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금융투자업계에서 메리츠종금증권이 최고 수준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중소형 증권사나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증권사를 통틀면 순위가 많이 쳐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메리츠종금증권의 ROE는 11.9%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23.2%에 비해 반토막이 난 성적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의 ROE가 작년에 비해 떨어진 것은 실적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1분기에 연결기준 영업이익 680억원, 당기순이익 50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각각 23.4%, 25.3% 줄어든 수치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57개 증권사의 1분기 평균 ROE가 –3.1%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메리츠종금증권은 업계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ROE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가 효율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최고경영자(CEO)가 경영을 잘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메리츠종금증권이 이처럼 높은 ROE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철저한 성과주의를 도입했기에 가능했다. 중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 현재도 미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는 최희문 사장은 수익의 절반을 성과급으로 주는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면서 메리츠종금증권을 국내 10위권 증권사로 도약시켰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2분기에는 ROE를 30.9%까지 끌어올리면서 다른 증권사들을 경악시키기도 했다. 올 2분기에는 실적이 다소 개선되면서 메리츠종금증권의 ROE는 다시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메리츠종금증권의 ROE를 뛰어넘는 중소형‧외국계 증권사가 눈길을 끌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이다.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은 올 1분기 25.5%로 메리츠종금증권의 2배가 넘는 ROE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메리츠종금증권이 최고의 ROE를 기록했을 때는 64.2%의 기록적인 수치를 달성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자기본자본이 적다보니 ROE를 끌어올리기가 용이했을 수 있다. ROE는 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눠 계산하기 때문에 이익을 끌어올리거나 투입 자기자본을 줄여야 높아진다. 1분기 기준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404억원으로 메리츠종금증권(1조6765억원)에 비해 4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자기자본이 적다고 무조건 ROE가 높아지지는 않는다. 그만큼 이익을 많이 내야한다. 씨아이엠비증권은 1분기 기준 자기자본이 113억 밖에 안 되지만 ROE는 –41.6%를 기록했다. 1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구만본 코리아에셋투자증권 상무는 “직원이 180명인데 지점이 없고 영업인력의 비중이 높다보니 수익이 높아졌다”며 “IB(투자은행) 쪽에서 60%, 채권(20%), 법인영업(10%), 기타(10%) 등 수익이 편중되지 않고 다변화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1분기 실적이 주춤하면서 많은 증권사가 메리츠종금증권의 ROE를 뛰어넘었다. 특히 외국계 증권사의 ROE가 국내 증권사에 비해 대체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코리아에셋투자증권에 이어 한국에스지증권(25%), 골드만삭스증권(23.4%), 크레디트스위스증권(22.4%), 키움증권(18.1%), UBS증권(15.9%), 모건스탠리증권(13.3%), 교보증권(12.8%), 케이아이디비채권중개(12.5%) 등이 메리츠종금증권보다 ROE가 높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는 돈 되는 분야만 집중하기 때문에 돈이 안 되는 사업분야도 같이 끌고가야 하는 국내 증권사보다 ROE를 올리기 유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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