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현대상선이 채권단·용선주·공모 사채권자는 물론 일반 투자자도 참여하는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돌입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오는 18일 주당 8890원에 신주를 발행해 2조4892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현재 주가(11일 종가 기준 1만3050원)보다 30% 정도 낮은 금액에 주식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현대상선으로부터 받아야 할 돈을 주식으로 대신 받는 출자전환 규모는 최대 1조9000억원으로 모집 총액의 76% 정도다.

채권단이 보유한 무담보 일반채권 60%, 신속인수 사모사채 50%, 공모사채 50%, 해외 선주들 보유 채권 40% 이상이 유상증자를 통한 출자전환에 참여해야 현대상선이 자율협약 요건을 채울 수 있다.

나머지는 18~19일 일반 투자자로부터 청약을 받아 주식을 배정한다.

현대상선이 22일 공모 주식을 배정하면 출자전환이 사실상 마무리된다.

출자전환 이후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지분율 약 40%의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현대상선이 현대그룹의 품을 완전히 떠나는 것이다.

사채권자와 해외 선주들도 출자전환 후 각각 20% 안팎의 지분율 보유하게 된다.

이를 위해 현대상선은 오는 15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출자전환의 전제 조건인 대주주 지분에 대한 추가 감자를 결정한다.

현재 현대엘리베이터(17.51%), 현대글로벌(1.77%), 현정은 회장(1.65%) 등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은 22.63%다.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을 7대 1로 무상 감자하면 현 회장 측 지분은 3%대로 떨어지며, 출자전환이 완료되면 1% 미만으로 더 낮아진다.

임시 주주총회에서 현대상선은 글로벌 해운동맹 '2M' 가입에 진척이 있다는 점을 주주들에게 설명하면서 유상증자 참여를 설득할 예정이다.

유상증자 투자설명서에서 현대상선은 "7월 중 2M과 해운동맹 가입에 대한 구속력 있는 가입 합의서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다음 달 4일 신주를 교부해 5일 주식을 재상장할 예정이다.

'2막'이 열리는 다음 달 5일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를 임명하는 과정에 들어간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주 상장이 완료되면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산업은행이 경영진추천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으로 CEO 인선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현재 산은이 누가 CEO로 적절한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새로운 CEO 체제 아래 정부가 만든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선박펀드를 이용, 초대형·고효율 선박으로 운항 선박 구조를 바꾸고 비용 절감 방안 등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신주 상장이 완료되면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3월 말 5309%에서 200%대로 낮아져 선박펀드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는 요건을 갖추게 된다.

이제 관건은 유상증자에 일반 투자자가 적절히 참여하는 것이다.

너무 많은 일반 투자자가 몰려 증자 경쟁률이 높아지면 채권단이 원하는 만큼 주식을 받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일반 투자자들이 예상보다 많은 물량을 청약하거나, 공모 사채권자들이 출자전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등 회사가 통제할 수 없는 사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목표 출자전환율 달성을 위해 (추가로) 유상증자가 시행되면 지분이 희석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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