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한화그룹이 한화투자증권을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실적이 정상화돼 ‘몸값’이 올라가면 그때 팔아 제값을 챙기겠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현대중공업은 EY한영회계법인을 하이투자증권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공식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이와 더불어 지주사 SK가 갖고 있는 지분 10%를 팔아야 하는 SK증권과 한화투자증권 역시 증권가의 잠재적 매물로 여겨지고 있다. SK그룹과 한화그룹이 매각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지만 매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 한화투자증권 건물/사진=연합뉴스

한화투자증권 매각설은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한화금융센터빌딩의 토지 및 건물을 1327억원에 한화손해보험에 매각했을 때 본격적으로 돌았다. 회사 측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주진형 사장 재임기간인 지난해부터 주가연계증권(ELS) 운용손실로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16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올 1분기에도 912억원의 적자를 냈다. 2분기에도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한화투자증권은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라는 자구안까지 내놓았다.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액 최저가가 2245원으로 액면가 5000원에 미달하기 때문에 오는 20일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얻어야 한다. NICE신용평가를 비롯한 신평사들은 한화투자증권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이처럼 한화투자증권이 코너로 몰리면서 여승주 사장 취임 이후 나오는 투자은행(IB)부문 강화 등 여러 ‘개혁안’이 마치 회사를 팔기 위한 일종의 ‘작업’처럼 여겨지며 매각설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 측은 물론 매각설을 일축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주진형 사장 시절 구조조정으로 회사의 영업력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여 사장이 전반적으로 영엽력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며 “매각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여 사장은 한화투자증권의 지분을 3만주(0.03%)까지 늘리면서 회사 살리기에 매진하고 있다.

증권사 매물이 큰 인기를 끌지 못하면서 한화그룹이 원한다고 해도 실제도 한화투자증권 매각이 이뤄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현대중공업그룹이 1조원을 넘는 자금을 투입했지만 시장에서는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큰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 매각가는 5000억원을 밑돌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 대형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증권사 인수는 몸집 불리기나 인력 확보보다도 고객 기반을 늘리는 게 가장 큰 목적”라며 “고객 기반이 약한 중소형 증권사가 큰 매력을 끌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투자증권은 이미 주진형 사장시절에 내부에서 매각을 검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직 한화투자증권 고위 관계자는 “과거 한화그룹에 돈도 안 되는 증권사를 매각하라고 제의했지만 그룹 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거절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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