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언론투사라도 된 듯…그런 사람 아냐"…KBS 직원들도 '황당'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의 전화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는 등 보도외압 논란 중심에 선 당사자 가운데 한 사람인 김시곤 전 보도국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 언론은 세월호 참사 당시 KBS 보도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며 녹취록 폭로에 나선 김 전 보도국장의 행위를 추켜세우며 미화에 나서고 있다. 

한겨레신문은 <정치권과의 전쟁…비망록 곳곳에 보도통제 압박감> 제하의 기사에서 한 한국방송 기자가 김 전 국장에 대해 "의리를 중시하는 등 세간에서 흔히 얘기하는 '남자다운' 성격"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새노조의 과거 노보를 인용 "후배들로부터 '바이어스'가 강하고 고집이 센 인물이란 평가를 받는다"는 표현이 나온다. 김 전 국장은 대학 시절 역도부 활동을 했을 정도로 운동을 좋아하며, 후배 기자들에게 팔씨름을 제안하는 등 '힘자랑'하는 모습을 곧잘 보였다고 한다"면서 "언론운동을 하는 후배들을 아예 '적'으로 보는 일부 간부 출신 선배들과는 달리, 대안언론으로 자리를 옮긴 후배와도 가끔 만나 술잔을 기울인다고 한다"고 인간적 면모를 부각시켰다.

   
▲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의 전화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는 등 보도외압 논란 중심에 선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에 대해 일부 언론들의 지난친 언론투사 만들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체 비평지 미디어오늘은 <김시곤 기자 시절, 기사 누락에 항의…노조 전임자 맡기도> 제하의 기사에서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 대화 녹취록 폭로가 파장을 일으키면서 김시곤이라는 인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KBS 내의 일부 긍정적 평가를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다르게 폭로전에 나선 김 전 국장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KBS 내에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길환영 전 사장은 7일 본지 인터뷰에서 김 전 국장에 대해 "그동안 자기가 보도 책임을 지면서 비민주적으로 부서운영을 해오던 그것 때문에, 기자들 반발이 굉장히 심했고, 사실 그것 때문에 세월호 보도가 지나면 교체하려고 했었다"고 털어놨다.

또 "본인이 쓸데없는 헛소리를 해 그렇게 된 건데, 자신이 마치 민주투사가 된 듯 하고 있다"며 김 전 국장의 행보를 꼬집었다. 

KBS 직원 A씨 역시 이 같은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의견을 보였다. A씨는 "김시곤 전 국장이 해사행위를 하고 있다. 갑자기 본인이 언론자유 투사처럼 구는데 내부에서는 김시곤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다 안다"며 "기자들을 엄청 피곤하게 해서 김피곤으로 불렸다"고 말했다. 

B씨는 "과거엔 건강한 보수의 역할도 했는데 갑자기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며 "전 사장과의 사이에 문제가 있더라도 국가를 생각하면 그러지 말았어야 하는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C씨는 "2년 전에는 세월호 교통사고 발언 때문에 언론노조 공공의 적이 되더니 지금 녹취록이 나오고서는 내부고발자처럼 됐다. 굉장히 아이러니하다"고 꼬집었다.

D씨는 "KBS 직원이라기보다 정치인이 된 것 같다. 우리끼리는 김시곤이 다음 정권에서 사장으로 오려나보다 하고 농담처럼 이야기도 했다"며 김 전 국장 행보가 순수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김시곤 전 국장은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출신으로, 1987년 KBS 기자로 입사해 사회부, 경제부 등을 거쳐 모스크바 특파원, 해설위원, 보도국 부국장 등을 지냈다. 

길환영 사장이 취임 후 2013년 1월 보도국장에 임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부 기자를 하지 않아 임명 당시 내부에서도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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