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지수와 정반대로 2배를 추종하는 인버스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의 출시가 임박한 가운데 운용사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수요가 많을 것으로 기대되는 상품이지만 혹시 한국거래소 상장심사에서 탈락할까봐 속을 태우고 있는 것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9월초 상장을 목표로 조만간 운용사들에 인버스 레버리지 ETF 상장 신청서를 받을 예정이다. 3배 인버스 ETF까지 상장된 미국 등 외국 증시와는 달리, 국내에서 인버스 레버리지 ETF는 지수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에 금융당국은 그간 금지해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가 ‘ETF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고 지난달 23일부터 파생상품 위험평가액 한도를 100%에서 200%로 확대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하위규정 개정사항이 시행되면서 인버스 레버리지 ETF 출시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 나올 인버스 레버리지 ETF는 ‘KODEX 인버스’와 같이 KOSPI200 지수를 역으로 2배 추종하게 된다. 인버스 레버리지 ETF는 사실상 공매도를 할 수 없는 개인투자자들이 지수 하락 시 헤징(위험 회피)할 수 있는 대체 수단으로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소 측은 8월말이나 9월초에 상장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기초지수를 활용한 상품으로 운용사간 특혜시비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운용사 인버스 레버리지 ETF를 동시에 상장시키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운용사들은 하나같이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특히 어렵게 출시되는 ETF인 만큼 혹시 거래소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 상장이 취소되거나 연기될까봐 민감하게 반응했다.

A운용사 관계자는 “ETF 상장에 대해 운용사가 말을 하면 거래소 측이 ‘너희가 뭔데 상장에 대해 언급하나? 기분 나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압박한다”며 “운용사 입장에서는 거래소가 상장을 안 해줄까봐 상장되기 전까지 ETF에 대해 전혀 얘기할 수가 없고 일방적으로 통보만 받는다”고 말했다.

B운용사 관계자 역시 “거래소가 ETF 허가권을 갖고 있는 ‘갑’이다보니 혹시 밉보였다가 상장이 늦춰지거나 하면 선점에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운용사는 거래소에 대해 입을 다무는 게 정석처럼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는 상장을 동시에 시켜준다고 하지만 밉보였다 다음 ETF 상장에서 불이익을 안 준다는 보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C운용사 관계자는 “밉보인 운용사는 ETF 상장을 지연시켜버리는 등 거래소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며 “ETF와 관해서는 거래소가 운용사 목줄을 쥐고 있는 ‘슈퍼 갑’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 측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단일순 거래소 ETF시장팀장은 “거래소는 운용사와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인버스 레버리지 ETF 출시를 준비하고 있고 압박을 준다거나 하는 것은 전혀 없다”며 “상품구조상 투자자가 피해를 입을 우려가 없으면 상장 심사를 통과하게 되는 것인데 운용사가 부담을 느낄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경학 한국거래소 증권상품시장부 부장은 “ETF시장팀원이 3명에 불과해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운용사의 요구를 다 따라주지 못해 그런 얘기가 나온 것 같다”며 “운용사들의 얘기를 들어보겠다”고 설명했다.[미디어펜=김지호 기자] ▶다른기사보기