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정권 보도지침·보도통제 찍소리도 않던 그들 마녀사냥 나서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노무현 정권 시절에 있었던 일이다. 미국의 요구에 이라크 추가파병을 결정하고 자이툰 부대가 현지로 떠나기 전날인 2004년 8월 2일 국방부는 각 언론사 편집국장 앞으로 서한을 보낸다. 부대 이동상황 등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요구였다. 그 전달에 이미 조영길 국방장관이 각 언론사 발행인 앞으로 '협조편지'를 보낸 이후 두 번째였다. 군 매체가 동행취재 하고 있고 나중에 언론에 자료제공 할 테니 "부대전개가 완료되기 전까지"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거였다.

국방부의 태도는 엠바고 수준이 아니라 출국사실까지 보도하지 말라는 광범위한 보도지침, 보도통제였다. 이라크 파병은 노 정권 지지층이 등을 돌리게 된 큰 사건 중 하나였다. 그때 진보좌파 단체들은 역시나 파병반대 집회를 열었는데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몇 몇 매체만이 보도했다. 그러자 국방부가 오마이뉴스에 전화를 걸어 기사 일부 수정을 요구했다. 청와대는 한술 더 떠 기사 자체를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오마이뉴스는 이 요구를 거부했다.

이 에피소드는 필자 얘기가 아니라 오마이뉴스 측이 직접 기사로 밝힌 사실이다. 2004년 8월 4일 '출국 사실 보도 안하면 뭘 보도하나' 기사와 2004년 8월 21일 "진보언론인, '메이저 시민단체들' 첫 공개비판" 프레시안 기사에 나온 내용이다. 오마이뉴스 외교안보담당 김모 기자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이 지나치게 노 정권과 유착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한 <인물과 사상> 기고글을 프레시안이 옮긴 기사였다.

요즘과 다르게 그땐 그래도 좌파진영 내 꽤 양심적인 비판이 있었던 모양이다. 김모 기자가 그런 경우로 보이는데, 자이툰 부대가 떠난다는 사실조차 쓰지 말라고 언론사에 압박을 넣었던 정부에 양심적 시민단체라는 곳들은 왜 비판하지 않느냐는 지적이었다. 노 정부가 누구 눈치라도 보는지 우리 군 해외 파병소식까지 알리지 말라고 보도통제를 하는데, 시민단체라는 곳에서 별다른 비판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대체 뭐냐는 거였다. 그러면서 김모 기자가 사례로 든 단체가 민언련이다. 오죽 한심했던지 김모 기자는 “주무 단체 격”이라고 민언련을 비꼬기까지 한다.

보도개입과 외압, 과거를 반성해야 할 사람들

필자는 이전 칼럼에서 녹취록 건으로 이정현 전 홍보수석을 열심히 조지는 야당 의원들의 신통치 않은 기억력을 상기시켜줬다. 언론과 전쟁하고 기자실에 대못질 하고 세무조사로 털고 소송으로 압박하고 정권 인사들이 언론에 기고도 못하게 통제하는 못된 짓들을 하던 사람들은 새누리당 사람들이 아니라 본인들이란 사실 말이다. 툭하면 현 정권이 언론을 장악하고 있다고 헛소리들을 하는 사람들이야말로 화려한 언론탄압 시절의 주인공들이었다는 사실이 기억나게끔 설명했다.

필자가 자이툰 부대 파병과 관련해서 그때 오마이뉴스의 노정권 보도지침 고발 사례를 예로 든 건 당사자들이 수치를 좀 알라는 얘기다. 공영방송도 아니고 사기업인 인터넷 신문매체에 청와대가 직접 기사를 삭제해라 마라 요구하는 수준이 노 정권이었다. 이건 보도지침, 보도통제 권력의 외압이 아닌가. 민간 언론사에 기사 삭제를 요구하는 청와대 수준이었다면 공영방송사에서 청와대와 보도책임자들 사이에 어떤 말들과 대화들이 오갔는지는 알만하지 않은가.

