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분식회계 의혹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가능성을 알면서도 4조2000억원을 '혈세 지원'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4일 국회 대정부질문 이후 지난해 10월 22일 열린 '서별관회의'에 보고된 문건이라면서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지원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 표지에는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등 6개 관계 기관 이름이 적시돼 있다.

대우조선 현황 및 실사 결과와 대응방안별 검토안, 정상화 지원 방안, 자구계획 및 다운사이징(downsizing) 방안, 부실책임 규명 및 제재 방안, 향후 계획 등을 담고 있다.

보고서는 산은, 수은, 무역보험공사가 대우조선에 부족 자금을 지원하고, 시중은행이 기존 여신을 유지하는 방식의 국책금융기관 주도 정상화 방안이 불가피한 선택지라고 제시했다.

6개 기관은 보고서에서 "국가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국내 조선업의 경쟁력 유지, 대우조선의 대외 신인도 유지 필요성, 자율협약·워크아웃 시 채권은행의 이탈 가능성 등 다양한 측면의 손익과 리스크를 고려할 때 대우조선의 정상화가 필요하며, 그 방안은 국책은행 주도 방안이 불가피하다가"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조선산업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추가 자금지원도 부실화할 우려가 있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한계로 꼽았다.

신규 수주 급감으로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경우 산은과 수은의 자금지원 부담이 가중될 것을 알면서 국책은행 주도의 정상화 방안을 선택한 것이다.

홍익표 의원,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정부가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의혹을 인지하고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고 4조2000억원 지원을 결정했다고 질타했다.

홍 의원은 "수조원 이상의 부실 현재화로 감리가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음에도 금감원의 감리가 늦게 시작된 점도 의문이었는데 문건을 보면 회사의 사정 봐주기가 회계감리 개시 지연을 일으킨 셈"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대우조선과 관계없는 금융기관에까지 대우조선의 정상화를 위해 신규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위한 구체적 액수까지 결정해 분담토록 한 것은 관치 금융의 부활이라고도 비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해명자료를 내고 서별관회의는 감리 여부를 결정하는 회의체가 아닌 데다 금융감독원이 감리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었으므로 분식회계를 알고도 대응을 미뤘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이날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공식적으로 나와 있는 대우조선의 회계장부는 믿지 않았다"면서 공식 회계장부를 기초로 하지 않고 회계법인 실사 결과를 토대로 지원을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임 위원장은 "대우조선이 공시한 내용과 회계법인 실사 결과에 차이가 나 분식회계 우려가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며 "인지한 내용은 서별관회의에서 관련 기관과 공유했으며 대우조선에 대해 회계감리를 하기로 관계 기관이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정부가 회의에 참석했던 부처별 입장이 담긴 문건들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문건 전체를 공개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 구조조정 시발점인 대우조선 정상화 방안이 어떻게 결정됐는지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다가 대정부 질의가 끝난 뒤 보고서 전문을 공개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야 3당이 요구하는 청문회 개최가 어려우면 '조선·해운업의 부실화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라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홍 의원의 보고서 공개에 대해 금융위는 지난 5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 지원을 두고 일본 조선공업회가 통상 문제를 제기한 것을 거론하며 "출처 불명의 자료에 근거한 보도가 이뤄질 경우 거래 위축으로 경영정상화에 막대한 차질을 초래할 수 있고 통상문제까지 야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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