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겠지만 예고된 설화(舌禍)다. 그토록 다짐하고 약속했건만 20대 국회 첫 본회의도 역시 ‘막말 바이러스’의 전염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에 따르면 19대 국회에서 막말로 문제가 된 의원은 73명이나 됐지만 윤리특위에서 징계가 의결된 의원은 단 한명도 없다. 막말 징계는 말뿐인 말장난이었다.

‘의원은 본회의에서 다른 사람을 모욕하거는 발언을 할 수 없다’-국회법 146조

‘의원은 회의 중 함부로 발언을 해 다른 사람의 발언을 방해할 수 없다’-국회법 147조

5일 20대 국회 첫 본회의에서 ‘막말 공방’을 벌인 더불어민주당 김동철 의원과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 동시에 이 법을 어겼다. 김동철 의원의 발언을 방해한 이장우 의원은 147조를, “어떻게 대전시민은 저런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뽑아놨나” “저질 국회의원들 하고 같이 국회의원 하는 게 창피해 죽겠네”라고 막말을 쏟아낸 김동철 의원은 146조를 위반했다. 김 의원은 이날 파문이 커지자 이 의원을 찾아 사과했다.

   
▲ 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과 새누리당 이장우의원간의 막말과 고성이 오가며 파행됐다. /사진=미디어펜

‘막말 국회’로 알려진 19대 때인 2013년 막말을 줄여 보자는 취지에서 국회법 개정안이 제출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법안을 낸 당사자였던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부터 이듬해 12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야당 의원들을 향해 “버릇을 고쳐야 한다”는 말로 구설에 올랐다. ‘제 발 저린’ 이 의원의 개정안은 결국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자동 폐기됐다.

이래저래 구설에 오르는 의원은 많지만 막말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이날 막말 설전을 벌인 김동철, 이장우의원의 전력은 화려하다.

‘버럭 동철’로 통하는 김동철 의원은 2013년 이명박 정부 시절 대정부질문에서 당시 김황식 국무총리를 향해 “이명박 대통령의 마지막 소임은 차디찬 감옥에서 사죄와 눈물의 참회록을 쓰는 일”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여당 의원들이 그만하라고 외치자 “할 말이 있으면 나와서 말하라”고 되받아쳤다.

이장우 의원은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지난 20대 총선 전 발표한 막말, 갑질 국회의원 조사에서 새누리당에서 가장 많은 막말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의원은 2013년 국정원 댓글조사 특위에서 정청래 의원이 “막말 대마왕은 이장우 의원이야”라고 하자 “왜 반말이냐”고 소리쳤다. 대변인 시절에는 야당을 ‘꼴통정당’이라고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6일 여야는 전날 고성과 반말이 오가면서 정회까지 파행되는 사태에 대해 어물쩍 넘어갈 태세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잘잘못을 가리기에 앞서 국민 눈에 좋지 않은 모습이 비친 점에 대해 원내 사령탑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며 “동료 의원들을 존중하는 문화가 빨리 정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김 의원에 대해 윤리특위 제소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이미 끝난 일”이라며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막말 척결’은 멀고 구태는 가깝다. 입법 기관인 국회도 역시 법보다 주먹(말)이 먼저다. 20대 국회 첫 본회의 대정부질문 파행 사태를 일으킨 ‘막말 파문’은 또 그렇게 그들만의 ‘특권’으로 덮어질 모양새다.

“총리의 부하 직원이냐”는 말을 들은 여당 의원들은 자존심도 없나 보다. 아니 어차피 한편이니 그렇다 치자. “어떻게 대전 시민은 저런 사람을 뽑아놨냐”는 대전 시민을 모독하고 더 나아가 국민을 모욕한 이 발언은 어떻게 주워 담을 것인가. 막말·저질정치를 청산하겠다고 큰 소리쳤던 20대 국회가 제 식구 감싸기로 ‘막말 챙기기’에 나선다면 모두가 딱 그 수준임을 자인하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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