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국내 가계부채가 1300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가운데, 급격하게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나설 경우,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14일 여의도 자본시장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제자본시장리뷰’ 상반기호 발간 기념 기자브리핑에서 “금융위기 이후 디레버리징이 진행 중인 국가에서 가계의 소비둔화와 부동산 가격 하락의 정도가 더 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가계부채 문제는 한국을 포함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7개 국가에서 핵심적인 거시경제 이슈지만 부채규모의 변화 영상은 국가별로 다르게 진행됐다.

독일과 일본(1그룹)의 가계부채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부터 축소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에 비해 덴마크, 스페인, 미국 및 영국(2그룹)에서는 금융위기 이후부터 가계부채 축소가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포루투갈(3그룹) 등의 국가에서는 2010년 이후 가계부채 축소가 완만하게 이뤄졌다. 호주, 캐나다(4그룹)를 포함한 다수의 국가에서는 아직 가계부채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누적은 그 경제적 파급효과를 감안하면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에 잠재적인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금융위기 이후 기준금리 하락으로 부채원리금 상환부담률(원리금상환액/가처분소득‧DSR)이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어 OECD 주요국에서 단시간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불안 요소는 있다”고 내다봤다.

2008년 11.8%로 정점을 찍었던 OECD 17개국 평균 DSR은 지난해 10.1%까지 하락했다. 이는 1999~2015년 평균치인 10.2%를 밑도는 수준이다.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이 진행 중인 국가 그룹에서 가계 소비지출이 두드러지게 둔화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특히 디레버리징이 빠르게 진행됐던 2그룹 국가의 가계 소비지출이 가장 크게 둔화됐고 3그룹도 소비지출 둔화가 큰 편에 속했다.

2그룹의 경우 금융위기 이전인 2001~2007년까지 소비지출이 연평균 3%씩 늘었지만 금융위기 이후(2008~2014년)에는 오히려 0.07%씩 감소했다. 3그룹 국가들도 1.35%씩 늘었던 금융위기 이전 연평균 소비지출이 0.50%씩 감소했다.

부동산 가격의 경우 2그룹과 3그룹 국가의 2008~2015년 거주용 부동산 가격이 각각 연평균 0.45%, 1.06%씩 떨어졌다. 금융위기 직후 기간인 2008~2012년 기간에는 각각 3.58%와 1.64%나 하락했다. 

이에 비해 1그룹과 4그룹 국가의 2008~2015년 연평균 부동산 가격은 0.78%, 3.20%씩 올랐다. 디레버리징이 진행되고 있는 국가의 소비위축과 부동산 가격 하락폭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국가들은 낮은 금리 유지 등을 통해 DSR 안정화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부채조정은 신중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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