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보다 사익 앞선 종편의 악영향 국민감시가 필요한 때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종편은 일종의 불량식품이다.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현재 모습이 그렇다. 유통기한이 지나 부패하거나 변질된 식품, 제조일과 유통기한 일자를 조작한 식품, 저질원료나 금지원료를 첨가한 식품 등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불량식품은 4대악 중 하나로 적극적인 감시와 제재를 받는다. 국민 정신건강을 위협하고 정치 사회를 타락시킨다는 점에서 종편은 아마도 5대악쯤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종편은 불량식품과 달리 제대로 감시받지 않고 제재 받지 않는다. 뉴스와 시사교양, 예능 프로그램 등 막가는 방송으로 시청자와 국민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악영향을 미쳐도 기껏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기 일쑤다.

종편 폐지 내지는 길들이기에 혈안인 야당과 언론노조세력 집요한 노력 덕분에 야당 눈치는 본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엔 거리낌이 없다. 그러니 종편 저울추는 왼쪽으로만 기울어간다. 친노 패권 비판하던 TV조선 프로는 폐지되고 친박 패권 비판으로 장사하는 현실 아닌가.

종편은 아직 제대로 비판받지 않고 있다. 야당이나 언론노조세력이 저들 입맛 따라 종편에 재갈을 물리려는 행태는 상식적 비판이라기보다 탄압에 가깝다. 필자가 앞으로 종편방송 문제를 적극적으로 지적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도 이 부분이다. 종편이 한쪽으로는 탄압받으면서도 다른 쪽으로는 왜곡 선동방송의 흉기가 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얼마 전 종편이 출범 직후인 2012년, 시청점유율 5.026% 에서 4년 만인 2015년에 13.915%로 2배 이상 급증했다는 통계자료를 발표했다. 지상파를 야금야금 잠식해가는 종편에 대한 감시를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나름대로 오랜 역사를 가진 지상파는 필요 이상 불필요한 규제와 감시 통제까지 받고 있는데, 종편만은 예외일 순 없지 않은가. 아무리 민간방송이라도 언론은 기본적으로 공적 영역인 만큼 사회적 역할이나 기능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종편의 선정주의와 시청률 지상주의 그리고 보도윤리의 문제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무분별한 시사토크 프로그램은 전문성 없는 패널과 편파적 보도로 논란능 일으키고 있지만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 /사진=JTBC 캡처

4월 총선 결과도 종편 폐해의 한 사례

필자는 종편 문제로 대략 3가지 면을 꼽는다. 선정주의와 시청률 지상주의 그리고 보도윤리의 문제다. 앞으로 쓸 글의 비판초점도 주로 이 부분에 맞춰 사례들을 들여다볼 생각이다. 언론학자들의 얘기가 아니라 필자가 속한 일반 국민의 상식적 시각에서 종편이 어떤 뉴스와 방송을 하고 있는지 따져 볼 작정이다.

그런데 이 세 가지는 별개 영역이 아니라 중첩돼 있다. 그 세 가지가 종합적으로 작용해 종편 보도 프로그램을 질적으로 타락시키고 있다. 종편사만 타락하고 망하면 괜찮겠는데 정치사회적으로 무시 못 할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아마도 지난 4월 총선 보도가 종편 폐해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종편이 설정한 의제와 프레임에 따라 생산된 뉴스에 영향을 받은 민심이 정치세력을 바꾸는 결과까지 낳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종편은 무슨 짓들을 했나. 필자는 4월 총선을 좀 과장해 말한다면 종편의 정치적 선정주의가 낳은 결과였다 이렇게 판단한다. 그때 JTBC 뉴스룸은 새누리당 계파 갈등 뉴스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김무성과 이한구가 벌이는 공천 전쟁을 마치 삼류 드라마처럼 안방에 고스란히 전달했다. 새누리당 공천 갈등이 워낙 저질이었던 것도 원인이었지만, 종편 카메라는 친박과 비박 간 말 한마디 행동 표정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카메라를 들이대 안방에 생중계하다시피 전했다. 시청자들은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넋 놓고 욕하며 지켜봤다.

시민단체가 모니터링을 해보니 그때 뉴스룸 정치뉴스는 새누리당 친박과 비박의 싸움이 거의 80~90%에 육박할 정도로 심했다고 한다. 비율이 좀 덜했을 뿐이지 TV조선이나 채널A MBN도 새누리당 내전을 신나게 보도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걸 시간마다 반복하는  지경이었으니 유권자들과 지지층이 도저히 환멸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는 얘기다.

사회적 부작용 커지는 종편 보도

JTBC는 아예 편을 정한 듯한 보도였으니 이건 예외로 한다고 치자. 다른 종편 사정은 다를까. 크게 다르다 할 수 없었다. 거의 하루 종일 뉴스나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 새누리당 공천 갈등 얘기를 떠들어 댄 것은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것만 찾는 종편의 선정주의를 빼고는 얘기가 안 된다. 이게 지상파 그중에서 공영방송사들과 크게 차별되는 부분이다. 자극적이고 잘 팔리는 소재를 찾아 무한 반복재생산 하는 종편 정치뉴스의 악순환, 이게 한국의 정치현실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는 게 현재의 비극이다.

시청률 지상주의도 비슷한 얘기다. 선정적인 소재가 시청률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시사프로그램에 정치뉴스가 아닌 연예계 소식, 그것도 찌라시가 등장한다. 변호사 국회의원 경찰 정치평론가 기자란 사람들이 그 내용을 떠든다. 어떤 배우가 성폭행을 저질렀느니 아니니 동석자가 있느니 없느니 확인되지 않은 말들을 마구 내뱉는다.

배우 박 모씨 성폭행 피소 사건을 가지고 TV조선 채널A와 같은 종편이 찌라시를 퍼트리고 인신공격과 명예훼손성 보도로 지탄을 받았던 사건, 본질을 봐야 한다. 종편의 시청률지상주의는 정치시즌엔 정치뉴스로 평소엔 찌라시 연예뉴스와 엽기 패륜적인 사건사고를 소재로 위력을 떨치고 있는 것이다. 공정성과 객관성 같은 보도윤리는 더 심각하다.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 잦은 시비에 문제가 많은 패널인데도 어떤 이유인지 계속 기용하고 패널 구성도 편파적이다. 여소야대가 되니 야당이 싫어하는 프로그램은 없애고 야당 쪽 패널들로 갈아치우면서 분위기를 바꾼 모 종편 행보에서, 종편에게 기본적인 언론윤리를 기대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이제야 말로 각 잡고 종편 비판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종편의 사회적 부작용이 크다는 것이 수치와 결과로 나타나는데 방관만 할 수 없다. 종편 보도와 프로그램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필요할 때마다 써볼 생각이다./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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