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중국어선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불법조업을 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달러 확보를 위해 중국에 어업조업권을 판매했다”고 국가정보원이 밝혔다.

지난 1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이병호 국정원장은 “북한이 평년의 약 3배에 이르는 1500여척에 대해서 조업권을 중국에 팔았고, 약 3000만불의 수익을 올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에서는 북한이 중국에 어업조업권을 처음 넘겼던 정확한 시점이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벌써 수년 전부터 북중 간 어업조업권이 거래되어왔다”며 “리용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관할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올해 초 4차 핵실험 이후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가 가중되면서 경제난을 겪던 중 벌어진 최근의 사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국방위 부위원장이 관할하는 정부사업의 일환으로 중국 측에 어업조업권을 매각해왔다는 것이 소식통의 주장이다.

소식통은 “처음 배 한척에 6만달러씩 받기로 하고 중국어선 400여척에 어업조업권을 매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또 “모든 어선의 어획량 중 일부를 북한 측이 갖기로 하는 내용으로 계약이 돼 북한 입장에서는 괜찮은 조건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북한 해역에 중국어선이 들어오는 것에 관한 승인은 국방위 부위원장 정도의 권력은 있어야 하고, 이를 이용무 부위원장이 주관한 사실이 있다는 것이다. 또 북중 간 어선계약은 북한의 각 기관 산하 외화벌이를 담당하는 무역회사와 중국의 어업회사가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중국 측의 불법조업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만큼 처음 400여척이던 어선이 크게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 인천시 강화군 서검도 인근 해상에서 우리 군과 해경, 유엔군사령부로 구성된 '민정경찰(Military Police)'이 지난달 11일 고속단정(RIB)을 타고 불법조업 중국어선 단속을 준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해마다 봄어기가 되면 NLL 주변지역에 중국어선이 남하해 불법조업을 하고 있어 특히 꽃게 어획량이 크게 줄어 문제가 되고 있다. 4일 해양수산부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NLL 주변지역에서 월 최대 8700여척의 중국어선이 불법조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우리 해역에 나타나 불법으로 조업활동을 하는 중국어선을 몰아내기 위해 해양경찰 단속선이 퇴거작전을 전개하면 중국어선들이 북한 해역으로 수월하게 도망해 단속이 쉽지 않았다. 북한 해역에서 대기하던 중국어선들은 우리 해경 단속선이 사라지면 다시 우리 해역으로 넘어오는 식이어서 북한이 중국의 불법어업을 눈감아주고 있다는 의혹이 있어왔다.

중국어선의 단속이 어려운 것은 특수해역인 NLL 해역에서 해경이 단독으로 나포작전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드시 해군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다 항공기나 헬기 투입도 허용되지 않는다. 또 해군과 해경이 무리하게 단속작전을 벌이다가 NLL을 넘게 되면 북한 측에 도발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하듯 중국어선은 우리 해역에서 대놓고 불법조업을 벌이다가 해경에 쫓기게 되면 북한해역으로 도망가버리는 식이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4일 NLL 주변 해역에 80여개의 인공어초를 설치하기로 하고, 일반예비비 80억원 지출안을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했다. 당초 20억원을 들여 16개의 인공어초를 설치하기로 했던 계획이 대폭 확대된 것으로 중국 정부가 근절대책 마련에 지지부진하자 스스로 해결책을 강구하는 차원이다. 

인공어초는 어류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인공으로 조성한 구조물로 저인망식 조업을 막는 역할을 한다. 이번에 설치되는 인공어초는 일반 어초에 비해 크기는 2∼8배 크고 무게도 30t이상 나가는 등 저인망식 그물이 쉽게 걸릴 수 있도록 제작된다.

한편, 한중 양국 간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근절을 위한 논의가 5일 광주광역시에서 열린다. 9번째로 열리는 한중 간 어업문제 협력회의로 우리 측에서 배종인 외교부 동북아국 심의관, 중국 측에서는 천슝펑(陳雄風) 외교부 영사국 부국장이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한다.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문제가 어느 때보다 크게 부각된 상황에서 개최되는 이번 회의에서 중국 측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도출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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