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지역 태평양 수온 빠르게 하락, 원자재시장 불안
[미디어펜=김재현 기자] 태평양의 수온 하락이 라니냐(La Nina, 태평양 수온이 평균보다 낮아지는 현상)를 잠에서 깨웠다. 18개월간 지속된 엘리뇨와 마찬가지로 적도지역 태평양 해수의 대류와 대기 순환에 영향을 미쳐 이상기후를 초래한다.

저유가, 브렉시트 등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에 이어 이상기후가 전세계를 마비시킬 기세다. 이에 따라 원자재 시장의 불안이 고조되면서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1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2015년 11월 이후 적도지역 태평양 수온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의하면 엘리뇨, 라니냐 감시구역인 적도지역 중앙과 동태평양 Nino 3.4 구역(북위 5°~남위 5°, 서경 120°~170°)의 해수면 온도는 지난해 11월18일 평년대비 +3.1℃에서 올해 7월6일에는 -0.4℃로 하락했다.

최근 18개월간 지속된 최악의 엘니뇨는 소멸됐지만 현재 라니냐가 발달하기 좋은 여건으로 올해 가을과 겨울 중 발생 확률은 75%로서 라니냐 주의보가 발령됐다.

이에 따라 라니냐의 영향으로 세계 곳곳에 기상이변 발생 가능성이 커졌다. 엘니뇨, 라이냐 감시구역에서 5개월 이동평균한 해수면온도 편차가 0.4℃ 이상 나타나는 달이 6개월 이상 지속될 때 그 첫달을 엘리뇨, 반대로 -0.4% 이하 나타나는 달이 6개월 이상 지속될 때 라니냐라고 부른다.

라니냐가 발달하면 대류활동이 활발해져 강력한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적도 부근 동태평양에서 비 구름 형성이 방해돼 중남미는 강우량이 감소하는 반면 동남아, 인도, 호주 등에는 강우량이 증가한다. 기온은 평년보다 낮아지는 경향이 짙다. 미국의 경우 남서부와 대평원은 동절기 중 평년대비 건조한 날씨와 기온 상승이, 북서부는 습한 기후와 낮은 기온이 형성된다. 대서양에서 허리케인 활동도 활발해진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이상한파, 가뭄, 홍수, 산사태, 폭풍우 등의 발생빈도가 증가하게 된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라니냐는 엘니뇨보다 농상물 생산과 가격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 1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2015년 11월 이후 적도지역 태평양 수온이 빠르게 하락하는 현상인 라니냐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세계 곳곳 기상이변 발생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곡물가격 상승과 에너지 수급 및 가격에도 악영향을 미칠것으로 전망된다. 엘리뇨가 해소되고 있는 태평양 적도해역. 기상청 이미지 캡쳐.

라니냐는 미국과 브라질 등에 고온건조한 기후를 초래해 엘니뇨에 비해 농업생산과 수출에 더 큰 타격을 준다. 라니냐 기간 중 대두, 옥수수, 소맥의 가격변동성은 엘니뇨 기간보다 50% 증가한다.

강력한 라니냐 발생기간 중 세계 곡물생산량은 1988~1989년 -3.2%에서 1998~1999년 -0.1%, 2000~2001년 -1.5%, 2010~2011년 -2.1% 등을 기록했다.

라니냐에 따른 높은 기온과 가뭄은 특히 북미 옥수수와 대두의 단위 면적당 생산량에 부정적으로 작용해 가격을 상승시키 요인으로  작용한다. 모건 스탠리에 따르면 라니냐 기간 중 미국의 옥수수 생산량은 직전 5년 평균보다 -5.5%, 대두는 -4.2%를 기록했다.

곡물뿐만 아니라 원당(호주), 고무·팜유(동남아), 커피(콜롬비아) 등도 라니냐에 따른 지역별 가뭄과 홍수로 생산이 감소하고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원유 등 에너지 전반의 수급과 가격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라니냐가 발새하면 통상적으로 북반부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고 기온이 평년보다 낮아져 난방용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을 끌어올린다. 미 난방용 연료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천연가스 가격이 원유에 비해 추위에 더 민감하다.

라니냐가 대서양 허리케인 활동을 강화시켜 생산시설이 몰려있는 미 걸프만에서 생산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유가 상승의 요인이 된다. 2014년 기준 세계 4위 석탄 생산국인 호주에서 2010년말부터 2011년 초 기록적인 폭우로 호주 석탄광산의 85%가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국가별로는 태평양에 인접한 동남아, 호주, 남미 등이 라니냐에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며 인도, 아프리카도 관련 피해 예상이다.

호주 기상청은 최근 상황이 강력한 엘리뇨 소멸 직후 강력한 라니냐가 시작된 1998년과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경고했다.

오 연구원은 "브렉시트 현실화로 글로벌 경제, 금융 전반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기후리스크가 세계경제에 추가적인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브렉시트, 미 금리 향방, 중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투자심리가 취약한 상황에서 기후리스크가 안전자산 선호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농업과 수산업 등 1차산업의 비중이 높은 라니냐 취약신흥국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원자재 시장의 수급불안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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