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맹희씨 삼성재산분할 소송 완패, 상고포기 탐욕 내려놓아야

   
▲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재계를 안타깝게 했던 일이 일단락됐다. 법원이 사실과 진실에 입각해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상적인 사고를 못하는 한 인간의 탐욕과 이런 탐욕을 부추긴 법률 장사꾼들이 삼성가를 뒤흔들어놓고, 재계마저 당혹스럽게 만들었지만, 진실을 가릴 수는 없었다. 반기업적인 경제민주화 광풍이 불던 혹독한 시기에 국내 최고기업 형제간 재산싸움으로 몰아가려던 소송싸움은 심각한 상처만 남겼다. 지금에 와서 보면 아무 실익이 없는 소송을 왜 했는지 의아스러울 뿐이다. 자가당착적인 탐욕의 소송은 참혹한 완패로 귀결됐다.

이맹희씨의 소송으로 시작된 삼성가 재산분할 소송은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다. 서울고법 민사14부는 이맹희씨가 동생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낸 4조원대 차명주식 분할소송에서 원심과 같이 이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비록 이맹희씨측이 대법원에 상고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1심과 2심이 모두 이건희회장의 손을 완벽하게 들어준 상황에서 대법원에 가봤자 이맹희씨가 이길 가능성은 제로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2심은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의 정당한 경영권 승계자이며, 형제간 재산분할은 선대회장인 이병철회장 생전에 마무리됐다고 판결해준 것이다.

삼성은 80년대 후반 이병철 선대회장이 3남 이건희 회장이 후계자임을 선언하고, 형제간 재산분할도 마쳤다. 장자 이맹희씨는 승계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그가 맡았던 주요 계열사 경영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후계자대열에서 탈락했다. 임직원들에게 수시로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고, 각종 기이한 행태를 보인 것도 선대회장의 눈밖에 나게 만들었다. 창업주는 <호암자전>에서 “처음에는 주위의 권고도 있고, 본인(맹희씨)의 희망도 있어 장남 맹희에게 그룹 일부의 경영을 맡겨 보았다. 그러나 6개월도 채 못되어 맡겼던 기업체는 물론 그룹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본인이 자청하여 물러났다.”고 강조했다.(<호암자전> 248P)

창업주는 삼성을 올바르게 보전시키는 일은 삼성을 지금까지 키워온 일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후계자 선정에는 덕망과 관리능력이 중요하고, 단순히 재산을 상속시키는 것보다는 기업의 구심점으로서 그 운영을 지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창업주가 이건희회장을 후계자로 선정한 이유를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덕망과 관리능력이 형제중에서 가장 뛰어났기 때문이다. 반면 이맹희씨의 경우 덕망도 없고, 관리능력도 매우 미흡했다고 창업주는 판단한 셈이다.

   
▲ 이맹희씨가 2년전 제기한 삼성그룹 재산상속 소송은 이씨측의 완패로 끝났다. 1심에 이어 2심 항소심도 이건희회장이 그룹의 정당한 승계자이며, 재산분할도 선대회장 생전에 형제간에 마무리됐다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생뚱맞게 소송을 제기한 이맹희씨는 삼성과 CJ를 위해서라도 상고를 포기하고, 탐욕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를 부추기는 법률장사꾼들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선 안된다. 그는 '하나의 삼성'을 원했던 선대회장의 유지를 무겁게 받들어야 한다. 삼성측 소송대리인 윤재윤 변호사가 2심 승소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맹희씨가 얼마나 선대회장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했는가는 재산분할 과정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맹희씨에게 줄 재산을 큰며느리(손복남씨)와 장손인 이재현 현 CJ회장에게 줬기 때문이다. 피붙이가 아닌 며느리에게 장자몫을 줄 정도면 맹희씨의 상태가 어떠했는지는 잘 알 수 있다. 당시 그는 사실상 금치산자(禁治産者)였다고 삼성그룹의 원로들은 증언하고 있다.

이맹희씨도 자서전인 <묻어둔 이야기>에서 선대회장이 살아있을 때 동생인 이건희 회장에게 그룹을 물려주기로 결정했으며, 형제간에 재산분할도 마쳤다고 했다. 삼성가 재산분할은 25년전인 1989년에 끝난 사안인 것이다. 창업주 장녀인 이인희 한솔그룹 회장도 이맹희씨가 2년전 난데없이 재산분할 소송을 내자 형제간 상속문제는 이미 끝난 사안이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번 소송은 많은 상처를 남겼다. 국내외에서 삼성가 형제간 재산분쟁으로 비쳐지면서 갈길 바쁜 삼성에게 적지않은 부담을 줬기 때문이다. 이맹희씨가 생뚱맞게 공격을 가한 시점은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폭풍이 불어닥칠 때였다.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러시를 이루고, 재벌개혁의 여론몰이가 휘몰아친 시기였다. 강도 높은 반기업적 상황에서 국내최고 대기업집단을 뒤흔드는 재산분할 소송이 이뤄졌으니...그 충격은 어떠했겠는가?

