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를 뒤로 한 빅토르 안(29)의 도전이 막을 올린다.
 
빅토르 안은 2000년대 중반 한국 쇼트트랙을 풍미하던 안현수의 러시아 이름이다. 빙상계의 파벌싸움에 이골이 난 안현수는 2011년 전격적으로 러시아 귀화를 선택했다.
 
빅토르 안은 러시아빙상연맹의 도움 속에 빠른 속도로 상처를 치유했다. 귀화 결정 3개월 만에 러시아 국적 취득에 성공한 그는 2012~2013시즌 월드컵 시리즈에서 4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며 전성기 기량을 회복했다.
 
지난해에는 흠 잡을데 없는 경기력으로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빅토르 안은 서울에서 개최된 월드컵 시리즈 2차 대회와 러시아 콜롬나에서 진행된 4차 대회에서 500m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현재 기량은 말 그대로 물이 올랐다는 평가다. 훈련과 휴식을 적절히 병행하면서 오히려 기록이 좋아졌다.
 
빅토르 안은 지난달 중순 독일에서 끝난 2014 유럽쇼트트랙선수권대회에 출전해 4관왕(500m·1,000m·3,000m 슈퍼 파이널·5,000m 계주)에 등극, 종합우승을 거머쥐며 올림픽 리허설을 성황리에 마쳤다.
 
그의 올림픽 출전은 2006년 토리노 대회 이후 8년 만이다. 당시 전성기를 구가하던 빅토르 안은 한국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3관왕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빅토르 안은 이번 대회 개인전 모든 종목에 도전장을 던졌다. 첫 스타트는 10일 남자 1,500m다.
1,500m는 그의 주종목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의 물 오른 감각과 러시아의 홈 어드밴티지를 감안하면 충분히 금메달도 노려볼 수 있다는 평가다.
 
한국 선수들과의 첫 올림픽 무대 맞대결이 펼쳐지는 것도 이때다. 빅토르 안은 까마득한 후배인 박세영(21·단국대)과 신다운(21·서울시청), 이한빈(26·성남시청) 등과 자웅을 겨루게 됐다.
 
빅토르 안에게 거는 러시아의 기대는 상당하다. 쇼트트랙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88년 캘거리 대회 이후 이어져 온 노메달의 수모를 빅토르 안이 씻어줄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까지 나서 빅토르 안의 편의를 봐줄 정도다.
 
러시아빙상연맹은 빅토르 안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여자친구 우나리씨에게 자유로운 경기장 입출입이 가능한 AD카드까지 발급해줬다.
 
러시아의 전폭적인 지원과 만난 빅토르 안이 어떤 모습으로 국내 팬들의 마음을 사로 잡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