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은 7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무죄 판결에 대해 재판부의 사실적·법률적 문제에 대한 판단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권 과장은 이날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적·법률적 핵심쟁점을 놓치지 않고 명확하게, 정치하게 검토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번 재판의 쟁점을 키워드 축소 증거물 반환 거부·지연 허위 중간 수사 발표라고 규정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장판사 이범균)는 6일 국정원 사건의 경찰 수사를 방해하고 분석결과를 축소·은폐해 특정 후보를 유리하게 한 혐의(공직선거법 및 직권남용 등)로 기소된 김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점 등을 무죄판결의 근거로 들었다.
 
다음은 권은희 수사과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무죄선고 예상했나
 
"전혀 예상하지 못한 충격적인 재판결과였다."
 
- 왜 예상하지 못했나
 
"재판부에서 무죄 이유로 들었던 '저의 진술과 다른 직원들의 진술이 배치된다는 점'은 직무를 이용한 행위, 조직 내부에서 일어나는 행위에서 전형적으로 보이는 특성이다. 그러한 특성을 감안하고 다른 간접 사실과 드러난 사실을 결합해 명확하게, 정치하게 판단했어야 했다. 하지만 어제 언론보도를 통해 본 1심 판단의 주요 핵심 내용을 보면 전형적으로 보이는 특성만을 나열하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 보다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는 간접 사실들의 구성과 판단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
 
- 김 전 청장의 혐의가 크게 '축소·은폐가 있었는지''김 전 청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로 나뉘는 것 같다
 
"일련의 경찰 수사 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했던 수사 축소·은폐가 있었는지와 그것이 현 피고인인 전 서울청장의 지시로 한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로 다뤄질 수 있다. 수사 공권력 주체인 저희 경찰에서 이뤄진 일련의 행위와 관련해 문제가 제기된 만큼 국민들의 관심은 정당하다. 제출된 간접 사실을 기초로 일련의 과정에서 수사 축소나 은폐가 있었는지 최소한의 답변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그 이후에 피고인이 행위자로 읽힐 수 있는 여부를 별도로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답변이 선행되지 않았다면 피고인을 행위자로 귀속시킬 수 있는지도 논할 수 없다고 본다."
 
- 담당 수사 책임자로서 검찰 수사에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보는가
 
"현재로서는 검찰 수사 내용에 대해 얘기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인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직무를 이용한 행위가 재판 대상이 되고 사이버를 이용한 수사 과정이 문제가 된 이 상황에서 관련자들의 진술이 다르다. 그리고 수사의 담당 과장으로서 제가 현장에서 모든 상황을 즉시 통제·관리하고 최종적으로 번복되지 않은 자세를 취하기가 어렵다는 점은 이러한 행위의 전제적인 특성이다. 이 특성을 고려한 뒤 수사와 판단이 이뤄졌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제 진술과 다른 경찰들의 진술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것은 재판 과정에서 이 부분이 충분하게 검토됐는지 여부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 검찰의 기소 내용이 부족했다는 말인가
 
"증거물 반환이 지연된 적이 있었다. 수사과장으로서 신속하게 증거 분석 내용을 입수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수사팀에서 신속하게 증거물을 반환해달라고 거듭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해 1214일께 서울청에서는 ID와 닉네임이 기재 돼 있는 문서 파일을 발견하고서도 수서경찰서 수사팀에 전혀 알리지 않았다. 5여일이 지난 후 수서경찰서 수사과에서 받아볼 수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실무상의 어려움이 있었을 뿐이라는 상이한 진술이 나왔다. 다른 일련의 수사에서는 신속성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중요한 사건에서 실무상의 어려움을 강조하는 것이 타당한지 검토돼야 한다. 이 점이 증거물 반환 거부·지연이라고 문제제기 했던 것이다."
 
- 다른 증인들과 진술 일치하지 않고 다른 경찰들이 거짓말했다고 보기 어렵다면 권 과장이 거짓말했다는 얘기인가
 
"그 부분은 최종 재판이 진행되고 확정되면 많은 분들이 판단하시리라 본다. 현재 제가 누가 거짓말을 했다고 판단을 제가 내리기는 어렵다. 일부 제한된 범위 내에서 주장하는 게 전체에 비춰봤을 때 사실인지 여부가 반드시 판단이 돼야하는 그런 사안이다."
 
-국정원 직원 김모씨가 디지털증거분석과 관련해 경찰과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언제 이뤄진 통화를 얘기한 것인지는 보강수사가 이뤄진 후 정확하게 알 수 있겠다. 통화는 휴대전화 이외에 직무상 내부 전화를 통해서도 이뤄진다. 현재 재판부에서 말한 것은 휴대폰을 이용해서 이뤄진 통화다. 서울경찰청 2계장과 통화한 내용까지 말씀드렸고, 그러한 과정들이 있었기 때문에 서울경찰청과 수서경찰서 사이에 공문이 오고 가는 상황 등이 발생했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통화는 경찰 내부 전화로도 가능하다."
 
-향후 거취는 어떻게 할 예정인가
 
"어제 재판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자세하게 내용 들여다보기 전까지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재판 진행되는 동안 경찰 공무원으로서 책임있게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답변하겠다."
 
- 특검이 필요하다고 보나
 
"그 부분은 경찰공무원인 제가 답변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 오후에 전화한 김용판 전 청장의 전화를 외압으로 느꼈는지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팀은 이미 압수수색 영장을 만들어서 서울청과 서울중앙지검으로 출발한 상황이었다.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기 위해 출발한 이후 (김 전 청장의)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고나서 수사팀이 수서경찰서로 복귀했다. 이 부분이 가장 핵심적인 사실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 검찰이 적절하지 않은 판례를 인용했다고 하던데
 
"서울경찰청 증거분석팀에서 변소할 때 이용한 판결은 증거물 분석 범위를 제한하는 데 인용한 판결이다. 그 판결에 비춰보면 증거물 분석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위법하지 않다고 변론하고 있다. 저희는 그 판결이 이 사안에 적용되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성질의 판단이 아니라고 본다. 수서경찰서 수사팀이 요구한 범위를 제한하기 위해 전혀 다른 성질의 판단을 인용한 것이기 때문에 변소 이유로 합당하지 않다고 주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