통조림 뉴스란?
통조림은 영어로 can이다. Can의 형용사형인 ‘canned’는 '통조림으로 만든'이란 뜻이며 여기에서 통조림처럼 정형화된 또는 기계로 찍어낸 듯이 비슷한이란 뜻이 나왔다. 사회과학에서 사용하는 통계 프로그램 용어 가운데 canned program이라는 관용어가 있는데, 이는 이용자가 데이터만 입력하면 프로그램이 다 알아서 계산한 뒤 답을 주는 SPSS와 같은 통계 프로그램을 지칭한다. Canned program은 응용범위가 적은대신 사용이 간편해 초보자들에게 알맞다.

언론계에서는 canned news(통조림 뉴스)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정형화된 혹은 비슷한 내용과 형식의 뉴스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호멜사의 돼지고기 통조림인 스팸은 그 맛과 규격이 전세계 어디서나 동일하듯이, 또 우리가 자주 먹는 참치 통조림은 브랜드가 무엇이든, 어디서 구매하든 그 맛이 모두 비슷하듯이 통조림 뉴스 역시 언론사마다 뉴스 내용이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신문의 통조림 뉴스
그러면 우리나라 신문·방송 기사는 통조림 뉴스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서로 비슷한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문 기사나 방송 뉴스가 거기서 거기라며 대체로 비슷하다는데 한 표를 던지겠지만 얼마나 비슷한 지 에 대해 정확히 답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동안 학계에서 이루어진 연구도 대부분 특정 주제에 대한 보도의 유사성 혹은 차이점을 분석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전반적인 유사성에 대한 연구는 드물었다.

그러나 지난해 한 연구(이도길, 2013)에서 2001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 4개 신문의 전체 기사에 대한 키워드 공기어 분석 - 두 단어가 같은 문맥에서 함께 사용되는 정도에 대한 분석-을 통해 신문간의 유사도를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한겨레신문을 제외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간에 공기빈도가 8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나 상당한 유사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즉, 우리가 심정적으로 유사하다고 느낀 신문들의 보도 내용이 실제 분석 결과 비슷한 주제에 비슷한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방송의 통조림 뉴스
방송의 통조림 뉴스는 각 방송 뉴스간의 내용 유사성뿐만 아니라 뉴스의 형식도 유사하다는 특징이 더해진다. 물론 신문들도 종합면, 정치면, 사회면 등으로 구분되어 편집형식이 정형화 되어 있지만 그 정도가 지상파는 더 심하다는 것이다. 언론계에서 지적되는 한국 지상파 뉴스의 형식적 특징은
1) 앵커 멘트 이후 녹화된 기자 리포트 방영이라는 반복된 형식,
2) 앵커 멘트 길이 20~30초, 리포트 길이 1분 20~30초, 리포트 안에 들어가는 사운드바이트(인터뷰)의 길이 10초 내외, 화면 컷의 길이 5초 내외 등이 도식적일 정도로 유사,
3) 리포트와 단신의 도식적 배치 등이다.
 

JTBC의 손석희 사장이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종합뉴스는 각각의 리포트가 마치 캔 음식(통조림)처럼 일률적으로 포장돼서 던져진다. 캔 중에는 달달한 후식도 있고…. 우리 뉴스는 그에 비하면 직접 끓이기도 하고, 썰기도 하고, 대접이나 사발에 담기도 하는 음식이다”라며 지상파 3사의 뉴스를 통조림이라고 표현하였다. 이는 아마도 위와 같은 지상파 뉴스의 형식적 측면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손석희 사장이 방송 뉴스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생각을 했더라면 형식 측면(음식 그릇)외에도 내용 측면(음식 재료)의 유사성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언급했었을 텐데 아쉽다.(손석희 사장의 중앙일보 인터뷰에 관심 있는 분은 다음 링크를 클릭하면 된다.)
http://joongang.joins.com/article/aid/2014/01/31/13362560.html?cloc=olink|article|default
 

통조림 뉴스의 이유
국내 언론사의 뉴스 간에 상당한 정도의 유사성이 존재한다면, 즉 ‘통조림 뉴스’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유사하다면 왜 그런 현상이 발생했는지 알아볼 차례다(방송 뉴스의 형식적 유사성에 대해서는 차후에 언급하도록 하겠다). 먼저 1990년도 1월부터 두 달간 6개 일간지의 정치, 경제, 사회면 기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연구를 인용해 보자. 이 연구는 분석 대상 기사 4,844건 중 정부 등 국가기관을 취재원으로 하는 기사가 3,876건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하였고, 비국가기관이 19.7%, 기타가 0.3%로 나타났다고 밝혔다(이원락, 1991).

결국 이들 신문 기사의 대부분이 출입처에서 나온 보도자료를 근거로 쓴 것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1995년에 실시된 한 연구에서도 기자들이 기사 작성 시 보도자료에 의존하는 경우가 79.8%나 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박용규, 1995). 2001년에 실시된 한 연구에서는 정부기관이나 기업들이 언론사에 보낸 보도자료 가운데 기사화 되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 지 알아본 결과 전체 보도자료의 40% 정도가 기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조림 뉴스 - 출입처제도의 산물
이러한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결국 뉴스를 생산하는 주체가 기자가 아니라 출입처라는 것이다. 기자는 출입처가 제공하는 뉴스를 일부 선별해 독자나 시청자가 이해하기 쉽게 가공만 하는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 그래서 같은 출입처를 갖고 있는 기자들의 기사는 소속 언론사와 상관없이 유사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출입처는 대부분 정부기관, 정당, 대기업 등 소위 ‘힘있는 곳’이기에 우리가 보는 신문이나 뉴스의 상당 부분이 ‘힘있는’ 사람들의 얘기로 채워지고 서민이나 중소기업처럼 어려운 사람들의 얘기가 적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자들이 보도자료처럼 출입처에서 발표한 자료를 갖고 기사를 작성하는 것을 ‘발표저널리즘’이라고 하는데 통조림 뉴스가 바로 이러한 발표저널리즘의 결과이다. 이러한 발표 저널리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출입처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곽경수 고려대 언론학과 강사(언론학박사), 전 춘추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