   
▲ 2014년 세월호 침몰 당시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현 새누리당 의원)이 KBS 김시곤 전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한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청와대의 보도통제라며 대통령의 사과까지 요구하서 나서 여야 정치공방으로 비화되고 있다./연합뉴스

이정현 의원이 방송법을 위반했다고 거품을 무는 박범계 의원, 검찰이 의지만 있다면 징역형도 가능하다고 선동하는 신경민 의원은 오래되지도 않은 자당 언론탄압 역사부터 반성하길 바란다. 어쭙잖게 녹취록 폭로전에 끼어든 민언련은 노 정권의 보도통제는 제대로 비판도 않다가 "주무 단체 격" 소리나 들었던 오염된 정체성부터 살피기 바란다.

제 눈의 들보를 못 보는 사람들이 남의 눈 티끌은 사사건건 심판하겠다고 설치는 꼴이 대다수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칠지 생각은 해봤나. 다시 말하지만 이정현 의원이 김시곤 전 국장에게 한 전화내용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매달리고 사정한 말들 뿐 아니라 이 의원이 "좀 바꾸면 안 될까?", "통제라고 이렇게 써 버리니까 못 들어가게 한 것처럼 딱 순서대로 기다린거거든", "그냥 다른 걸로 대체를 좀 해 주던지 아니면 한다면은 말만 바꾸면 되니까 한번만 더 녹음 좀 한번만 더 해 주시오"라고 한 부분도 필자는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깜도 아닌 녹취록 정치공세 국민은 보고 있다

우선 갑과 을이 바뀐 듯한 두 사람 사이 대화에서 외압으로 볼만한 구석이 없다. 무엇보다 김시곤이 읍소로 매달리는 이정현 요청을 딱 잘라 거절한다.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돼 있는 방송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도 없다. 언론노조 세력은 이걸 마치 청와대 뿐 아니라 사장과 경영진, 세상 그 누구도 보도와 프로그램에 찍소리도 하면 안 되는 근거처럼 악용하는데 웃기는 얘기다.

그럼 노조는 왜 보도와 프로그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고 수시로 간섭하고 감시하나. 누가 방송법 위반 심판의 잣대를 노조에 주기라도 했단 말인가. 방송법이 노조가 간섭받지 않고 제 밥그릇 지키는데 방패로 쓰라고 존재하는 법인 줄 아나. 보도에 항의하고 잘 좀 봐달라는 것, 이정현식 속사포 어투로 읍소했다는 것이 방송법 위반이라면 공영방송사 내부에서 보도프로그램에 수시로 간섭하고 입맛대로 개입하려는 노조야말로 방송법 위반 세력이다.

방송법엔 '누구든지'라고 돼 있다. 청와대 홍보수석이 보도에 항의하는 것, 공영방송 사장이 보도에 의견을 내는 것이 전부 방송법 위반이라면 노조도 당연히 그래선 안 된다. 그런데 그 누구도 보도와 프로그램에 어떤 간섭도 안 하는 것이 과연 현실적인 얘긴가.

방송법을 정치공세에 이용하는 짓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야당 일부나 언론노조, 민언련 등이 깜도 안 되는 녹취록 가지고 정권의 보도지침, 방송장악 선동을 하고 있다는 건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 말만 봐도 안다. 유 의원은 뭐라고 했나 "(청와대) 홍보수석은 당연히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그리 했을 것"이란 말도 했다.

또 이런 말도 있다. "(청와대 홍보수석이) 정권에 유리하게 언론에 협조를 구하는 것은 어느 정권이나 있다" "어느 때나 다 (청와대 홍보수석이 보도와 관련해 언론사에 항의)해 봤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소위 야권은 아무것도 아닌 걸로 정치공세하다 숱하게 실패를 맛봤다.

김시곤 녹취록으로 이정현과 현 정권을 패고 지금처럼 오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본인들이 과거에 한 짓들이 있다. 지켜보는 국민 눈이 무섭다는 걸 알아야 한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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