이회장이나 삼성은 그룹의 명운을 걸고 미국의 자존심 애플과 스마트폰 대전을 벌이고 있었다. 애플과의 전쟁에서 밀리면 추락하는 위중한 상황에서 이맹희씨가 이회장과 삼성에 대해 뒤에서 총질을 해댄 것이다. 삼성의 총수와 수십만 임직원들이 애플과의 힘겨운 적벽대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이맹희씨가 난데없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회장과 삼성은 정면돌파를 했다. 비록 집안싸움으로 비쳐지는 부담을 안고서라도 그룹의 정통성과 원칙의 문제에선 양보를 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타협하면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도 있었다.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가업을 수성하고, 더욱 더 키워 글로벌 삼성으로 도약시키는 것은 그에게 주어진 무거운 책무였기 때문이다.

이맹희씨는 2심판결을 앞두고 동생과 해원상생(解寃相生)하고 싶다고 했다. “묵은 감정을 다 털어내고 서로 화합하여 아버지 생전의 우애 깊었던 가족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이것이 장자로서의 의무이고, 바람이라고 했다. 물론 이 말은 진정성이 없는 것처럼 비쳐져 삼성의 호의적인 반응을 얻어내지 못했다.

그가 진정한 화해를 희망했다면 1심과 2심 등 법정소송을 벌이는 것을 자제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화해란 말을 언급하면서도 항소심 최후 심리에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주식 인도 청구금액을 9410억원으로 대폭 올려놓은 바 있다. 2심 초기의 소송청구액(96억원)에 비하며 무려 100배가량 높인 금액이다. 이러니 화해는커녕 삼성을 더욱 자극한 꼴이었다.

이맹희씨는 이제 탐욕을 저만치 내려놓아야 하다. 장자로서의 의무를 느낀다면 삼성이 애플과의 글보벌 전쟁에서 승리를 이어가도록 도와야 한다. 삼성전자의 뒤를 무섭게 추격하는 중국의 화웨이, ZTE를 뿌리칠 수 있는데 그가 소송리스크로 삼성에 부담을 줘선 안된다.

이맹희씨는 아들(이재현 CJ그룹회장)과 딸(이미경 그룹부회장)을 위해서도 소송 문제를 질질 끌어선 안된다. 수임료를 노린 법률장사꾼들이 그를 부추긴다고 해도 넘어가선 안된다. 화려한 말로 혹시나 하는 요행이 있을 수 있다는 감언이설로 꼬셔도 더 이상 귀를 기울이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변호사들이 2심 완패후에도 여전히 대법원 상고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것은 볼썽사납다.

CJ도 지금 편한 상태가 아니다. 박근혜정부들어 경제민주화와 골목상권 논란에 휩싸여 곤욕을 치른 데 이어 이재현회장이 배임과 횡령, 탈세 혐의로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이회장은 희귀병을 앓아 건강상태도 극도로 좋지 않다. 중환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엄중한 상황이다. 그룹경영은 손경식 회장과 이미경부회장을 중심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마침 이부회장은 영화 등 문화계 리더로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가해서 한류전도사 역할도 톡톡히 했다. 다보스포럼 기간 박근혜대통령도 참가한 한국의 밤행사에서 이 부회장은 창조경제와 한류, 한식의 우수성을 해외CEO들에게 설명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맹희씨는 혈육들이 CJ그룹을 글로벌 식음료및 엔터테인먼트회사로 도약시키고 있는 것을 보고 박수나 쳐주면 된다. 그가 가만 있어주는 게 CJ도 도와주는 것이다. 삼성을 상대로  소송을 벌여 삼성가가 동시에 정치권과 여론의 도마에 오르는 것은 피해야 한다.

맹희씨가 더 이상 삼성그룹 승계의 정통성문제에 대해 시비를 걸면서 소란스럽게 하는 것은 더욱 큰 화를 자초하는 일이다. 타계한 선대회장이 장남의 황당한 소송사태를 보면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고민해봐야 한다. 삼성이나 CJ나 창업주가 초지일관 지켜온 사업보국과 국가경제 발전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창업주의 생전에 마무리된 재산상속 문제로 삼성의 발목을 잡는 일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 수임료를 노리고 소송을 부추기는 법률장사꾼들의 간사한 속삭임에 더 이상 농락당하지 말아야 한다. 선대회장의 유지를 받든다면 ‘하나의 삼성’이 되는데 미력이나마 보태야 한다. [미디어펜=이의춘 발행인 junglee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