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말까지 파업수위 높이고 현대중공업 노조와 공동파업 전망
회사·근로자 모두 피해 불가피…상공계 "지역경제 마비" 우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이 제대로 풀리지 않자 파업 찬반투표를 가결로 '5년 연속 파업' 준비를 마쳤다.

노조는 임금 요구안을 관철하기 여름휴가 전까지 파업을 전개하고 회사를 압박하며 벼랑 끝으로 몰 것으로 보인다. 또 조선산업 위기로 구조조정에 휩싸인 현대중공업 노조와 23년 만의 연대파업도 모색하고 있어 지역경제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 현대자동차 노조는 13일 전체 조합원 4만8806명을 상대로 파업에 들어갈 지를 묻는 찬반투표에서 4만3700명(투표율 89.54%)이 투표하고 3만7358명(재적 대비 76.54%·투표자 대비 85.49%)이 찬성했다고 밝혔다./연합뉴스


현대자동차 노조는 13일 전체 조합원 4만8806명을 상대로 파업에 들어갈 지를 묻는 찬반투표에서 4만3700명(투표율 89.54%)이 투표하고 3만7358명(재적 대비 76.54%·투표자 대비 85.49%)이 찬성했다고 밝혔다.

노조가 파업투표 하기 전에 파업 일정은 일찌감치 짜여 있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주관으로 20일 울산 태화강 둔치에서 열리는 집회에 현대중공업 노조와 공동 참여하는 일정이 첫째다. 

이날 파업한다면 이후 금속노조가 주축이 돼 현대기아차그룹 사용자를 상대로 제기한 공동교섭 관련 투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전망이다.

금속노조는 공동교섭이 성사되지 않자 22일 파업하고 서울 현대기아차그룹 본사에서 집회할 계획이다.

현대차 노조는 이처럼 여름 집단휴가에 들어가는 7월 말까지 현대중 노조나 그룹 각 사업장 노조와 연대해 공동투쟁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금만 협상하지만, 임금피크제 확대와 그룹 공동교섭 등 임금 부문과 관련이 없는 쟁점들이 협상을 가로막고 있다.

회사 측이 정부 방침에 따라 노조에 강력하게 요구하는 임금피크제 확대는 지난해 노사협상에서 '합의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노사가 임금피크 확대나 공동교섭 안건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면 여름휴가 전 타결은 어렵다. 휴가 이후 교섭도 산 넘어 산이 될 공산이 크다. 그러면 노조의 파업 수위는 높아질 것이다. 

회사는 연례행사 같은 노조의 파업으로 매년 생산차질을 빚고 있다. 

파업 때면 불안한 노사관계로 대내외 회사 이미지가 하락하고 내수나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쳐 결국 판매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노조 설립 이래 29년 동안 1994년, 2009년, 2010년, 2011년 4년을 제외하고 25년을 파업했다. 1987년부터 2015년까지 노조의 전체 파업 일수는 410여 일이다.

자동차 생산차질 대수만 125만여 대, 생산차질액은 14조2000여 억원으로 현대차는 집계했다.

올들어 자동차 판매실적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 여파로 '안티 현대차' 분위기까지 고조되면 향후 피해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35만1124대, 해외에서 204만2834대 등 총 239만3958대를 팔았다. 

내수판매는 4.5% 늘었지만, 해외 판매는 1.8% 줄어들어 전체적으로 0.9% 감소했다.

파업하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돼 조합원의 임금손실도 불가피하다. 

더욱이 현대차 노조의 5년 연속 파업에 세계 1위 조선사 현대중공업 노조가 가세하면 가득이나 침체한 지역경제는 마비 상태에 빠진다.

   
▲ 더욱이 현대차 노조의 5년 연속 파업에 세계 1위 조선사 현대중공업 노조가 가세하면 가득이나 침체한 지역경제는 마비 상태에 빠진다./미디어펜


지역 상공계는 조선 위기로 구조조정이 한창이고 자동차 마저 판매가 감소세인 가운데 두 노조가 동시에 파업하겠다고 하자 한숨을 내쉰다. 시민들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해 수출입이 동반 감소하는 등 경기가 어려운 때에 주력 대기업 노조의 잇단 파업은 국가와 지역경제를 더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울산세관이 발표한 5월 울산 수출입 동향을 보면 수출은 49억8000만 달러로 지난해 5월보다 1.8% 감소했다. 전달인 4월보다도 17.2% 줄었다. 수입액은 35억40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35.8% 줄었다.

수출은 자동차가 중동·중남미 등 신흥국 수요 감소로 작년보다 15.2% 감소한 12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정창훈 울산상공회의소 기획홍보팀장은 "수주 가뭄과 수출 부진으로 지역 주력산업의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며 "이러한 위기에서 노사의 대립은 기업 미래와 지역경제의 불확실성만 가중한다"며 상생을 촉구했다.

지역의 한 주민은 "지역 경기가 어려운 마당에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분위기가 더욱 침체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노조가 파업보다 회사의 위기 극복 노력에 동참해서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빨리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하면 시민사회단체와 상공계 등으로 구성된 '행복도시 울산만들기 범시민추진협의회' 같은 단체가 파업을 자제하고 노사 대화로 임금협상을 풀어가길 촉구할 예정이다.

장창렬 현대차 노조 대외협력실장은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조합원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됐다"며 "노조는 조합원의 권익과 복리후생이 후퇴하지 않도록 총파업 투쟁을 확실하게 이끌고 임금투쟁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노조가 파업을 선택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파업 피해는 고스란히 노사 모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으며 많은 협력사가 함께 피해자가 된다는 사실을 노조는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차 노조는 5월17일 시작해 13차례 열린 올해 임협에서 금속노조가 정한 기본급 7.2%인 임금 15만205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일반·연구직 조합원(8000여 명)의 승진 거부권,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통상임금 확대와 조합원 고용안정대책위원회 구성, 주간연속 2교대제에 따른 임금 보전 등을 요구안에 담았다.

회사는 임금피크제(현재 만 59세 동결, 만 60세 10% 임금 삭감) 확대, 위법·불합리한 단체협약 조항 개정, 위기대응 공동 TF 구성 등을 노조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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