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혐오·편견 어디에나 존재…의도적인 '프레임' 낙인 안돼
   
▲ 우원재 자유기고가
"너 일베충이지?"에 답하며

"너 일베충이지?" 오른쪽 성향을 가진 사람치고 이 말 안 들어본 사람 없을 거다. 그나마 오프라인에서의 논의는 좀 나은데, 온라인에서 글을 쓰거나 토론을 하면 어김없이 일베충 레이블링으로 시비를 거는 사람들이 있다.

처음에는 화가 났다. 아니, 도대체 무슨 근거로 글 한 번 써본 적 없고, 그 흔한 댓글 한 번 달아본 적 없는 커뮤니티의 회원으로 만든단 말인가? 보수적인 정치성향을 가진 것이 '혐의’라도 된다는 말인가? 게다가 그냥 커뮤니티도 아니고, 그 악명 높은 '일베충’으로 매도하다니.

그런데 요즘에는 의문이 든다. '일베충’이라는 단어가 가진 사회적 맥락과 그 정당성에 대해서 말이다. 일베충은 마땅히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는데, 이 '보편타당한 듯’한 여론에 대해 조금만 생각해보자.

'일베하는 사람’ 내지는 '일베충’이 되는 기준이 뭔가? 일간베스트라는 커뮤니티에 접속해본 사람은 전부 일베충인가? 일베 비판 칼럼을 썼을 때, 몇몇 지인으로부터 내 글이 일베에 올라가서 대차게 까이고 있다는 말을 접하고 며칠에 걸쳐 여러 번 접속하면서 댓글을 확인한 적 있다.

그럼 나도 일베충인가? 아니면 일베 유저들이 환호할 만한 글을 쓰는 사람, 그런 사람이 일베충인가? 종종 내 포스트, 칼럼, 콘텐츠 등이 그리로 넘어가서 일베 유저들에게 추천을 받는다. 나는 일베충일까? 일베에서 환경미화원들이 무질서한 집회 때문에 고생한다며, 현장에 가서 쓰레기를 줍는 캠페인을 하자고 제안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도 '일베충’이라고 욕할 건가?

   
▲ 지난 6월 1일 서울 홍익대 정문 앞에 설치되었던 '일베' 상징 조형물이 타인에 의해 크게 파괴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짓밟는 폭력'이라는 지적이 일어나는 등 큰 논란이 일었다./사진=YTN 뉴스영상 캡처


일베가 공유하는 일부 '놀이 문화’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각종 혐오발언들, 차별과 편견을 조장하고 강화하는 여론, 위악행위가 멋진 것이 되는 특유의 분위기 등, 지적할 부분들이 많다. 특히 명절 때 다수의 일베 유저들이 여자 사촌의 속옷차림을 도촬하여 올렸다는 소식을 듣고 구역질이 올라올 정도였다. 이런 정신나간 요소들은 사회적으로 마땅히 질타 받아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물어보자. 이러한 것들은 '일베’에만 존재하는 일베 만의 특성인가?

나는 커뮤니티를 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커뮤니티를 싫어한다. '또라이’들이 모여서 '또라이짓’하고 그게 재밌다고 서로 낄낄대는 걸 보면 인간에 대한 정이 떨어질 지경이다. 그리고 이런 요소는 대부분 커뮤니티에 존재한다. 익명성의 그늘에 숨어 사회에서 억눌린 욕구들을 방출하려는 인간들은 좌우,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베만 그런게 아니라, 내가 본 커뮤니티는 다 그랬다. 심지어 페이스북도 그렇다.

그렇다면 하나 물어보자. 왜 다른 커뮤니티에서는 못된 짓을 한 사람은 그 개인에 한정에서 비판을 하는데, 유독 일베라는 커뮤니티에만 다른 잣대를 들이대며 그 문제적 인물들을 무려 600만에 달한다는 일베회원들(논란이 있는 수치지만) 전체로 확대하는 건가?

 '일베충’이라는 존재는 일종의 아이콘이 되었다. '절대악’의 상징이다. 매우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고유명사기도 하다. 그래서 뭐만 하면 "당신 혹시 일베충?”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강간모의를 하고 실제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정신나간 '소라넷’같은 대형 커뮤니티의 유저들을 '소라충’으로 아이콘화하고, 인터넷에서 성희롱성 문제발언을 하는 사람들보고 '너 혹시 소라충?’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건 한 번도 못봤다.

이 모순 때문에 나는 '일베충'이라는 단어가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진 프레임이지, 결코 문제대상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감하기도 어렵고. 일베에서 '나쁜 유저'들을 비판하며, 건전한 보수우파 토론의 장을 만들자고 소리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도 일베충으로 매도할 건가?

   
▲ 일베충이라는 손가락질, 지금은 '좌파시즘이 넘치는 세상이다./사진=일간베스트 저장소


내게 개인적으로 연락이 와서 '고맙고, 미안하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평소 하던 생각들, 하고 싶었던 말들, 고민하던 사안들에 대해 글과 컨텐츠로 풀어줘서 고맙단다. 그리고 주위 시선이 무서워 좋아요 한 번 못누르고, 댓글 한 번 못 달아서 미안하단다.

일베충으로 매도될까봐, 혹은 이미 매도된 경험 때문에 겁이 난단다. 매카시즘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이게 매카시즘이다. 종북낙인, 빨갱이낙인은 현실성이 떨어져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도 적지, 일베낙인은 그 자체로 실재하는 위협이자 폭력이다.

우리는 참 이상한 시대에 살고있다. 경상도 사투리를 쓴 연예인이 '일베 의혹'에 휩싸이며 욕을 먹는 그런 시대다. 잘못된 행동이나 발언을 한 건 아무 것도 없는데, 그저 일베랑 아주 조금의 연관성이 있는 행위를 했다는 것만으로 논란이 된다.

사진 찍을 때 우연히 이상한 손모양이 나오지는 않았을까 걱정해야 하고, 내가 쓰는 신조어가 행여 일베발이 아닌가 공부해야 한다. 페이스북 유머 페이지에 올라온 자료를 보고 낄낄대다가도, 누군가 이 자료가 일베에서 나온 자료라면 황급히 웃음을 거둬야 한다. 특히 당신이 보수우파적 성향을 지니고 있다면 십중팔구 일베라 의심받을 것이기에 정치와 관련해서는 그냥 입을 다물고 살아야 한다. 온 사회가 편집증을 앓고있다. /우원재 자유기고가

(이 글은 자유경제원 '젊은함성' 우원재의 청년일기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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